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복합쇼핑몰’ 공약에 롯데가 긴장하는 이유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1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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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으로 이어진 인연?…尹 ‘광주 스타필드’에 힘 실을까

“전국 대도시에는 다 있는데, 왜 광주광역시에만 없습니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6일 광주 송정매일시장 앞 유세장에 내놓은 ‘깜짝 공약’에 광주가 들썩이고 있다. 윤 후보가 광주 복판에 ‘복합쇼핑몰’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하면서다. 여권은 윤 후보 공약에 호남 민심이 움직일까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윤 후보 공약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롯데가 긴장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가 약속한 복합쇼핑몰의 실체가 ‘광주 스타필드’일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면서다.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가 공언한 복합쇼핑몰 공약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당 수뇌부의 ‘합작품’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측은 그간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탈(脫)이념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공약을 마련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그 고민 끝 나온 공약이 ‘광주 복합쇼핑몰’인 셈이다.

실제 공약 이후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광주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복합쇼핑몰 예정 부지’가 화두에 올랐다. 지역 맘카페에선 “코로나19 시대에 갈 곳이 없었는데 잘됐다” “이제 생길 때도 됐다” “광주 인구가 얼마인데 진즉 생겼어야 한다”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다만 윤 후보 공약을 주시하는 게 비단 정치권뿐만은 아니다. 재계에서는 윤 후보 공약 이후 롯데가 긴장하고 있다는 풍문이 돈다. 윤 후보의 주장과 달리 롯데가 현재 광주에서 축구장 5개를 합친 크기의 ‘복합쇼핑단지’를 조성·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수완 호수공원 인근에는 큰 규모의 복합쇼핑타운이 조성돼 있다. LH가 공모를 통해 롯데쇼핑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2006년부터 착공에 들어가 2012년 공사를 끝냈다. 사실상 ‘롯데판 복합쇼핑몰’이다. 약 3만4000㎡ 부지 내 롯데마트와 롯데 영플라자, 롯데시네마, 롯데아울렛 등 롯데그룹 유통사가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여기에 광주 상무지구에는 대형 창고형 매장도 있다. 이 매장의 주인 역시 롯데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 기존의 롯데마트를 리모델링해 ‘맥스(Maxx)’라는 이름의 창고형 할인점을 선보였다. 반응은 뜨겁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맥스 광주 상무점의 매출은 오픈 이후 2주간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쳐

‘광주 스타필드’ 현실화한다면 롯데 타격

롯데가 광주 지역 유통가를 선점한 가운데 윤 후보 측이 제2의 ‘광주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윤 후보가 말한 ‘그간 광주에 없던 복합쇼핑몰’이란 신세계그룹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가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실제 윤 후보 측은 스타필드에 후보 이름을 합쳐 ‘석타필드’라는 이름으로 SNS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다.

만약 광주에 스타필드가 들어설 경우 롯데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스타필드가 건립되면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들어오게 되기에, 롯데의 효자 지점이 된 ‘맥스 상무점’ 역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광주에 스타필드를 짓기 위해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광주시는 2015년 신세계와 손잡고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200실 규모의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 및 시민단체의 반발로 사업은 백지화됐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인근 상권이 초토화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공교롭게도 정 부회장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색(色)을 드러낸 것도 회자되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1월5일 인스타그램에 ‘멸공’ 해시태그를 붙인 게시글을 잇따라 올렸다. 그러자 윤 후보는 3일 뒤인 1월8일 이마트를 찾아 멸치와 콩을 구입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멸치+콩=멸공’이라는 추측이 나오며, 윤 후보가 정 부회장과 ‘정치적 유대감’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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