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담대하게 미래와 마주하라
  • 김재태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1 08:00
  • 호수 1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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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난 2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특히 눈에 띈 주제어는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국민과의 소통의 관건은 언론과의 소통이라고 보는데, 언론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계획을 말해 달라”는 주최 측 질문에 대해 참석한 후보 모두에게서 대통령이 되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언론과의 소통 문제가 TV토론에서 이처럼 주요한 의제로 선택된 이유는 분명하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국민과의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는 권력자가 민심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랜 역사를 통해 충분히 증명돼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제 임기가 끝나가는 문재인 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결국엔 유야무야되고 말았지만, 소통의 통로를 더 넓히겠다며 대통령의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내놓기까지 했다. 문재인 정부가 소통 확대를 위해 맨 처음 꺼내든 카드는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 내 국민청원 게시판 개설이었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2017년 8월19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시작된 이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금까지 하루 평균 725건, 누적 105만여 건의글이 올랐다. 하지만 이 제도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당초의 취지와 다르게 무분별한 청원도 함께 쏟아지면서 ‘국민 신문고’로서의 순기능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급기야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꺼리는 대통령이 국민청원 게시판 뒤에 숨은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방식이야 어찌 됐든 문재인 정부가 국민청원 제도를 도입하면서 내세운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명제는 국민과의 소통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대통령이라면 반드시 국민의 물음에 대해 명확하고 실효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소통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물론 근접 만남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매우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민과의 소통은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과제이자 의무다.

지금의 국민청원 제도가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될지 사라질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에게 국민의 ‘현재’를 듣는 국민청원 이상의 ‘열린 귀’가 필요하고, 현재보다는 미래 의제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만큼은 명백하다. 말하기 괴롭더라도 ‘연금 개혁’ ‘저출생 문제 해결’과 같은 굵직한 미래 이슈를 먼저 꺼내들고 국민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에 미래 이슈를 전담하는 기구를 두고 국민의 아이디어를 직접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번 대선 기간에 각 후보 캠프가 내놓은 공약 가운데서 크게 눈길을 끈 부분은 ‘사용자 경험(UX) 중심’의 아이디어가 담긴 내용이다. 미래 이슈에서도 ‘사용자’는 결국 국민이고, 국민 모두가 아이디어 뱅크로서의 가치와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래 의제는 대부분 어렵고 무겁다. 앞에서 예로 든 연금 개혁, 저출생 외에 교육 불평등, 고령화 사회, 지방 소멸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이를 회피한 채 당장 듣기 좋은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다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 전환기의 대한민국을 책임질 대통령 후보라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금이라도 이 중대한 이슈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미래에 대한 구상을 담대하게 내놓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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