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 앞에 놓인 세 가지 단일화의 길…가능성 따져봤더니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8 10: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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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安 단일화, ‘왜’는 합의됐지만 ‘어떻게’에서 밀당 중
① ‘安 국민경선’ 수용 ② 尹-安 담판 ‘공동정부’  ③ 尹, ‘국민경선+알파’ 역제안
양측, 협상 안 돼도 ‘사실상 단일화 효과’ 누리겠다는 숨은 계산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는 흔히 ‘독이 묻은 사과’로 표현된다. 달콤해 보이지만 결코 먹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당장 한 표가 고픈 상황에서 일단 베어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곳곳에서 찬반이 맞붙고 온갖 ‘썰’들만 난무하던 단일화 이슈가 대선 정국의 수면 위로 올라온 건 2월13일이었다. 1차 단일화 마지노선으로 꼽히던 후보 등록 첫날, 안 후보는 먼저 윤 후보에게 단일화라는 사과를 내밀었다. 요지는 “‘국민경선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 ‘러닝메이트’가 되어주자”는 것이었다.

이날 안 후보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우선 계속 불씨가 남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의 단일화엔 어느 정도 선을 그은 것이란 해석이다. 향후 야권 후보 단일화 합의가 끝내 어그러질 경우, 그 책임에서 한발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의 이번 선(先)제안 배경에는 최근 안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내 ‘단일화파’의 강한 설득이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 후보와 단일화해도 윤 후보에게 뒤진다는 시사저널 여론조사(2월6~8일 조사) 등 최근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이, 데이터를 중시하는 안 후보의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확인된다.

ⓒ시사저널 박은숙·임준석

“크게 이겨야 힘 생겨” 국민의힘 내 단일화 찬성 높아져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윤 후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국민경선 여론조사를 제안한 건 아쉽다”고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와 가까운 야권 핵심 관계자는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데 대해, 윤 후보의 첫 반응이 ‘네거티브’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금세 ‘중립’으로 돌아와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지켰다. 이게 현재 윤 후보의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가 요구한 ‘방식’보다 단일화 ‘제안’ 그 자체에 방점을 찍으려 한다는 얘기다. 실제 윤 후보 주변에선 단일화를 통해 2위 후보와 최대한 큰 득표율 차로 당선돼야 향후 정계 개편과 국정 운영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을 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 ‘비(非)단일화파’ 역시 이러한 흐름에 더는 강하게 부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누구보다 ‘단일화 불가론’을 주창해온 이준석 대표의 기조도 미묘하게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안 후보가 제시한 여론조사 방식엔 확고히 반대하고 있지만, “야합이 없는 상황에선 단일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등 단일화에 여지를 두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윤 후보 측 관계자에 따르면,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이 있기 1~2일 전 윤 후보가 이 대표와 만나 “단일화는 내게 맡겨 달라”고 거듭 강조했고, 이 대표도 이에 수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2월15일 발생한 국민의당 유세버스 사망 사고가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분간 대외적인 단일화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지만 윤-안 두 후보 사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이후 좀 더 부드럽게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 거란 의미다. 다만 정치적 동지의 사망을 계기로 안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더욱 다질 수 있다는 반대 전망도 있는 만큼, 이번 변수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安 경선 원안 尹 후보 수용 | 가능성 ‘제로’에 가까워

사실 양당 인사들 간의 단일화 협상은 꽤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다. 당 대 당 차원의 공식 회동은 없었지만, 이미 두 후보의 핵심 측근들은 사석에서 여러 차례 만나 단일화 이견을 조율해 왔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말, 단일화를 강력히 주장해온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의 주선으로 두 후보가 대면한 적 또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양당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인물은 윤 후보 측 김병준 전 상임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 김영환 전 의원과 안 후보 측 인명진 전 위원장, 최진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신범 공동선대위원장 등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진석 위원장은 '안철수 완주론' 입장이긴 하지만 야권에 의한 확실한 정권교체 차원에서 단일화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윤석열과 안철수 후보 측 단일화 찬성 세력 사이엔 '공동 선언문'을 낼 수 있을 만큼 단일화 대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후보가 2월13일 단일화 제안 당시 언급했던 ‘구체제 종식과 더 좋은 정권교체’가 이들이 합의한 단일화의 ‘왜(Why)’ 즉, 큰 틀에서의 명분이라는 전언이다.

다만 ‘어떻게(How)’ 단일화할 것인가에 대해 여전히 양측은 치열한 밀당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단일화 테이블 위엔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우선 안 후보가 제시한 여론조사, 즉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양당이 합의한 방식 그대로를 윤 후보가 수용하는 안이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론조사 업체 두 곳이 100% 무선전화 면접으로 각각 1600명에게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은 뒤 합산하는 방식인데, 여당 지지층의 역선택 방지조항이 없다는 게 맹점이다.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안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최근 지지율을 바탕으로 예상해 보면, 응답자 100명 중 윤 후보를 지지하는 약 45명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안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 지지자 7명은 물론, 이 후보를 지지하는 약 40명이 안 후보라고 응답할 것이며,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 지지자 3명과 투표 거부층 5명도 대체로 윤 후보보다 안 후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윤 후보 측도 이러한 역선택 우려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준석 대표 역시 “이 같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에 대해 윤 후보도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사저널 박은숙·국회 사진취재단

尹-安 담판 | 당권 원하는 安, 난색 표하는 尹

현재 윤 후보가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안 후보와의 일대일 담판이다. 단, 윤 후보의 바람이 성사되기 위해선 안 후보에게 상당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줄곧 대선 완주를 수차례 공언해 왔던 안 후보로선, 후보 ‘양보’로 인한 정치적 이미지 손실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 역시 이 때문에 단일화 담판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보상이 보장돼야 담판 단일화가 가능해질까. 윤 후보 측은 당초 안 후보에게 책임총리직을 제안하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안 후보 측에선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안 후보 측은 1997년 ‘DJP 연합’을 참고서로 삼고 있다. 당시 DJP 공동정부 협약에 따라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거대 야당의 반대로 6개월이 지나서야 총리 인준을 받았고, 이후 여권에서 주도권을 잡지도 못했다. 민주당이 172석으로 절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의 의회 구도에서 안 후보 역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측에선 이후 정치 행보에 더욱 큰 동력이 되는 ‘당권’ 보장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통합한 후 안 후보가 당 대표로서 실권을 잡고 2024년 총선, 그리고 아직 차기 주자가 마땅치 않은 2027년 대선까지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국민의힘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과 당 내분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아마 이런 내부적인 고민의 결과로, 안 후보에게 5년 뒤 대선후보 제안 로드맵까지 제안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설령 어느 정도의 당권을 약속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세력이 없는 안 후보가 들어와 당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오히려 당권을 두고 당이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尹 역제안 | 국민경선+野 지지층 여론조사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새로운 형태의 여론조사 방식을 제안하는 방안도 살아있다. 윤 후보 측에 따르면, 안 후보가 제안한 국민경선 여론조사와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응답자들에 한정한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국민 참여 50%, 당원 50%로 진행했던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방식과 유사하다. 당시 윤 후보는 국민 참여에서 홍준표 경선 후보에게 열세였으나, 당원 투표에서 앞서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윤 후보가 새로운 안을 역제안할 경우, 안 후보 측과 룰을 조율하면서 또다시 지리한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선을 3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두 후보에게 모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끝내 단일화 간극을 좁히지 못할 가능성도 여전히 작지 않다. 다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두 후보가 공식적으로 결렬 선언을 하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단일화 논의를 종결짓지 않으면서 대선 당일까지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 즉 착시현상을 누리겠다는 계획이다. 안 후보로선 대선 당선권에 있는 윤 후보와 선을 긋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윤 후보로서도 안 후보와 ‘따로 또 같이’ 구도를 유지해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거일 직전까지 단일화 이슈를 통해 대선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도 숨어있다.

이 경우, 두 후보가 얻는 플러스 효과는 생각보다 작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효과보단 오히려 긴 단일화 논의에 따른 소모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재명 후보 역시 대선 직전까지 꾸준히 안 후보를 비롯한 제3 후보들과 ‘반(反)윤석열’ 연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선 안 후보의 완주 결단은 곧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공식적인 단일화 합의가 없다면, 이들이 기대하는 사실상의 단일화 효과는 크게 작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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