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광주시장 선거…이용섭 vs 강기정 ‘리턴매치’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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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이냐 설욕이냐” 李·姜 2파전…정준호 변호사·김해경 교수 가세
국민의힘 안갯속, 송기석·김경진 자천타천 거론…당사자 모두 손사래
민주당 일당 독주에 맞서 정의당 장연주·진보당 김주업 ‘출사표’

6·1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유력한 광주시장 후보인 이용섭 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다. 호남정치 1번지인 광주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최근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획득한 85.3%라는 압도적 득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6월 광주시장선거에도 ‘더불어민주당 공천=당선’ 구도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 공천장을 누가 거머쥐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광주광역시장 출마 예상자. 사진 왼쪽으로부터 강기정·김주업·김해경·이용섭·장연주·정준호 예비후보 ⓒ시사저널 ​
​광주광역시장 출마자. 사진 왼쪽으로부터 강기정·김주업·김해경·이용섭·장연주·정준호 예비후보 ⓒ시사저널 ​

‘행정의 달인’과 ‘최장수 정무수석’의 싸움…공천 혈투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4파전 양상이다. 특히 ‘빅2’ 경쟁이 치열하다. 이용섭 현 광주시장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간에 맞대결로 짜여지고 있다. 지방정가에선 둘의 공천 경쟁을 혈투라고 규정한다. 두 사람이 중앙당 컷오프를 통과한다면 4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된다. 민선 7기 지방선거 때 이 시장은 강 전 수석을 필두로 민형배·최영호 등 3명 후보의 공동연대에 맞서는 형국이었다. 당시 선거구도가 ‘1대3’이었다면 지금은 ‘1대1’의 맞대결이다.

민주당 경선은 이 시장의 수성이냐, 강 전 수석의 설욕이냐의 싸움이다. 정통 행정관료 출신과 정치인 출신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4년 전 선거에서는 이 시장이 당내 경선 투표에서 52.9% 득표율을 기록해 32.2%를 얻은 강 전 수석을 눌렀다. 이번에는 승부 예측이 녹록치 않다. 높은 인지도와 함께,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이 시장이 유리할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맞붙게 된 이 시장과 강 전 수석은 각각 다양한 행정 경험과 정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과 정무 감각을 내세우는 한편 서로에게 ‘견제구’를 날리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행정고시를 거쳐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 정책위부의장,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 중앙정부 요직을 거치며 ‘행정의 달인’, ‘난제 해결사’로 불리는 이 시장은 전문성을 강조한다. 정치인 출신인 강 전 수석에 비해 시정을 효율적으로 이끌고 지역 현안을 정확히 진단, 중앙정부의 협조를 받아 지역발전을 꾀하기엔 이 시장이 적합하다는 논리다. 이 시장은 지난 3월 29일 출마 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 인공지능 집적단지 조성, 출생아 증가 등 재임 기간 실적을 내세우며 ‘더 크고 더 강한 광주 시대’를 만들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특히 광주·전남 행정통합, 달빛고속철도, 군 공항 이전 등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의 연속성이 필요하다며 기회를 한 번 더 달라고 역설했다.

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끈 ‘86세대’로 4년 전 경선 패배를 딛고 재도전을 위해 '와신상담'한 강기정 전 수석은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최장수 청와대 정무수석’과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민주당 대표비서실장, 최고위원, 정책위원회 의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자문위원장 등 풍부한 정치 경험을 앞세운다. 국정 운영 전반을 경험한 자신이 중앙정부와 여야 국회의원들과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무적 리더십을 발휘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일주일 먼저 출마 회견을 한 강 전 수석은 “광주시장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빠른 추진력과 정무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어등산 개발, 일신·전남방직 개발, 군 공항 이전 등 이 시장 재임 시설에 해결되지 못한 현안을 빠른 추진력으로 풀겠다”고 '새로운 광주 시대'를 강조했다.

이 시장과 강 전 수석 외에 42세의 ‘젊은 피’ 정준호 변호사와 첫 여성시장에 도전하는 김해경 남부대 초빙교수가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20대 총선에서는 본선에서,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경선에서 쓴맛을 본 정 변호사는 30일 시의회에서 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 변호사는 역대 광주시장직이 지역 출신 퇴물 정치인과 관료가 여생을 마무리하는 자리라고 직격하며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2001년, 대학수능시험에서 만점수석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친 정 변호사는 올해 42세로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청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서울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검찰청 법무관과 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갑 지역위원장, 제20대 이재명 대통령후보 광주시당 대전환 선대위 조직본부장을 지냈다. 

광주은행 임원 출신인 김해경 남부대 초빙교수도 정 변호사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광주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광주·전남에 여성 단체장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들어 여성으로서의 강점을 앞세웠다. 김 교수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광주 동남을에 출마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이병훈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낙선 이후 꾸준히 바닥 민심을 다져 온 김교수는 지방 은행원 출신으로서 금남의 벽을 깨고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입지전의 주인공이자 금융권에서 33여 년간 경력을 쌓은 금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호남정치 1번지’ 광주시장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사실상 모두 등판하면서다. 광주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최근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획득한 85.3%라는 압도적 득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6월 광주시장선거에도 ‘더불어민주당 공천=당선’ 구도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 공천장을 누가 거머쥐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무등산 쪽에서 바라 본 광주시내 전경 ⓒ광주시
‘호남정치 1번지’ 광주시장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6·1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사실상 모두 등판하면서다. 광주는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최근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획득한 85.3%라는 압도적 득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6월 광주시장선거에도 ‘더불어민주당 공천=당선’ 구도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 공천장을 누가 거머쥐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무등산 쪽에서 바라 본 광주시내 전경 ⓒ광주시

부동층 표심·경선룰·지역국회의원 향배 등 경선 변수

여전히 광주시장 선거의 판도를 바꿀 변수는 많다. 무엇보다도 최대 40%에 달하는 지역 부동층의 표심이 향배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시장과 강 전 수석 모두 평균 20%대의 지지를 유지하며 접전 양상을 펼치고 있지만 둘의 지지율을 합한 만큼이나 전체 부동층도 적지 않다. 

올해 초 무등일보 등이 의뢰한 조사(1월24~25일·한국갤럽)에서 역시 지역민의 28.6%가 기타인물 선호, 무응답, 조사 후보자 중 지지자 없음을 선택했다. 해당 조사도 40대 미만에서의 응답이 많았다. 가장 최근 KBS광주가 발표한 조사(3월17~19일·한국리서치)에서는 같은 응답이 무려 39.3%까지 나왔다. 18~29세 62.1%, 30대 45.3%, 40대 37.5%, 50대 25.6%, 60세 이상 30.2% 등 젊을수록 더 높았다.

또 다른 변수는 민주당 경선룰이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서 경선 방식을 과거처럼 여론조사 50%, 당원 50%의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른다면 여론조사가 박빙인 상황에서는 권리당원 표를 누가 더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게 된다. 이 경우 지역위원장인 현역의원들이 권리당원을 관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중앙당이 광역단체장 평가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단체장에 대해 공천심사 및 경선과정에서 각각 20% 감점을 주기로 한 것도 변수다. 민주당 비대위에서 그동안의 평가 결과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기존의 방식대로 현역 광역단체장을 평가할 경우 측근 비리와 가족 비리 등 청렴도를 반영해 평가하면 이 시장으로서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는 처지다.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공관위의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이 끝나는 다음 달 중순께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일당 독주에 맞선 야권에서는 정의당 장연주 광주시의원과 진보당 김주업 광주시당위원장이 출사표를 냈다. 장 의원은 현재 광주시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닌 유일한 야당 시의원이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전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장 의원은 월곡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아동 복지 분야 활동을 해왔다.

진보당은 김주업 광주시당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 그는 기득권 양당 체제를 끝내고, 불평등 타파와 평등사회로 대전환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국민의힘 역시 광주시장 후보에 누가 나설 것인지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송기석·김경진 전 국회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사자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어 제3의 인물 발굴에 이목이 쏠린다. 이번 대선에서 역할을 한 일부 인사들이 출마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2일 광주시당에서 호남권 지방선거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본문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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