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인사 폭풍’ 예고된 검찰...‘뭉개기 수사’ 책임자 처벌 받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8 07:30
  • 호수 1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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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결과에 따라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박은정 지청장의 운명도 결정될 듯
李 당선 시 나승철 변호사 ‘민정수석’...尹, 한동훈 지검장 ‘서울지검장’ 물망

제20대 대선이 한 자릿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대선 결과에 따라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조직 중 하나가 검찰이다. ‘검찰권 축소’를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검찰 독립’에 방점을 찍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중 누가 당선되냐에 따라 검찰 인사는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뭉개기 수사’라고 비판받았던 권력형 비리 사건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뭉개기 수사의 경우, 수사 대상은 물론 수사 무마를 지시·실행한 검찰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대선 이후 검찰 내부를 뒤흔들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박은숙

박은정, ‘수사 뭉개기’부터 ‘표적 감찰’까지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대한 수사 무마 의혹이 대표적이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맡았던 성남지청 수사팀과 박하영 차장검사가 박은정 지청장에게 재수사 혹은 보완수사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박 지청장이 이를 거부했고, 박 차장검사가 사표를 쓰면서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박 지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수사는 아직까지 첫발도 떼지 못했고, 3월9일 대선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친정부 성향 검사들을 중용해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검사가 박 지청장이다. 박 지청장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지청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20년, 법과 원칙을 어겨가면서까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징계를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이었던 박 지청장은 직속 상관인 류혁 법무부 감찰관을 패싱한 채 감찰을 진행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표적 감찰’ 논란이다. 당시 파견검사였던 이정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박은정 감찰담당관의 지시로 감찰 보고서에서 ‘윤 후보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작성한 문구가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박 지청장은 이때도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됐지만 검찰 수사는 아직까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이 사건 역시 대선 이후에나 마침표를 찍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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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는 감옥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

이재명·윤석열 후보와 관련된 사건은 대부분 ‘올스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후보는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윤 후보는 고발 사주, 판사 사찰 의혹과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다. 의혹 하나하나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공수처나 검찰은 이미 시기를 놓쳤다. 공직선거법 11조에 따르면, 대통령선거 후보자는 개표 종료 때까지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분 중 지면, 한 사람은 감옥을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라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말처럼 대선 후의 상황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로 미뤄진 주요 사건들을 처리할 새로운 검찰 실세에게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해 왔다. 이를 두고 야당에서는 인사권을 통한 ‘검찰 장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검찰 정기인사는 “문재인 정부와 관련한 수사를 맡았던 팀장(부장검사)들은 전원 교체되고,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은 검찰 간부들은 핵심 요직에 배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친정부 검사의 대표 격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피고인 신분임에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반면 대척점에 있는 당시 조남관 대검 차장, 한동훈 검사장 등은 비(非)수사 부서로 좌천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든 윤 후보든 ‘전가의 보도’가 된 인사권을 사용하지 않을 리 없다.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공수처의 우월적 수사권을 명시한 공수처법 24조를 폐지해 검찰도 공위공직자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던 특수통 검사들의 화려한 귀환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의 경우, 나승철 변호사의 ‘민정수석’ 임명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역대 최연소(36세)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에 당선됐던 나 변호사는 2017년 대선 경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 후보와 인연을 맺은 후 부인 김혜경씨가 거론된 ‘혜경궁 김씨’ 사건을 비롯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1심부터 무죄 선고까지 책임졌다. 현재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 비서실 부실장의 변호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한동훈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장, 나아가 검찰총장까지 떼논 당상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재명 후보도 자신의 사람들을 요직에 배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면서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인사권이 권력 보위를 위해 악용되지 않도록 검찰인사위원회 등 감시·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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