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개발 물거품?”…호재냐 악재냐, 불안한 용산 주민들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1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졸속 이전’ 비판엔 한 목소리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가 있은지 하루가 지난 21일 국방부 앞에 이 결정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나영 기자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발표가 있은지 하루 뒤인 21일 국방부 앞에 이 결정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나영 기자

"50층 빌딩 들어설 예정이었는데, 진행이 될까요?"

"식당 손님이 많아질 것 같아 대환영이에요."

"시국이 혼란한데,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집무실 이전이라니..."

'용산 대통령 시대' 발표가 있은 지 하루가 지난 21일 국방부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인근지역 재개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한편 동네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상권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각자 처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나뉘면서도 이전 결정 속도와 방식에는 대체로 놀라는 분위기다. 

현재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청사 이전 환영'과 '청와대 국방부 이전 결사반대' 현수막이 동시에 걸려 있다. 주민들 간에 논쟁이 더 깊어질 새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전날 국방부 청사 자리에 대통령 집무실을 꾸리겠다고 결정해 발표했다. 오는 5월10일 취임식 전까지 이전을 완료하고 취임 당일부터 이 곳에서 근무하겠다는 계획이다. 

삼각지역 근처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A씨는 '용산 집무실 결정' 이후 "매도와 매수 전화가 동시에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재개발 구역의 거주자나 투자자들은 재개발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해 매도 의사를 전하는 반면 용리단길 쪽은 상가에 투자하겠다는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A씨는 집무실 이전 결정과 관련해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보안에 유리하다고 하는데, 현재 상태만 본 것이다. 개발 이후 동네 모습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주변 재개발 구역인 '캠프킴'과 '158번지' 자리에 각각 50층, 30층짜리 건물이 들어설 것으로 10년 넘게 계획하고 추진해왔는데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그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데 주변 고층빌딩 건축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은 앞뒤가 안맞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용산공원 조성에 속도가 붙고 주변 상권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에 환영하는 주민들도 있다. 또다른 공인중개사 직원 B씨는 "청와대 직원들이 옮겨오면 현재보다 상주인구가 3배는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하니 상인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씨 또한 "청사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지면 장사가 더 잘 될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 청사 옆 재개발 구역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나영 기자
국방부 청사 옆 재개발 구역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박나영 기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다르면서도 주민들은 이전 결정절차와 방식에는 하나같이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국방부 후문쪽에 자리잡은 식당 주인 D씨는 "이번 일을 보며 '대통령 말 한마디가 정말 무섭구나' 하는 걸 느꼈다"면서 "어린시절에나 보던 소위 '무대뽀(앞뒤 생각 없이 행동하는 모양)'라는 게 이런 방식 아니냐, 아파트건물 한 단지가 이사를 해도 이렇게 대책 없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당선 이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집무실 이전이라니 일의 순서가 맞지 않다"면서 "우선 급한 코로나19 문제, 민생경제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아웃라인이라도 잡아놓고 집무실을 이전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목적인 '소통'이 제대로 될 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다른 인근 식당 주인 E씨는 "국민과 소통을 원하면 청와대를 더 개방하면 될 것을, 본인 의지가 중요하지 굳이 용산으로 와야 소통이 되는거냐"며 "국민 세금을 그렇게나 들여서 옮겨온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했다. D씨도 "소통을 하려면 청계천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는 게 맞지않냐"고 했다.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가 한 곳에 위치한다는 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느끼고 있다. A씨는 "대통령과 국방부가 한 곳에 있으면 타겟이 되기 쉽지 않겠냐"면서 "외국은 분산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붙여놓는다니, 불안하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