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마을의 ‘시린 봄’…“매화인가 구름인가”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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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내려앉은 남도…“춘래불사춘이라더니, 그래도 매화 피었네”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 ‘산기슭 매화’…탐매꾼 ‘핫플레이스’ 부상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계절이다. 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운 듯 트집을 잡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3년째로 마음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이다. 모두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가급적 집 밖으로 나설 일을 만들지 않는다. 봄꽃축제도 진즉 사라졌다. 그래도 남도에 봄이 왔다. 3월 하순, 남도 땅은 이미 춘풍이 한가득하다. 가장 먼저 봄을 전하는 전령은 섬진강변의 매화다. 

3월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3월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작가 김훈은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섬진강 하류 서쪽, 전남 광양시 다압면. 다압면은 가장 먼저 매화꽃 잔치를 펼쳐 보이는 곳이다. 강을 따라 산기슭에 들어앉은 마을마다 매화나무가 지천이다.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를 따라 산기슭으로 매화나무밭이 줄줄이 이어진다. 매화꽃 감상의 중심지는 다압면 섬진마을이다. 주민 대부분이 매실농사를 짓고 있어 매화마을로 불린다. 매실 장인 홍쌍리(78)씨가 일군 청매실농원이 있는 곳이다.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는 소설가 김훈이 표현한 그대로였다. 

봄볕을 받아든 매화마을은 눈이 시리도록 희었다. 개화가 여느 해보다 열흘 가까이 늦었지만, 막바지 추위를 견뎌낸 ‘군자’답게 매화 꽃잎은 더욱 선명하고 향기 또한 짙게 느껴졌다. 다압면 면사무소 한 직원은 “올봄은 가뭄이 든 반면 큰 서리가 없어 유독 매화가 곱다”며 “2주 전부터 꽃망울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해 지난 주말 만개했으나 4월초까지도 너끈히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3월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3월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작가 김훈은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시사저널 전용찬
3월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3월 24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5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이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 또한 가득했다. 작가 김훈은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고 표현했다. ⓒ시사저널 전용찬

올해까지 3년째 못 열렸지만 ‘광양 매화축제’가 열리는 것도 이즈음 여기에서다. 마을 입구엔 ‘광양 매화 축제 취소 방문 자제 바란다’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꽉 찼다. 어림잡아도 400대는 넘어 보였다. 관광버스는 없었고, 대부분 승용차였다. 연인·가족들이 사진찍기 바쁘고, 전문 사진가들은 이 모습을 렌즈에 담기에 바빴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대여섯명의 20대 남녀 젊은이는 취재진에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매화 반 사람 반’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흥청거리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다들 차분하게 봄꽃을 즐기고 있었다. 관광객 대부분 인터뷰를 꺼렸다. 한 20대 연인은 “몰래 왔다”고 말을 줄이며 마스크 너머로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한 중년 남성은 “온 가족을 데리고 오랜만에 나왔더니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고 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이민선(54)씨는 “마치 무지개떡을 펼쳐 놓은 것처럼 하얀 백매화와 분홍빛 홍매화가 섞여 빚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해마다 광양 매화마을을 찾고 있다”면서 “코로나가 하루 빨리 종식돼 마스크 벗고 마음 편히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매실농원에서 나와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다압면~곡성~구례 방향)를 따라가니 산기슭 매화나무밭이 줄줄이 이어진다. ‘매화 반 사람 반’으로 번잡한 청매실농원보다 매화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탐매꾼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청매실농원에서 나와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다압면~곡성~구례 방향)를 따라가니 산기슭 매화나무밭이 줄줄이 이어진다. ‘매화 반 사람 반’으로 번잡한 청매실농원보다 매화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탐매꾼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청매실농원에서 나와 섬진강변 861번 지방도(다압면~곡성~구례 방향)를 따라가니 산기슭 매화나무밭이 줄줄이 이어진다. ‘매화 반 사람 반’으로 번잡한 청매실농원보다 매화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탐매꾼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곡성과 구례가 점점 가까워지자 강변이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10여년 만하더라도 섬진강변에는 광양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빛을 잃으면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내밀었지만 지금은 거의 같은 시기에 피고 있다. 상춘객의 입장에선 한걸음에 매화와 산수유의 꽃 잔치를 볼 수 있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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