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읽어야 범죄가 보인다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7 11: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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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인문학 접목한 경찰대 노성훈 교수의 《사이코패스의 저편》
사이코패스의 저편│노성훈 지음│텍스트CUBE 펴냄│320쪽│1만6000원
사이코패스의 저편│노성훈 지음│텍스트CUBE 펴냄│320쪽│1만6000원

이 시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장 주요한 소재 중 하나는 범죄다. 《소년심판》 《어느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등 드라마의 관심도 그런 수요에서 나왔다. 이와 더불어 프로파일러, CSI 등 과학수사 개념들도 대중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범죄의 핵심적 내면을 차지하는 것은 인간의 심리다.

그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파야만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현직 경찰대 교수가 쓴 《사이코패스의 저편》은 인간 심리의 궁극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을 기록한다. 다양한 문화 개념이나 심리 코드가 동원되고, 여기에 쉽게 볼 수 없을 분량의 영화 등이 동원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범죄를 떠나 인간 심리의 다양한 군상을 바라볼 수 있다. 저자는 가장 먼저 범죄의 근원을 찾아간다.

“범죄자의 신체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열등한 특징이 존재한다는 롬브로소나 자손의 분석을 통해 범죄가 전승되는 것을 분석한 헨리 고다드의 연구 등 범죄가 타고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항상 있어왔다. 만약 그게 옳았다면 우리는 범죄를 예측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유의지다. 모든 범죄자가 유전적 결함을 갖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며 유전적 영향이 자유의지를 박탈하는 수준까지 이르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유전자, 젠더, 불안, 혐오, 자본주의, 권력 등 다양한 주제에 풍부한 영화나 드라마를 동원해 독자들의 호기심을 이끈다. 특히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영화를 선별해 좀 더 쉽게 사유를 나누며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이야기로 독자의 몰입도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의 안과 밖을 살핀다.

“고등학교 때 촌놈으로 불리며 공부와 담을 쌓은 친구가 있는데 나중에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투기 조종사를 거쳐 민간항공사 기장이 됐다. 그가 바른길로 간 것은 끊임없이 그를 설득하고 격려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화이트헤드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단일한 정체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이나 《프레셔스》의 주인공처럼 자기 초월을 통해 바른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범죄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회 속에서 작동한다고 보고, 그 근본을 알아가는 것의 가치를 말한다.

“미셸 푸코는 현대사회 속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면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교묘하게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고발했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사회의 계급구조가 내재한 육체를 말한 아비투스도 비슷한 의미다. 자본주의, 권력 등 우리 사회에 있는 범죄의 근원에 접근해 가야 한다.”

아울러 실증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철학을 외면한 범죄학이 이제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된 만성적 불평등과 노동력 착취, 근원적 사회경제적 구조의 모순 등의 이면을 제대로 봐야만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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