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안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을 제안하면서다. 안 후보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문제는 지지율이다. 큰 리스크 없이 토론에서도 선방하고 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과연 안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유는 무엇일까.
리얼미터가 2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6.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1.0%, 안 후보 7.9%,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5%로 집계됐다.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는 윤 후보 48.7%, 이 후보 44.5%, 안 후보 2.3%, 심 후보 1.6%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대비 윤 후보는 0.8%p 하락한 반면, 이 후보는 2.1%p 상승했다. 안 후보는 1.1%p 떨어졌고 심 후보는 0.5p 올랐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윤 후보와 이 후보가 박빙의 대결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반면 안 후보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지지율이 연일 한 자릿수대에 그치고 있다. 윤 후보나 이 후보와 같은 ‘체급’의 주자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지지율이다.
안 후보 캠프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여야 후보가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였지만 안 후보를 둘러싼 구설은 전무하다. 토론에서 여야 후보가 잇따른 실언 논란에 휩싸인 데 반해 안 후보는 선방했다는 평가가 다수 나왔다. 즉, 뚜렷한 악재가 없는데도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안 후보가 ‘캐릭터’를 잡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후보가 여야 후보를 ‘적폐‘로 규정하고 거칠게 비판하는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의 팬덤(fandom)까지 등을 돌렸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 선대본부 관계자는 “상대를 비하한다는 것은 그 후보의 지지층까지도 모독하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 과거에 비해 공격적으로 변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매력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대선을 흔들 차별화된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언더독(상대적 약자)이라면 진영을 뛰어넘을 만큼 파급력이 큰 아젠다(의제)를 발굴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안 후보는) 분명 다른 후보와 비교해 높은 도덕성을 지닌 후보지만 선거는 도덕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실수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으로만 성장했다. 본인만의 강력한 비전을 내세웠어야 2강을 위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이 임박할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점차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정권교체를 위해 당선 가능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심리가 확산된다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더팩트 의뢰로 지난 26~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대선에서 투표할 후보’를 조사한 결과다. 임의전화걸기(RDD) 유·무선(5%, 95% 비율)으로 피조사자를 선정해 자동응답 조사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1.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