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차기 대권주자 ‘배우자 리스크’로 시끌시끌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2 07:3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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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중진 노다 장관의 남편, 전직 야쿠자 출신으로 밝혀져
“유권자 공익정보” vs “과거 일 들추는 게 맞나” 반응 엇갈려

지난 스가 내각에서 자민당 간사장 대행을 역임하고 현 기시다 내각에서 저출산 담당상(장관)을 맡고 있는 자민당 중진의원 노다 세이코의 남편이 전직 야쿠자였음이 사실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대선에서 여야 유력 대선후보 모두 ‘배우자 리스크’에 시달리듯 일본에서도 차기 대권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이 남편 문제로 ‘배우자 리스크’에 처하게 된 것이다. 노다는 지난해 9월 실시된 일본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실제로 노다는 지금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어 사회의식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노다는 7세 연하인 남편 노다 후미노부(기무라 후미노부)와 2011년 1월 결혼했다. 후미노부가 야쿠자 출신이라는 의혹 제기는 2018년 8월 주간지 슈칸분슌과 슈칸신초의 보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슈칸분슌은 후미노부가 교토 지역을 활동 거점으로 하는 지정폭력단(조직폭력배) ‘아이즈코테츠카이’ 산하조직인 ‘마사야마구미’에서 간사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경찰청이 작성한 ‘폭력단 개인파일’에 폭력단 조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상세히 기재돼 있는데, 노다의 남편과 이름·생년월일·주소·전화번호까지 동일한 인물에 대한 기록도 존재해 해당 인물이 후미노부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마사야마구미는 내부 분열 및 두목의 살인 사건 연루로 2000년 3월 해체된 조직으로, 후미노부는 해당 조직에 약 10년간 소속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21년 9월23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노다 세이코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온라인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교도 연합

도쿄고등법원 “후미노부, 야쿠자 출신 맞다”

2018년 보도 직후 후미노부는 해당 기사가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슈칸분슌과 슈칸신초 측을 각각 고발했다. 지난해 3월 도쿄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슈칸분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해당 보도 내용은 “진실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4월 열린 1심 재판에서는 슈칸신초의 보도에 대해 “진실로서 인정된다”고 판결해 후미노부의 손해배상 청구가 기각되었다. 특히 슈칸신초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과거 마사야마구미의 두목을 맡았던 인물이 실제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후미노부와 함께 겪었던 일화를 직접 증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두 차례의 1심 재판 이후 후미노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또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해 9월 노다 세이코는 기시다 후미오, 고노 다로, 다카이치 사나에와 함께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노다는 총재 선거 출마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슈칸분슌이 증거로 제시한 ‘폭력단 개인파일’은 “법정에서 증거로서 전혀 신용받지 못한 괴문서”라고 주장하며 해당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소송 중인 남편 후미노부에 대해서는 “남편을 믿고 있다. (남편의) 기억에도 없는 일이다” “앞으로의 조사를 통해 남편이 야쿠자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출마 선언 이후 실시된 지방의원들과의 회의 자리에서는 2018년에도 총재 선거 출마를 희망했으나 남편 관련 허위 보도로 인해 추천인 20명을 확보하지 못해 출마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 열린 항소심에서 도쿄고등법원은 원고(후미노부)의 청구를 기각하고 후미노부가 과거 야쿠자 조직에 몸담았다는 슈칸신초의 보도가 진실이라고 인정했다. 2월3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도쿄고등법원은 “기자의 경찰청 간부 취재 결과 등을 종합하면, 1심 원고가 과거에 교토의 지정폭력단 ‘아이즈코테츠카이’ 산하 ‘마사야마구미’에 소속돼 있던 것은 진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라며 슈칸분슌의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 직후 노다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므로 대답할 입장이 아니다”며 슈칸분슌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무근이라며 보도 내용을 극구 부인해 왔던 과거의 태도와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교도 연합
노다 저출산 담당상(오른쪽)이 2021년 9월 새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경선에 츨마해 고노 다로, 기시다 후미 오,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왼쪽부터)와 함께 정견발표회에 나서고 있다.ⓒ교도 연합

야쿠자에 10년간 몸담고 20년 전 조직 나와

이처럼 노다의 남편이 과거 야쿠자 조직에 소속돼 있었다는 보도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일본 사회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조치대학 신문학과 교수인 다지마 야스히코는 “정치인의 남편이 과거 폭력단원이었다는 이야기는 유권자에게 중요한 공익 정보”라며 언론이 계속 해당 내용을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다와 같은 차기 총리 후보의 경우 배우자에 대한 검증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한 주요 신문사의 사회부 기자는 “폭력단원이라고 해도 과거의 일”이라며 “전 폭력단 구성원의 사회 복귀가 어려운 점은 우리 사회의 큰 과제”라고 밝혔다. 범죄사회학 전문가 히로스에 노보루 역시 전직 야쿠자의 사회 복귀를 지지하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히로스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 사이에 조직을 이탈한 전직 야쿠자 가운데 직장을 구한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조직에서 발을 빼도 최소 5년간은 은행계좌 개설, 임대계약, 보험 가입과 같은 기본적인 활동에서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노다 후미노부의 경우 과거 약 10년간 야쿠자 조직에 몸담았으나 활동을 그만둔 지 20년이 넘었고,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 복귀를 이룬 전직 야쿠자의 과거 행적을 들추어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번의 항소심 이후 노다는 해당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중증 장애를 가진 자녀의 양육 과정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오랜 기간 난임으로 고생하던 노다는 50세에 외국에서 난자를 제공받아 체외수정을 통해 임신했다. 이 과정에서 불임 치료의 보험 적용과 같은 저출산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출산 이후에는 자녀의 장애로 인해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현 기시다 내각에서 저출산 담당상을 맡고 있는 것도 노다 자신의 정치적 관심사와 일치한다.

저출산 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 노산의 아이콘이자 중증 장애아의 엄마로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후보’ 지위에까지 오른 노다는 배우자 리스크를 극복하고 일본의 총리가 될 수 있을까. 노다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현실적인 정책제안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구축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일본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을 배우자 리스크 대처 방법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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