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이유로 예비군 훈련 거부한 양심적 거부자, 4년 만에 무죄
  • 안수교 디지털팀 기자 (hongsalami@naver.com)
  • 승인 2022.03.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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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 인정한 헌법재판소·대법원 판결 영향
검찰 재상고…대법원 판단 지켜봐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30대가 4년여간의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당시 부상준 부장판사)는 예비군법·향토예비군 설치법 위반 혐의를 받는 A(31)씨에 대해 벌금 30∼300만원을 선고한 4건의 원심을 모두 깨고 파기환송심에서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군 복무 당시 여호화의 증인 신자가 아니었던 A씨는 전역 후 예배와 봉사활동에 참석하다가 2016년 정식 신자가 됐다. 이후 A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작계훈련 등 예비군훈련 소집 통지서를 6차례 받고도 훈련장에 나가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A씨는 “종교적 교리와 양심의 자유에 따라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예비군법상 훈련 불참의 정당한 사유”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8년 5월 A씨의 주장을 기각했지만 “원심판결의 각 죄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과 11월 각각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 여호와의 증인 신자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헌재는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았던 병역법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이들이 처벌받지 않고 대체복무를 할 길을 열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1월 A씨의 재판에서 예비군법상 훈련을 받지 않을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무죄 취지로 선고를 파기하고 사건을 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은 종교적 신념에 기초해 형성된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훈련 거부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라고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21개월 군 복무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일반 군 복무보다는 훨씬 수월하고 단기간인 예비군 훈련만을 거부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를 징병제나 군대조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진정한 양심과 관련 없는 사유에 따른 단순 입영 기피와 동일하게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이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하면서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군 장병들의 모습 ⓒ연합뉴스
군 장병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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