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냐 정권유지냐…3·9대선, 단일화 효과가 승패 가른다 
  • 김종일·구민주·이원석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04 10:00
  • 호수 1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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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정권교체론’ 구도 완성
與, 호남-부동층 결집 가능성 노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명언만큼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딱 들어맞는 말이 없다. 3월9일 치러지는 대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판세는 아직도 알 수 없다. 지지율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전 양상이다. 양강 후보 지지율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도 다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혼전 양상이 막바지까지 반복되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 막판까지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웠던 대선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역시 “이번 대선은 바늘 하나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면서 “지금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라고 했다.

여기에 사전투표 전날인 3월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 성사를 전격 발표하면서 대선 정국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윤 후보가 2월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 후보로부터 단일화 결렬 통보를 받았다”고 알린 뒤 나흘 만에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은 안 후보가 사퇴한 가운데 집권여당의 이재명 후보와 제1 야당 윤석열 후보, 그리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3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성사된 단일화 효과는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이번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역대 처음으로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까지)에 성사돼 그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가 투표용지 인쇄(2월28일) 후에 사퇴했기 때문에 대선 당일 본투표 용지에는 단일화 결과가 반영되지 않는다. 투표소에 안 후보의 사퇴를 알리는 공고문만 부착된다. 반면 3월4~5일 진행되는 사전투표 용지에는 안 후보 사퇴가 표기된다. 사전투표 용지는 투표소 현장에서 즉석 출력되기 때문이다. 

ⓒ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
ⓒ국회사진취재단·연합뉴스

완성된 ‘정권교체’ 구도…野에 유리해진 국면

야권은 이번 단일화로 ‘정권교체’ 구도가 완성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단일화 시기가 늦어졌고, 위기의식을 느낀 여권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사전투표 독려 등에 주력하며 실제 투표장에 나와야만 정권교체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가 단일화 기자회견에서 “선거에는 ‘고개를 드는 순간 진다’는 말이 있다. 단일화했다는 게 선거를 승리했다는 말이 아니다. 더 노력하고, 국민에 다가가야 선거 승리가 가능하다”고 말한 이유다. 

국민의힘은 본투표일 투표용지가 이미 인쇄됐지만, 유권자들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단일화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만큼 그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남은 선거 기간에 단일화에 신경 쓰지 않고 유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3월3일 “요즘 유권자들은 그 정도는 다 아실 수 있는 분들”이라며 “내일이 사전투표날인데 그 전날인 오늘이 마지노선이자 효과 면에서도 가장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도 이번 단일화 효과가 야권에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단일화로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과 정권교체 구도 완성이라는 상징적인 효과를 극적으로 연출했다”며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 효과만큼 여권에 전반적으로 선거가 어려워졌다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야권이 단일화로 얻고자 했던 효과가 실제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단일화 효과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과 위기감이란 작용과 반작용이 동시에 작용할 것”이라면서 “안 후보의 지지표가 윤 후보와 이 후보 양쪽에 나눠져 가겠지만 그간의 흐름을 보면 윤 후보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한다는 데이터와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 여론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후보에게 더 유리한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도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단일화로 안철수 지지표 중 5는 윤 후보에게, 3은 이 후보에게, 2는 계속 부동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초접전 양상을 고려하면 야권 단일화 효과는 윤 후보에게 긍정적”이라고 했다.

유권자들이 이번 단일화가 우여곡절 끝에 진행됐지만 여론조사 없는 통 큰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을 긍정 평가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김택환 경기대 교수는 “대선 승리법칙은 뭉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지는 것인데, 극적 단일화로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 만큼 중도층이 윤 후보를 지지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막판에 세세한 조건을 안 달고 통 크게 합의하는 유종의 미를 거뒀기 때문에 야권 단일화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3월3일 국회 소통관에 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與 “단일화 역풍 분다…지지층 총결집할 것”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성사된 단일화 파괴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적극 내세우며 지지층이 동요하지 않게 그 파장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3월3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로 이·윤 후보의 지지율 변동이 급격히 이뤄질 것 같지 않다”며 “단일화 과정 자체의 갈등과 윤·안 두 후보의 욕심이 노출되는 과정을 거치며 단일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선거 전략 기조에 대해 “막판 변수가 발생했지만 지금까지의 전략과 기조는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며 “‘유능한 경제대통령 이재명이 적임자’라는 인물론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짧고 굵게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야권 단일화가 정권심판론 구도를 완성하는 역할을 하지만, 지지층 결집을 가져오는 폭발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비치고 있다. 당내에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사태를 잇달아 거론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시 정 후보는 대선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를 번복했는데,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결집하면서 결국 노 후보의 승리로 끝난 바 있다.

당시 ‘대통령 후보 단일화 추진 협의회(후단협)’ 소속이었던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단일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자신의 SNS에 “그날 이후 저는 정치공학을 근본적으로 믿지 않는다”면서 “윤석열-안철수 야밤 단일화 소식을 들었지만 충격적이지 않았다. 20년 전의 경험 때문이다. 정치공학의 시대는 20년 전에 이미 끝났다”고 했다.

적지 않은 전문가는 야권 단일화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민주당 결집을 더 세게 가져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중도층과 무당층 입장에서 보면 이번 야권 단일화 과정이 석연치 않고 설득력이 없다”며 “윤-안 야권 단일화가 심리적으로는 밴드왜건(우세 후보에 대한 지지율 쏠림) 효과를 낼지 몰라도 실제 득표력에는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의 대세를 바꿀 정도의 변수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단일화의 역효과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호남의 경우 이럴 때 결집이 엄청나게 세진다. 원래 대선 때만 되면 엄청나게 결집하는 지역인데, 이 단일화로 그 결집도가 예년보다 훨씬 세졌을 것이다. 호남 출신의 수도권 지지층 등 민주당 세력이 결의를 다지면서 동시에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윤-안 단일화로 안 후보 표의 60% 이상은 윤 후보에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최후까지 기다리던 중도층과 무당층은 다를 수 있다. 이들이 과연 이번 단일화를 감동적으로 볼까. TV토론을 마치자마자, 사전투표 하루 전에, 그것도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시점에 이런 식으로 단일화를 하는 것에 오히려 분노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 교수는 두 가지 지점에 주목했다. 진영 대결이 아닌 ‘정책선거’와 ‘공정과 정의’를 기대했던 합리적 중도층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번 단일화를 ‘반칙’과 ‘특권 나눠먹기’로 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야권 단일화에 청년들이 과연 박수를 보낼까? 청년들이 돌아설 경우 거센 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야권 단일화로 묻혀가던 ‘이재명-김동연 단일화’가 새롭게 조명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상철 교수도 “‘윤-안 단일화’가 없었다면 ‘이-김 단일화’는 그냥 묻힐 뻔한 뉴스였는데, 이제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여권 단일화는 단일화 자체보다는 정책연대 성격을 갖기 때문에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반대 의견도 있다. 김동연 후보의 지지율은 1% 미만이었다. 최창렬 교수는 “김 후보의 지지율이 매우 낮았고, 그 지지자들은 투표소에 가도 어차피 이 후보를 뽑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택환 교수도 “두 단일화는 체급 자체가 너무 다르다”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尹과의 대결도 바쁜데, 심상정도 잡아야 하는 李

야권 단일화로 선거 구도가 이 후보에게 불리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윤 후보와의 경쟁도 벅찬데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표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김택환 교수는 “정의당에 이번 대선은 생존의 문제다. 사실상 마지막 자기 정치를 하는 심 후보는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진원 교수는 “2~3% 정도의 심 후보 표가 1%대로 낮아지고 나머지가 여권으로 이동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은 막판까지 변수가 살아 움직인다는 뜻이다. 실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결과는 3월9일 결정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바로 투표하는 유권자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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