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처럼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오미크론 게임’”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5 10:30
  • 호수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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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코로나19 ‘자연 감소’만 바라는 방역 당국” 쓴소리
인구 대비 美·英 추월, 3월 중 하루 30만 명 예상

코로나19 유행 2년을 넘긴 올해 2월 국내 상황은 최악이다. 연일 10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다. 인구 대비로 보면 미국과 영국보다 많은 감염자가 나오는 셈이다. 개학과 대통령선거가 있는 3월 들어선 하루 3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빠른 확산세로 오미크론 유행은 곧 정점에 이른 후 오랜 기간에 걸쳐 더디게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코로나19 출구의 초입에 들어섰다며 방역을 완화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산불은 초기에 꺼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코로나19라는 산불의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모든 나무가 타야 불길이 자연히 잦아들 듯이 이제는 코로나19에 걸릴 사람이 모두 걸린 후 자연 감소를 바라는 것 같다. 따라서 지금은 ‘오징어 게임’처럼 각자가 살아남아야 하는 오미크론 게임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방역을 포기한 이른바 방역 레임덕 모습을 보인다. 현 상황의 엄중함을 아무리 설명해도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의 자연 감소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9만9573명 늘어난 2월22일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시사저널 이종현

“과학적 근거는 없고 정책적 판단의 대책”

정부는 2월18일 사적 모임 인원은 종전과 같은 6명으로 유지하되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완화하는 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본래 사적 모임 인원도 8명으로 확대하려다가 오미크론 확산세를 고려해 취소했다. 대신 대통령선거일을 고려해 2주가 아니라 3주간(2월19일~3월13일) 시행하기로 했다.

2월18일(0시 기준)은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10만 명대로 급증한 날이다. 누적 환자 수는 2월6일 100만 명을 넘었고 보름 만인 21일 200만 명을 돌파했다. 김우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PCR(유전자 증폭)검사는 주로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검사 후 확진자가 10만 명이라면 실제 확진자는 최소 2배인 20만 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부의 방역 대책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이재갑 교수는 “과학적 근거는 없고 정책적 판단에서 대책이 나왔다. 우리보다 앞서 오미크론 유행을 경험한 미국, 영국 등을 봐도 정점을 찍은 후 다시 오르는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우리도 오미크론 유행 정점 후에 방역을 풀어도 되는데 벌써 방역을 풀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방역 조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조치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영업자들은 밤 10시 이후 영업하지 않더라도 불을 켜는 점등 시위를 2월21일부터 시작했다. 1시간 영업 연장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자영업자도 만족시키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김우주 교수는 “영업시간 1시간 연장은 저녁식사 후 술집이나 카페 등에서 더 많은 사람이 접촉할 수 있다. 또 정부의 대책은 오미크론이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로 비친다. 이는 확산을 급격하게 키워 의료체계뿐만 아니라 사회 기능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항공사, 식료품점, 소방서 등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왔다”고 말했다.

방역을 푼 결과, 국내 하루 확진자 수는 인구 대비 미국, 영국, 일본보다 많아졌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국내에서 9만5000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2월21일 기준 인구 100만 명당 하루 확진자는 1858명으로 미국(66명), 영국(374명), 일본(567명)보다 많다. 약 한 달 전인 1월10일 한국의 하루 확진자는 인구 100만 명당 60명이었다.

“오미크론 자체의 병독성은 약하지 않아” 

감염자가 늘면서 그동안 감소세였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월2일 272명이던 하루 위중증 환자 수는 23일 512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하루 사망자도 25명에서 99명으로 급증했다. 2월23일 기준 누적 사망자는 7607명이다. 정부는 중환자 수가 외국보다 낮은 수준이며 25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 중증도가 델타의 5분의 1이라고 하자. 지난해 12월 7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자 병상 부족으로 난리였다. 지금은 확진자가 수치상 10만 명, 실제로는 20만 명이라면 12월보다 약 30배 늘어난 셈이다. 이를 중증도(5분의 1)로 계산하면 중환자는 6배 늘어난 것인데, 확보한 중환자실 2500개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교수는 “의료진 사정도 문제다. 중증 환자가 2500명이라는 것은 지역사회에 확진자가 30만 명 정도 된다는 의미인데, 그 정도면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나 의사 중 상당수가 감염을 피할 수 없다. 예컨대 환자의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를 전담하는 의사가 감염되면 에크모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의료체계와 사회 붕괴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월23일 재택치료 환자 수는 52만1294명이다. 일주일 전보다 2배 넘게 급증했다. 이들에 대한 관리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50대 남성은 재택치료 중 2월19일 사망했다. 2월18일 수원에서는 재택치료 중이던 7개월 영아가 발작을 일으켜 119구급차가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전전하다 38분 뒤 17km 떨어진 안산에 있는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숨졌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70대가 재택치료 중 찜질방에 간 후 사망했다.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는데 이런 사람은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재택치료를 관리하지 못한다는 신호다. 앞으로 재택치료자는 100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그 가운데 사망자가 나올 것이다. 재택치료 중 사망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보다 경제를 우선순위에 둔 탓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며 별거 아니라는 인식을 주는데, 사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백신 접종으로 다소 희석됐을 뿐이다. 바이러스 자체의 병독성은 약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미크론의 병독성은 델타 변이의 75% 정도이고 중국 우한에서 최초 발견된 바이러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따라서 백신 미접종자, 기저질환자, 고령자가 오미크론에 많이 감염될수록 사망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이 코로나19 중환자에 집중하느라 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갑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보다 치료받지 못한 산모나 심근경색 환자의 사망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차라리 방역을 다 풀고 정부가 책임질 테니 산모나 심근경색 환자가 코로나19에 걸렸더라도 분만하고 수술하게 지원해 주면 좋겠다. 그래야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3월에는 하루 확진자 30만 명 이상 발생 예측

그렇다면 국내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은 언제이고 규모는 얼마나 될까. 이재갑 교수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개학과 대통령선거가 있는 3월 중 하루 30만 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 중환자는 2000~4000명, 격리자는 200만 명에 달할 것이다. 결국 의료체계는 물론이고 사회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정점을 찍은 오미크론 유행의 감소세는 매우 더딜 전망이다. 김우주 교수는 “영국에서 헌혈한 혈액을 분석해 보니 98%가 양성이었고, 인구의 30%가 코로나19 면역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감염 후 획득한 자연 면역과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됐으므로 오미크론이 줄어들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로 방역을 풀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데이터조차 없다. 백신 접종률은 높지만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200만 명이므로 감염에 의한 자연 면역은 인구의 약 4%밖에 되지 않는다. 무증상이나 경증을 포함해도 외국보다 낮다. 이런 배경에서 분석하면 코로나19 자연 감소는 영국과 달리 오래 정점을 유지하다가 더디게 감소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을 예고하는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한동안 요양병원 환자들이 주로 입원했는데, 최근에는 그들뿐만 아니라 일반 고령자까지 병원 응급실로 실려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좋지 않은 조짐이다. 델타 유행 초기에 이랬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소아·영유아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기저질환자나 고령자가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3월이면 고령자의 3차 접종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 현재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확산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미 경험했듯이 이것은 대규모 확산의 신호”라고 경고했다.   

재보궐선거일인 2021년 4월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 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br>
재보궐선거일인 2021년 4월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 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시사저널 최준필

고령자는 오전보다 따뜻한 오후에 투표하도록 

3월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도 3월 오미크론 대유행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아무래도 불특정 다수가 접촉하는 상황이 종일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정부는 2월15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확진자·격리자는 3월9일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해서 일반인과 동선을 분리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확진자·격리자가 투표소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 대신 도보·자차·방역택시를 이용하는 등의 주의사항을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일반인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투표 전 대기할 때 사람 간 거리를 2m 둬야 한다. 투표소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한 뒤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하면 된다. 만일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임시 기표소로 이동해 투표해야 한다. 투표를 마친 후 다른 곳으로 가면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일이 생긴다. 따라서 곧장 집으로 가서 손을 씻는 것이 좋다. 김우주 교수는 “일반인과 확진자·격리자의 동선과 시간을 달리하는 만큼 일반인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 두기를 철저히 하면 된다. 문제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같은 고위험군이다. K94 마스크를 빈틈이 없도록 착용하고 손소독제도 꼭 지참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고령자는 날이 추운 새벽보다 다소 따뜻한 오후에 투표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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