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김소연·윤성, 내가 바로 《싱어게인2》 TOP3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1 16:00
  • 호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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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가수들이 펼치는 희망과 감동의 무대, 마침표를 찍다

JTBC 《싱어게인-무명가수전》 시즌2(이하 《싱어게인2》)가 감동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우승자는 목소리로 희망과 감동을 선사한 김기태다. 《싱어게인2》 파이널 라운드에는 ‘허스키 보이스’ 김기태를 비롯해 톱6인 ‘독보적 음색’ 김소연, ‘음색 깡패’ 이주혁, ‘파란 마녀’ 신유미, ‘보컬 타짜’ 박현규, ‘가정식 로커’ 윤성이 최종 우승을 두고 마지막 경연을 펼쳤다.

역대급 레전드 무대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수도권 9.5%, 전국 8.7%(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동시간대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종 우승자는 온라인 사전투표 10%, 심사위원 점수 40%, 실시간 문자투표 50%를 합산해 결정됐다. 그 결과 김기태가 총점 2807.26점을 받으며 최종 우승자가 됐다. 2위는 김소연(총점 1610.77점), 3위는 윤성(총점 1514.98점), 4위는 박현규(총점 1419.53점), 5위는 이주혁(총점 1418.70점), 6위는 신유미(총점 1228.74점)로 결정됐다.

김기태는 “힘들어하는 많은 무명 가수에게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추가 합격과 패자부활전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톱6에 오른 ‘멘털 갑 소녀’ 김소연은 끝까지 흔들림 없이 실력을 발휘해 2위의 영예를 안았다. 경연 내내 전매특허 초고음으로 압도적인 무대를 펼치며 호평을 받은 윤성은 3위를 차지했다.

《싱어게인2》는 세대 불문, 장르 구분 없이 오롯이 노래 하나만 심사하는 오디션으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높이며 인기를 끌었다. 무명 가수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딛고 이름을 찾아가는 성장 스토리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진 속에서도 굳건히 인기를 지키며 화제를 낳았다.

JTBC 예능 《싱어게인2》의 한 장면. 왼쪽부터 김기태, 김소연, 윤성ⓒJTBC 제공
JTBC 예능 《싱어게인2》의 한 장면. 왼쪽부터 김기태, 김소연, 윤성ⓒJTBC 제공

‘허스키 보이즈’ 김기태

“삶을 이야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싱어게인2》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

“그동안 계속 지켜봐주신 팬들 덕분에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작은 무대라도 부를 수 있다면 불러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가족이 생긴 후 두려움도 있었지만 마지막으로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한 라운드 한 라운드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아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1라운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세미파이널 《그날들》을 불렀을 때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불렀을 때, 그 첫 무대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또 《그날들》은 다시 태어난 느낌을 받았다. 내 이름과 내 노래가 나온다는 게 이런 기분인지 처음 알았다. 노래에는 집중을 못 했지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 결과를 떠나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온전히 내 목소리와 음악만 들렸다.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쟁자의 무대는.

“정말 많다. 굳이 꼽자면 64호 서기님이 《추억의 책장을 넘기면》을 불렀던 무대다.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던 곡이기도 하고, 섬세하고 순수하면서도 쓸쓸한 표현에 감탄했다. 뿐만 아니라 34호 나겸 가수님과 17호 윤성님 노래는 들을 때마다 경이로웠다.”

《싱어게인2》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더 많은 분에게 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욕심 부리지 않고 초심의 심정으로 마음을 담아 노래하겠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가수가 되겠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콤플렉스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내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싱어게인2》를 통해 도전의 폭이 넓어졌다. 호불호가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섬세한 노래를 부를 때 대중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 콤플렉스가 없어진 건 아니지만 자신감이 생겼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중 가장 마음을 흔들었던 평이 있나.

“유희열, 이선희 심사위원님이 하셨던 말씀 중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믿어도 된다’는 말이 큰 힘이 됐다. 내면 깊숙이 숨겨져있던,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1라운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무대 영상이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생각도 못 했다. 제 목소리가 호불호가 많다고 생각해 대중에게 다가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감사하다. 더 고민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널 라운드에 올랐을 때 기분이 어땠나.

“꿈만 같았다. 순위 욕심보단 마지막까지 잘 집중해 후회 없는 무대를 하고 내려오겠다는 마음이었다. 1등?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믿기지 않았다. 사실 컨디션이 안 좋아 감히 높은 순위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오히려 편했다. 한데 내 이름을 호명해 주셔서 얼떨떨했다.”

방송 초반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는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이제는 어떤 수식어로 불렸으면 하나.

“사람의 슬픔을 공감하고 대변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힘들고 슬플 때 ‘힘내’ ‘넌 할 수 있어’ 하는 씩씩한 말도 위로가 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를 만나 크게 울고 나면 그것 또한 큰 위로가 된다. 저는 그런 가수이고 싶다. ‘삶을 이야기하는 가수’이고 싶다.”

 

‘독보적 음색’ 김소연

“마음을 비운 게 득이 됐다”

뛰어난 가창력과 특유의 음색으로 리스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소연은 《싱어게인2》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써내려간 주인공이다. 남다른 실력에도 대진운이 좋지 않아 여러 번 위기를 겪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무대를 보여주며 준우승을 거머쥔 ‘멘털 갑’이다.

 

경연 과정에 고비가 많았다. 가장 힘이 되어준 응원의 메시지는 어떤 것이었나.

“아주 많다. 한 가지만 꼽으라면 누군가 ‘내향인의 영웅 같다’라고 저를 가리켜 칭찬해준 말이다. 기분 좋게 빵 터졌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 MBTI(성격유형검사)가 I(introversive, 내향적인)다. ‘내가 열심히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경연을 하면서 특히 힘들고 고민이 컸던 순간은 언제인가.

“나의 색을 잃지 않기 위해 항상 고민했다.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그때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금이 그런 상태다. 힘들었던 시간을 다 잊어버렸다(웃음). 그 고민 또한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면서 무대를 만들었다.”

《싱어게인2》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신유미 언니가 《그건 너》를 불렀을 때다. 도심 속의 히피를 그대로 보여준 무대 같았다. 멋있었다.”

《싱어게인2》 참가자나 혹은 기존 가수 중에서 함께 무대를 꾸미고 싶은 가수가 있나.

“윤도현 선배님의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또 존경한다.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셔서 곧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될 것 같다(웃음).”

《싱어게인2》는 이전 시즌보다 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2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한 번도 무대를 이겨서 올라간 적이 없다보니까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 패자부활전도 기대하지 않았다. 톱6에 온 것도 스스로 대단한 거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이름이 호명된 것이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게 뭐지, 얼떨떨했다. 기쁨은 나중에 찾아왔다.”

탈락과 패자부활전에서의 합격을 반복했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추가 합격과 패자부활전으로 인해 많이 무너져내렸다. 심사위원분들이 제 노래를 다시 듣고 싶다고 하셔서 정신 차리고 무대를 준비했다. 지금은 즐길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덕분에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 서사를 만들어냈다. 어려움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마음을 비운 게 힘이 됐다.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스스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다. 고생해서 왔으니 더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유명 가수전》과 톱10 전국 투어 콘서트로 만나뵐 거 같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끝났지만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JTBC 제공
JTBC 예능 《싱어게인2》 TOP6ⓒJTBC 제공

‘가정식 로커’ 윤성

“나를 증명하고 싶었다”

밴드 ‘아프리카’의 보컬인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싱어게인2》에 지원했다. 윤성은 “그럼에도 나이도 많고, 한물갔다고 하는 하드록 보컬의 올드한 스타일 노래를 오디션에서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싱어게인2》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밴드 ‘아프리카’로 활동을 한 지 20여 년이 된 무명 보컬이다. 유명한 가수는 무대나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로 환영을 받지만, 우리 같은 무명 뮤지션은 매 순간순간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그 간절하고 아슬아슬한 세월을 20년 동안 보냈다. 이제 다 내려놓을까, 벼랑 끝에서 《싱어게인2》를 만났다. 우리가 무명인 것은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가 없었을 뿐이란 걸 증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간절함과는 별개로 떨어질 줄 알았다. 나이도 많고, 한물갔다고 하는 하드록 보컬의 올드한 스타일 노래를 오디션에서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고야 말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자신의 무대는 뭔가.

“3라운드 《창밖의 여자》를 불렀던 무대다. 그 무대가 제 존재감을 어필한 무대가 아닌가 싶다. 2라운드에서 추가 합격으로 겨우겨우 올라갔던 터라 3라운드에서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흔한 말로 칼을 간 거다. 어떤 평을 들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 눈 한 번 뜨지 못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눈을 뜨니까 심사위원분들이 기립박수를 치고 계시더라.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아쉬웠던 무대는 언제인가.

“5라운드에서 《매일 매일 기다려》를 부를 때 가사를 실수했다. 번호표를 떼고 내 이름을 달고 했던 첫 공연이라서 많이 긴장했다. 실수를 하는 순간에 나는 여기까지구나, 싶었다. 동시에 그럼 마지막이니까 없는 힘까지 다 끌어모아서 고음을 해보자 싶었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경쟁자의 무대는.

“7호 김소연 가수가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불렀던 무대다. 분명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을 텐데 첫 소절 ‘가을엔…’ 하는 순간, 사람들을 확 빨아들이는 힘이 있더라. 저도 경쟁자란 사실을 잊고 푹 젖어 감상했다.”

재즈를 했던 경력이 하드록 밴드 활동에 도움이 됐는지도 궁금하다. 마니아 장르인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재즈를 비롯해 성악과 퓨전국악도 한 경험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팬층을 만나면서 지금의 로커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로커다. 로커는 강한 목소리가 상징인데 나는 그렇진 않다. 맑고 고운 음색을 추구한다. 그게 록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파이널 대전에서 시청자 문자투표를 엄청나게 얻었다.

“파이널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 무대에 내가 서있더라. 최종 3위도 상상하지 못했다. 한데 문자투표로 결과가 바뀐 것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했고, 정말 행복했다. 남편은 긴장돼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면 수많은 록 팬이 투표를 해주신 거 같다.”

김이나 심사위원이 하드록의 높은 진입장벽을 깼다는 의미로 ‘가정식 로커’라는 심사평을 남겼다.

“우리 밴드가 20년 동안 해온 게 바로 그거다. 록 공연장에는 록 마니아들만 찾아온다. 밴드 ‘아프리카’는 록을 잘 모르는 분들도 공연장으로 오게 만들고 싶어 다양한 음악 작업을 많이 시도했었다. 국악이나 클래식과 콜라보 공연도 하고, 어쿠스틱 콘서트도 했었다. 저의 노래 스타일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록은 강하기도 하지만 뜨겁고 경쾌하고 신난다. 또 가장 작은 소리부터 가장 큰 소리까지 모든 소리와 감정을 아우르는 포용력 강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수식어로 불렸으면 하나.

“한동안은 ‘가정식 로커’로 많이 불릴 것 같다. 친근한 모습으로 다양한 곳에서 록 음악을 비롯해 많은 스타일의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 한편으로는 ‘정통 하드록 가수’로서 공연장에서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하다. 그러니 꼭 공연장에 한 번 오셔서 제 모습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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