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재래식 화장실서 숨진 근로자…法 “업무상 재해 인정”
  • 변문우 디지털팀 기자 (qusansdn@gmail.com)
  • 승인 2022.03.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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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열흘 일하고 하루 쉬었다가 다시 근무…法 “화장실 환경도 사인에 영향”
2020년 한 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882명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의 절반이 ‘건설업’ 현장에서 발생했고, 가장 많은 사고 유형은 추락·끼임 사고였다. ⓒ연합뉴스
‘건설업’ 공사현장(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공사 현장에서 열흘간 쉼없이 일한 노동자가 열악한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하던 중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2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김국현)는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1년 간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3개월 쉰 뒤, 2019년 4월 다시 현장 근무를 시작했다. 이때 A씨는 열흘간 연속 근무 후 하루 쉰 뒤 다시 업무를 하던 중 공사 현장에 설치된 재래식 이동화장실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A씨는 곧장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으며, 부검 결과 사인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이 "고인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유족은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은 3개월 쉰 뒤 10일간 연속으로 업무하는 등 근무시간 및 강도가 사망 전 짧은 기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며 "(지병인) 심장질환이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전문가들의 소견을 참고해 A씨가 쓰러진 화장실의 환경도 사인으로 거론하며 "좁은 화장실 공간과 악취가 고인을 직접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관상동맥 파열 등에 악화 요인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진료기록 감정의는 업무상 과로와 겨울철 배변행위 중 '발살바 효과(숨을 참은 상태에서 갑자기 힘을 주면 순간적으로 체내 압력이 급상승하는 것)' 등으로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가 감소하면 심박출량이 줄어 급사에 이를 수 있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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