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완화된 장애인 지하철 시위…첫 시험대 오른 尹 인수위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03.2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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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發 공방 격화에 ‘전장연 후원’ 시민 행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3호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열린 지하철 시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위해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 아침 서울지하철에서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 지하철 시위의 강도가 29일엔 한 단계 완화된 모습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와 전격 만남을 가진 직후 이어진 시위는 기존의 승·하차 형식이 아닌 승차로만 진행돼 열차 지연이 발생하지 않았다. 전장연이 새 정부와 원만한 합의를 거쳐 지하철 시위를 마침내 중단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박경석, 최용기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9일 오전 7시40분경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회의실에서 임이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과 약 30분간 회동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인수위에 "내년도 예산에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위해 807억원을 편성하고,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 24시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활동지원예산 2조9000억원을 편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특별교통수단의 지역별 격차 해소를 위한 기재부의 관련 시행령 개정 ▲장애인평생교육법 통과 ▲고용노동부 차원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침 마련 등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인수위 측은 요구안 실현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장연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쳐 하루 뒤 시위 계속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인수위와의 한차례 만남을 가졌지만 전장연의 시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인수위가 검토 의견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약속은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위 측은 이날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함과 애로사항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서 요구안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결국 새 정부의 의지에 달린 모양새다. 장애인 공약 1호로 '이동권 확대'를 내세운 윤 당선인의 공약 실현 의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장애인 이동권 확대(시외·고속·광역버스에 저상버스 투입, 장애인콜택시 확대) ▲개인예산제 도입 ▲4차산업형 인재 육성 및 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 ▲장애학생의 예술 교육 및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강화 ▲발달지연·장애영유아 위한 국가 지원 강화 등이 담겼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 5호선 여의도역에서 첫번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이달 28일까지 25번의 지하철 시위를 벌였다.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문을 지나다니며 운행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0년간 지하철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등 교통약자를 위한 인프라 확충을 요구해왔지만, 정부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뤄온 데 따른 선택이었다.

시위는 대선 기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중재 등으로 한달 간 중단됐지만 최근 다시 시작됐다. 22번째 시위 이후 전장연 측은 "차기 대통령이 인수위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3월23일까지 밝혀 달라"며 운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자, 시위를 재개한 것이다.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이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복지분과 간사와 김도식 인수위원이 29일 오전 경복궁역 서울교통공사 경복궁영업사업소 회의실에서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연일 내놓은 전장연 시위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전장연을 후원하는 시민 행렬을 낳고 있다. 시민들은 전장연 시위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서울교통공사의 SNS 게시글에 답글을 첨부하는 방식의 릴레이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전장연 후원 계좌에 소액을 기부한 인증 사진과 함께 "시위 탓만 하지 말고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한 대책 마련에 나서라", "전장연 연대해요", "끝까지 투쟁합시다" 등의 메시지를 올렸다. 

시위가 벌어질 때마다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는 바람에 직장이나 약속에 늦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며 시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 이 대표가 SNS에서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 등 수위 높은 발언을 계속 하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번진 데 이어, '장애인 혐오'와 '편가르기'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당 내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논쟁이 격화되면서 장애인 이동권 확대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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