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교통통제하면 5분 출근”…통제 없으니 12분 걸렸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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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용산 집무실 시대’ 걸어보고 몰아보니…공관촌~국방부 통제하면 속도 감소로 시민 불편 예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이 확정된 가운데, 주변의 교통 상황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우려되는 부분은 출퇴근 경로다. 일단 출근 시작점은 윤 당선인 측이 관저로 지목한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공관의 정확한 위치나 지번은 공개된 바 없다. 대신 국방부∙외교부 장관과 국회의장 등의 공관이 밀집한 공관촌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관촌 입구에서 국방부 청사 정문까지의 거리는 약 3.4km다.

시사저널은 그 사이를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봤다.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을 지나는 큰길(용산구 이태원로)이 도보상 최단 경로다. 여기를 따라 걸으면 육교 1번, 횡단보도 4번을 건너야 한다. 공관촌 입구에서 출발한 기자가 국방부 청사와 인접한 주한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담벽에 다다를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24분. 이후 담벽을 끼고 국방부 청사 정문에 도착하니 15분이 더 걸렸다. 총 39분이다.

3월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 ⓒ 연합뉴스
3월2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의 모습. ⓒ 연합뉴스

 

걸으면 39분…’靑 9분 출근길’ 비해 비효율적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집무 공간인 비서실(여민관)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데는 9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청와대 출근길과 비교하면 명백히 비효율적이다. 더군다나 공관촌과 국방부 청사를 잇는 이태원로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번화가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20년 1월 이태원 상권 하루 평균 유동인구는 13만 여명에 달했다. 대통령이 인파를 뚫고 걸어서 퇴근한다는 건 고려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윤 당선인은 당초 도보 출근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국방부 청사 남쪽에 새로 지을 관저가 완공된 이후다.

이태원로가 아닌 우회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남동 공관에서 한강 쪽 큰길(용산구 서빙고로)로 내려온 뒤, 큰길에서 이어진 국립중앙박물관을 지나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경로는 약 5.1km를 이동해야 한다. 또 인도가 좁고 차로 위주라 걸어가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윤 당선인은 차량 출근을 시사했다. 그는 3월20일 기자회견에서 “(한남동 공관에서) 교통 통제하고 들어오는데 3~5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시민의 큰 불편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전 9시에 출근했다. 기자는 이에 맞춰 3월22일 오전 8시30분에 차를 몰고 한남동 공관촌에서 국방부 청사 정문으로 이동해봤다. 시속 30km 제한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과 신호등 19개를 지나야 했다. 그 결과 총 시간은 12분이 걸렸다. 대기 시간을 포함한 평균 속도는 시속 17km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ㄱ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공관 입구. ⓒ 시사저널 박정훈
3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회의장 공관 입구. ⓒ 시사저널 박정훈

 

‘5분 출근길’은 통제시 가능…우회로는 통제조차 힘들어

윤 당선인이 실제 이 길을 차로 이동할 때는 도로와 신호가 통제되니 대기 시간이 없어진다. 이를 고려하면 도심 규정 주행속도(시속 50km)로 출근길(3.4km)을 달렸을 때, 이동시간은 약 4분이란 계산이 나온다. 윤 당선인의 예상 소요 시간인 3~5분과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주변 통제로 인한 시민 불편은 불가피해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2월 오전 8시 기준 해당 출근길(이태원로) 차량 통행속도는 평균 시속 27.5km다. 차량 통제가 시작되면 서울 도심생활권의 오전 통행속도(26.2km)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으로 차로 이동한 적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쯤 경찰 오토바이 10여대의 호위를 받으며 강남 테헤란로 등 5.5km 거리를 8분만에 가로질렀다. 테헤란로는 늘 차가 막히는 것으로 유명한 구간이다. 당시 온라인에서는 테헤란로의 극심한 교통 정체에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윤 당선인의 출근길도 비슷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한편 서빙고로를 통과하는 우회로(5.1km)는 기자가 차로 지나갔을 때 10분이 걸렸다. 도로를 통제한 뒤 규정 주행속도로 달리면 6분으로 단축된다. 그러나 통제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서빙고로는 이태원로와 달리 시내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주간선도로다.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많고 차량 속도도 빠른 편이다. 서빙고로의 경우 1월 주중 오전 8시 기준 통행 차량은 평균 2793대에 달했다. 더군다나 강남권을 연결하는 동작대로와 겹치는 구간이기도 하다.

3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당선인의 임시 관저로 사용 예정지에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비롯해 외교부 장관 등 공관들이 몰려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3월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당선인의 임시 관저로 사용 예정지에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비롯해 외교부 장관 등 공관들이 몰려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집회 관리는 용산서 담당...”삼각지 교차로 가능성 커”

또 다른 우려 사항은 집회∙시위 관리다.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구로 옮겨감에 따라 집회∙시위의 관리 책임 기관이 기존 종로경찰서에서 용산경찰서로 바뀌게 됐다. 용산서 관계자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면 삼각지 교차로(이태원로와 한강대로가 교차하는 지역)가 가장 가능성이 큰 곳”이라고 했다.

삼각지 교차로는 왕복 12차선의 넓은 찻길임에도 교통 체증이 심한 편이다. 강북의 대표적 상권인 홍대(마포구)와 이태원(용산구)를 잇는 지역이라 주말에는 특히 붐빈다. 2019년 이전까지 차로 변경과 보행자 무단횡단 등으로 교통사고가 연 평균 16건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국방부 청사 앞을 지나는 이태원로는 왕복 4차선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병목 현상을 피하기 힘들다.

단 관련 법률(집시법)은 특정 집회나 시위가 교통을 방해할 경우 이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통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판단되면 해산을 명령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방부 청사 주변이 모두 찻길이고 광화문 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없어 교통 대란을 일으킬 만한 집회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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