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에 멀어지는 野단일화…이준석‧윤석열의 투트랙 전략?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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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트랙’ 전략에도 수렁으로 빠지는 단일화 논의
安 ‘냉담’ 속 與 ‘민심 단일화’ 승부수 변수도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간 단일화 논의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단일화 물밑 협상 ‘폭로전’까지 벌어지면서다. 국민의당 내 배신자가 있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측 주장과, 비공개 합당 제안을 할 땐 언제고 왜 조롱하느냐는 국민의당 측 분노가 얽히고설키면서 야권 단일화 논의를 꼬이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며 단일화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는 태세다. 이르면 이번 주말 안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만나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국민의힘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당을 자극하면 국민의힘 중진이 나서 수습하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굿 캅 배드 캅’ 전략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시사저널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시사저널

“합당 제안하면서 안철수 조롱…이준석 ‘이중플레이’ 선 넘었다”

“합당 대상의 후보를 향해 입만 열면 비난을 합니다. 이중 플레이 하는 본심이 뭡니까?”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내뱉은 말이다. 야권 단일화 논의의 결렬 이후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후보를 향해 거침없는 언사를 내뱉는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말이다. 단일화 조건으로 합당을 제안했던 이 대표가 왜 지금은 안 후보를 조롱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 본부장의 말처럼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의 최근 행보가 정도를 넘었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이 대표와 안 후보의 지난한 ‘악연’이 있다 할지라도, 단일화 협상에 찬물을 끼얹을 만큼 공사 구분을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후보의 개인적 악연이 단일화 협상에 영향을 줄 순 없다”고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굿 캅 배드 캅’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국민의당을 자극하고 몰아붙이는 ‘배드 캅(나쁜 경찰)’과 손을 내미는 ‘굿 캅(착한 경찰)’이 역할분담을 해 단일화 협상력을 키우려 했다는 해석이다. 안 후보를 향해 조롱을 서슴지 않는 이 대표가 ‘배드 캅’, 적극적으로 만남을 추진하는 윤 후보 측이 ‘굿 캅’으로 보인다. 

이태규 본부장도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2월 초 합당을 제안하면서도 안 후보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 것을 꼬집으며 “굿 캅 배드 캅 전략이냐”라고 공개적으로 따져 물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한 쪽에서는 안 후보를 압박하고 다른 쪽에서는 손을 내미는 투트랙 전략으로 국민의당을 흔들려는 게 아니었다면 (이 대표의 행보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공동취재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달 초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로부터 합당 제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공동취재

국민의힘 손 내밀지만 단일화 전망은 ‘빨간 불’

국민의힘은 이 같은 ‘굿 캅 배드 캅’ 전략이 단일화 판 자체에서 손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략이 통한다면 안 후보를 포섭하게 되는 것이고, 통하지 않더라도 단일화 논의를 선거 내내 끌고 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진흙탕 싸움으로 비칠지라도, 전략적 차원에서 단일화 이슈를 선점해 오히려 지지율을 견인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치권의 예상과는 다르게 지지율은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일화 논의가 결렬되는 사이,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다. 이날 발표된 NBS 조사(21~23일 조사, 1004명 대상)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한 39%를 기록했다. 전주 5%포인트 크게 올라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오차 밖인 9%포인트까지 벌렸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전주 윤석열 40%, 이재명 31%) 이번주에는 이 후보가 6%포인트 급상승한 37%를 기록,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 내인 2%포인트차로 좁혀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이 밝힌 '합당 제안'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

국민의힘 일각에선 단일화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안 후보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단일화 가능성 자체는 0%에 수렴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토대로 오는 26일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만난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국민의당은 이를 적극 부인했다. 안 후보는 “그럴 계획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태규 본부장도 “서병수 의원과 안 후보가 원치 않는 통화를 했고 형식적으로 답한 것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단일화 협상은 이미 끝난 상태”라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제자리걸음 하는 사이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민심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날(24일) 다당제 보장을 위한 선거제도 개혁과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정치 개혁안을 발표하며 국민의당을 포함한 제3지대에 선거 연대를 하자고 제안했다. 정치 개혁을 고리로 ‘반윤(反尹) 빅텐트’를 치고 정권교체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국민의당 내에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는 동감하는 기류가 읽힌다. 안 후보가 선거 레이스 내내 국민 통합 내각과 연합 정치를 주장해왔기에, 민주당의 이번 주장과 결이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 후보는 이날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들은 바 없다”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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