정말 다양한 가슴 통증의 원인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08 12:00
  • 호수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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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왼팔·등으로 통증 뻗치는 경우 응급치료 필요

36세 사무직 남성이 일주일 전에 집 대청소를 한 다음부터 왼쪽 가슴에 통증이 발생했다. 뻐근하고 쑤시면서 결리는 듯한 흉통이 반복되었고, 숨을 들이마시거나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심해졌다. 며칠 기다리면 사라질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아 병원을 방문했다. 심장질환이 걱정되어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늑간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가슴에 통증이 생겼는데 혹시 심장병이나 심각한 병은 아닐까걱정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흉통이 나타나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질환 여부를 따져봐야 하지만, 가슴 부위에는 심장 이외에도 폐와 식도 등 장기와 늑골·근육·신경 등의 조직이 있으므로 다양한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심지어 상복부에 있는 위·담낭·췌장의 문제로도 흉통이 발생할 수 있다.

심장의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흉통이 나타나고 팔과 어깨나 등으로 통증이 뻗칠 수 있다. 또한 심장근육의 염증인 심근염이나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의 염증인 심낭염 그리고 심장판막 질환도 흉통의 원인일 수 있다.

폐렴이나 폐농양도 흉통을 유발할 수 있는데 발열·오한·기침·가래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늑막에 염증이 생기면 숨을 쉴 때나 기침할 때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혈전이 혈류를 통해 이동해 폐동맥을 막는 폐색전증도 흉통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그리고 폐에 생긴 구멍으로 공기가 새면서 늑막강 안에 공기가 차는 기흉도 흉통과 호흡곤란의 원인이 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식도나 위 질환도 흉통 유발

가슴 중앙에 있는 식도의 질환도 흉통을 유발할 수 있다. 위에서 분비된 위액을 비롯한 소화효소들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성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인 역류성 식도염은 가슴이나 목 부위에 타는 듯한 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위나 십이지장 벽의 점막이 어떤 원인에 의해 헐어서 생기는 소화성궤양, 위 일부가 횡격막을 통해 흉부로 밀고 올라온 열공 탈장 그리고 췌장염이나 쓸개질환 등도 흉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흉곽을 구성하고 있는 늑골·근육·신경에 생기는 이상도 흉통을 유발할 수 있다. 늑골의 골절, 늑골 사이에 있는 근육의 염증,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대상포진도 흉통의 원인일 수 있다. 불안증이나 공황장애도 흉통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때는 가슴 두근거림이나 손 떨림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흉통이 갑자기 발생해 소염진통제로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특히 가슴을 누르고 조이는 듯한 통증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 턱·왼팔·등으로 통증이 뻗치는 경우, 또는 호흡곤란·구역·구토가 동반된다면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로 가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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