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릭서가 ‘세상을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9 10:00
  • 호수 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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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보호단체 후원하는 액세서리 브랜드 델릭서
이상봉 대표 “델릭서는 삶과 브랜드의 방향 일치시킨 결과물”

그에게 봉사활동과 기부는 삶의 한 방향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기부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해 왔다.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농아들을 위한 교육봉사를 매주 다녔다. 공군 대위로 군생활을 하면서 봉사의 가치를 자주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던 청년은, 전역 후 사회에 뛰어들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기로 했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델릭서가 2021년 ‘세상을 움직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이다.

이상봉 델릭서 대표(30)는 수익금의 일부를 매달 유기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하고, 직접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삶의 방향을 지켜가고 있다. ‘실천하는 가치소비’라는 슬로건에 호응도 이어진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온라인 쇼핑몰 누적 회원 수는 지난해의 8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델릭서의 가치를 응원하는 이들의 주문이 해외에서도 들어오고 있다. “삶의 방향과 브랜드의 방향을 일치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이상봉 대표를 통해 델릭서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이상봉 델릭서 대표 ⓒ 시사저널 임준선
이상봉 델릭서 대표ⓒ시사저널 임준선

‘행동하는 동물 사랑’에 매달 후원

델릭서가 판매하는 상품들에는 하나의 키워드가 추가된다. ‘유기동물 후원’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유기동물은 6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유기동물보호소를 찾는 자원봉사자들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보호소의 여건은 더 어려워졌다. 특히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유기동물보호소는 비용과 일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매일 유기견 보호 커뮤니티를 살피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이 대표는 후원 제품을 제작해 매달 판매수익의 일부를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기로 했다. 델릭서가 기부를 이어오는 단체는 민간봉사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에서 시작돼 2014년 정식 등록된 유기동물 보호단체 ‘행동하는 동물 사랑’이다.

매달 매출의 10%, 혹은 그 이상의 기부금 영수증이 델릭서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다. 매출에 따라 변동이 있지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이르는 기부금이 유기동물 보호단체에 전달된다. 기부금은 동물들의 식비나 간식비, 치료비뿐 아니라 견사를 건설하거나 보호소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쓰인다. 인력이 부족한 것이 유기동물보호소의 현실이기에, 이 대표는 매달 지인들과 함께 보호소를 찾아가 봉사활동에도 참여한다.

그가 이 단체에 기부와 봉사활동을 이어오는 이유는 뭘까. 그는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유기동물보호소 중, 실질적으로 유기동물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곳이 어딘지를 고민했다. 동물들을 안락사시키지 않고, 생이 다할 때까지 혹은 좋은 주인을 만날 때까지 보살펴준다는 것을 알고 이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동물을 좋아해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오히려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책임감이 더 생겼다”고 했다. 방문 전에 지인들을 직접 교육하는 스태프 같은 역할까지 도맡아 할 정도로 보호소 봉사활동도 익숙해졌다.

이 대표가 봉사활동을 직접 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봉사활동의 시작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시작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또 하나는 후원금이 잘 활용되고 있는지를 직접 살피기 위함이다. 이 대표는 “내가 기부하는 돈이 잘 쓰이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델릭서의 가치를 믿고 구매해 주시는 고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후원하는 곳에서 직접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이 후원을 통해 어떤 점들이 변했는지, 앞으로 어떤 점들이 필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공감하면서 기부와 후원을 이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상봉 대표가 한 유기견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는 델릭서의 가치에 대한 응원도 이어진다. ⓒ 델릭서 공식 인스타그램
이상봉 대표가 한 유기견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찍은 사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는 델릭서의 가치에 대한 응원도 이어진다.ⓒ델릭서 공식 인스타그램

‘선한 영향력’으로 브랜드 가치 알려져

연예인들이 델릭서 제품을 착용하면서 ‘선한 영향력’도 전파됐다. 동물을 사랑하는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지난해 3월 네이버 브이라이브에서 착용한 팔찌가 유기동물을 후원하는 델릭서의 제품이라는 것이 이후에 알려진 것. 좋은 취지에 공감한 팬들의 구매가 이어졌고, 해당 팔찌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유기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국내 팬들과 해외 팬들이 델릭서의 의미 있는 후원에 지속적으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델릭서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스타와 의미 있는 행동을 이어가준 팬덤에 보답하고자 판매금액의 10%를 기부한 것은 물론, 정국의 생일인 9월1일에 맞춰 자원봉사자들이 착용할 수 있는 모자와 191만원을 ‘행동하는 동물 사랑’에 후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선한 영향력’을 실천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연예인들이 착용해 주시면서 일시적인 판매 증진 효과도 있었지만, 그 선한 영향력을 통해 델릭서의 활동과 방향성을 알게 되신 분들이 꾸준한 응원을 보내주신다. 후원의 의미를 담아 선물용으로 구매해 주시는 고객도 많다. 이 가치를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저희의 몫이기에, 제품마다 의미 있는 스토리를 담기 위해, 더 많은 후원을 이어나가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델릭서의 액세서리 제품군에 서지컬 스틸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에는 이런 브랜드의 목표와 의미가 변질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도 있지만, 부담 없는 가격에 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도 녹아있다. 내구성이 좋은 제품임에도 재구매가 이어지는 이유는 유기동물 후원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는 고객이 친구와 지인들에게 같은 제품을 구매해 선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후원을 하는 브랜드’가 아닌, ‘제품도 좋고 취지도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이 대표는 매일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올바른 방향성을 위한 델릭서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차원에서,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미에서 일부 제품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부, 후원뿐만 아니라 직접 봉사활동을 하며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 많은 이에게 공감을 받고 그 공감을 통해 좋은 프로젝트들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이자 델릭서의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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