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시론] ‘지·못·미’라는 허구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2.04.01 17:00
  • 호수 1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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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월24일 야당의 길을 걷게 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다. 상식적으로 취임 일성은 “우리 당을 지지하는 국민 여러분을 대변해 새 정부의 잘잘못을 잘 가려 투쟁할 건 투쟁하고 협조할 건 협조하는 새로운 정당으로 탈바꿈해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도록 하겠다” 정도가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의 취임 일성은 이랬다.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윤석열 당선인을 향해 “윤석열 당선인의 독선과 불통,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심상치 않다”며 “검찰 전횡이 현실화되면 싸우겠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 사흘 후인 3월27일에는 송영길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다시는 지·못·미를 외치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못·미란 2009년 가족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자 그 지지자들이 사용한 말이다.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당선 사례 구호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것을 제시한 적이 있다. 어떻게 모든 국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이는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선동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뒤집으면 현실적인 명제가 된다. ‘대통령도 국민입니다.’ 그래서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일반 국민처럼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자살로 인한 충격은 과거 그의 지지자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특히 노무현 정권 말기는 지금 문 대통령 말기와 달리 진보진영까지 그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런 비판에 대한 미안함이 모여 만들어진 허구가 바로 ‘지·못·미’다.

그런데 엄연히 가족들의 뇌물수수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못·미’하는 사람들은 애써 이런 범죄 사실에는 눈감고 자신들의 미안함을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로 왜곡 투사시켰고 그것이 이어져 ‘문빠’ ‘대깨문’  탄생으로 이어졌다. 현재 임기 두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40%를 넘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일 뿐이다.

그러나 ‘지·못·미’가 허구임을 드러낸 것은 문재인 정권의 지난 정권 수사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노 전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못·미’ 현상은 가족 범죄에 대한 자괴감에 따른 극단적 선택에서 비롯된 왜곡된 사회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특정 집단은 바로 이런 허구에 입각해 지난 5년간 정치권력을 행사했고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Out!’ 판정을 받았다.

이런 허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유사(類似) 비장미’로 충만했다. 그로 인해 흐릿해 가던 민주·반민주 이분법이 되살아났고 친일·반일 프레임이 기승을 부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도 파고 들어가보면 ‘지·못·미’에서 나오는 유사 비장미 때문이었다.

그것을 상징하는 인물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돌이켜보면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대통령도 아니고 일개 법무부 장관이 SNS에서 반일을 선동하자 온 나라가 반일 열풍에 휩싸였다. 유사 비장미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사실도 없었고 논리도 없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나 송영길 전 당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일성으로 누구누구 지키기를 선언하고 나온 것은 우리 사회에 유사 비장미의 포로가 된 사람들이 만만치 않게 포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새 집권세력은 이들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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