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선거운동 시작되자 ‘네거티브’ 극심해진 이유는?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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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판, 성형, 실내 매너 등 자극적 이슈 두고 공방전
진중권 “일종의 여론조작 시도…효과 제한적일 것”
2월6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2월1일 강화 풍물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캠프·윤석열 캠프 제공
2월6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2월1일 강화 풍물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캠프·윤석열 캠프 제공

엽기 굿판부터 의자 위 구둣발, 실내 흡연, 성형까지. 최근 여야가 상대 대선후보를 향해 제기한 무수한 의혹들이다.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상대 일거수일투족을 공격하는 원색적인 ‘비방전’이 산발적으로 전개되는 모양새다. 그 사이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은 검증대 위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을 책임지겠다는 여야 후보들, 그들이 대선 막바지 ‘네거티브 공세’에 목메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여야의 화두는 ‘굿판’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8년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겨 논란이 일었던 무속행사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부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 부부를 둘러싼 이른바 ‘무속 논란’을 다시 쟁점화한 셈이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해당 행사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시종 충북지사 등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달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굿판과 동시에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건 ‘흡연’과 ‘구둣발’이었다. 지난 12일 윤 후보가 열차 좌석에 구둣발을 올려 ‘쭉뻗’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윤 후보 다리가 불편해서 그랬다”며 사과했다. 그리고 동시에 역공을 가했다. 8년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실내 흡연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이후 양측은 서로 “물타기 하지 말라”며 공방전을 주고 받았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후보 배우자 부인의 ‘얼굴’이 화두로 올랐다. 가수 안치환씨가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를 연상케 하는 노래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을 발표하자, 이경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이 15일 뉴스토마토 방송에 나와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발언했다. 이후 여야 양당 대표가 이 발언의 ‘진의’에 대해 논평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네거티브 공세가 연일 이어지면서 여야 내부에서도 ‘조심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말자는 얘기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16일 당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의 격한 말과 글은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남길 뿐”이라고 당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실수가 당을 욕되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14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한 식당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2일 '열정열차' 내에서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빈 좌석에 발을 올린 모습 ⓒ페이스북 캡처·시사저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14년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한 식당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2일 '열정열차' 내에서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빈 좌석에 발을 올린 모습 ⓒ페이스북 캡처·시사저널

모호해진 정책 차별성에 ‘상대 악마화’ 몰두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가 의도적인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여론에 ‘착시현상’을 발생시키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중도층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상대편의 잘못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치 클릭수에 매몰된 ‘황색 저널리즘’처럼 여야 정치인들이 더 많은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이슈만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더이상 큰 이슈가 없다 보니 상대방을 악마화시키는 네거티브에만 집중하고 있다. 잘못을 과장하는 ‘언어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모습”이라며 “일시적으로 여론을 출렁이게 하는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선 후보 간 정책의 차별성이 모호해진 것도 네거티브를 양산하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이 후보가 본선에 오자 기본소득 얘기는 쏙 빼고 최근 보수정당의 경제정책을 카피(복사)하고 있다. 정책대결을 피하는 건 상대(이 후보)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가 7자 공약처럼 ‘일단 던지고 본다’는 식의 정책을 내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이 많아 진지한 논의 자체가 불가해졌다”고 반박했다.

과연 네거티브가 대선판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유권자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는 같은 의견을 내놨다. 여야 후보의 언변, 도덕성, 능력 등이 유권자 결정에 선(先)반영된 상황으로, 이미 제기된 논란을 재생산하거나 말꼬투리를 잡는 것은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선이 야구로 치면 8회말에서 9회초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이런 (네거티브) 공방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역치(자극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가 높아졌다. 아주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기존 논란으로는) 여론 기울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 전 교수 역시 “이제 주요한 충격은 지지율에 흡수가 됐다. 네거티브가 여론에 미치는 ‘사이클’이 짧아졌기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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