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블랙홀’, 윤석열 아닌 이재명에 유리하다?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2.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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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지지층 분열 가능성…“극적 단일화에도 시너지 없을 것” 비관론도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공동취재단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공동취재단

대선 막판 불거진 ‘후보 단일화’가 모든 정치권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드리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이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이 안 후보에게 손을 내밀었다.

평론가 일각에선 이 같은 상황이 윤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야권 단일화 과정이 삐걱대면서 중도·보수 지지층이 분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선 구도가 ‘정권교체對정권유지’에서 ‘정권교체對통합정부’로 바뀐 것도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제20대 대통령 후보자 등록 첫날인 지난 13일, 안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국민경선’ 방식을 통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윤 후보 측이 답을 거부하자 안 후보는 일주일 뒤인 20일 “지금부터 제 길을 가겠다”며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이 안 후보에게 ‘통합정부’를 제안하면서 ‘이재명-안철수’ 단일화 가능성이 대두됐다.

이 기간 모든 정치 뉴스의 1면은 단일화로 도배됐다. 한국언론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BIG kinds)’를 통해 지난 13일부터 25일까지 뉴스 언급량을 조사한 결과 ‘단일화’가 등장한 뉴스는 3278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장동’이 등장한 뉴스는 1968건, ‘주가조작’ 398건, ‘김혜경’ 797건, ‘김건희’ 1001건’ 등으로 집계됐다. 단일화가 앞선 정치권의 화두들을 모두 가린 셈이다.

여야는 단일화에 따른 손익을 계산하면서 향후 선거 전략을 분주히 재검토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평론가 일각에선 단일화가 화두에 오르면 상대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윤 후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단일화 과정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 후보 측이 갈등을 빚은 탓에 윤 후보에 대한 중도층의 인식이 악화됐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박상병 인하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단일화가 한 번에 이뤄졌으면 야권에 호재였겠지만 결국 어긋났다. 이렇게 되면 단일화로 노렸던 ‘중도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완전히 틀어진 것”이라며 “야권은 ‘단일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양당의 진영 싸움에 실망한 중도층 유권자들이 윤 후보에게서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막판 야권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시너지’가 기대만큼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감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윤 후보와 안 후보가) ‘큰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표 계산’하는 모습만 보여줬다”며 “이미 여야 지지층이 결집한 상황으로 (단일화가 이뤄져도) 지지율에 큰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결렬된 이후 ‘정권심판론’의 표심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이 후보에게 유리한 요소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안 후보가 끝까지 완주 의사를 밝혔어야 한다. 결국 ‘대선판’이 단일화 탓에 흔들려 버렸다”며 “지금이라도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는 게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선 직전까지 단일화는 계속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여야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박빙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8%, 윤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이 후보는 전주보다 4%포인트(P) 상승했고, 윤 후보는 4%P 하락하면서 1, 2위 순위가 뒤집혔다. 안 후보는 전주보다 1%P 오른 12%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화 조사원이 무선 90%, 유선 10% 임의 전화 걸기(RDD) 방식으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15.0%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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