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걸렸으니 괜찮다?…오미크론 재감염률 봤더니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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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129명 재감염…“코로나19 특성상 변이 계속되면서 재감염 빈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한 신속항원검사 키트에 양성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경기도 안성시보건소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한 신속항원검사 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난 한번 (코로나19에) 걸렸으니 걱정없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장인 이아무개씨(46)의 말이다. 혹시나 걸릴까 노심초사하며 지냈는데 확진되니 면역력이 생긴 것 같아 차라리 한시름 놓게 됐다는 것이다. 이씨와 같이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에게서 안심이 된다거나, 자유로워진 느낌이라는 반응이 많다. '수퍼항체'가 생겨 걱정없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과연 코로나19에 한번 걸렸던 이들은 재감염 우려가 없는걸까. 

질병관리청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코로나19에 두차례 감염된 사람은 290명이다. 증상 유무에 관계 없이 최초 확진일 90일 이후 PCR(유전자증폭)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거나, 최초 확진일 이후 45일~89일 사이 PCR 검사 양성이면서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 노출력(또는 해외여행력)이 있는 경우 재감염 사례로 분류한다. 확진일로부터 45일 이전에는 검사결과 양성이 나와도 기존 감염 바이러스가 체내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사례에 포함하지 않는다. 

재감염 발생 건수는 바이러스 우세종이 바뀌는 기점에 따라 규모가 달라졌다. 초창기인 2020년 2월부터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6월까지 재감염 사례는 2건(0.7%)에 불과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재감염 사례는 159건으로 늘었다. 이어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올해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두달 반 동안 무려 129건의 재감염이 발생했다.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재감염 건수가 급증한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누적 확진자 수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BA.1)에 이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BA.2'가 우세종이 되면 다시 재감염 사례가 늘어날까. 최근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바이러스인 'BA.2'의 국내 검출 비중이 급증하면서 유행 정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내·국외 감염사례의 대부분이 오미크론 변이로 확인됐고, 세부 계통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국내 사례에서 BA.2의 검출률이 최근 4주새 10.3%에서 41.4%로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BA.2는 BA.1보다 전파력이 30% 정도 높으나 중증도나 입원율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재감염 사례는 과거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던 사람들이 오미크론 변이에 다시 감염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오미크론에 한차례 감염된 사람이 다시 오미크론에 감염되거나 BA2에 재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일 성명에서 오미크론에 걸렸던 사람이 BA.2에 걸린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한동안은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하위 변이가 유사해 어느 정도 교차 면역방어가 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해 방역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사례를 볼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가 계속되면서 재감염이 매우 빈번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변이는 마지막 변이가 아니고 분명 다음이 등장할 것"이라며 "오미크론에서 BA.2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만약 다음 변이의 전파능력이나 면역회피 능력이 오미크론을 대체할 정도가 된다면 새로운 변이로 인한 유행은 당연히 진행된다"고 예상했다. 

수퍼항체라는 것도 지속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이번 유행을 통해 어느 정도 면역수준을 획득하게 될지, 백신의 3회 접종의 효과 감소가 어디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오미크론 감염 후 획득된 면역이 얼마의 속도로 감소할지도 아직은 데이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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