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광주·전남·북 단체장들, 출마선언 ‘러시’…불 붙는 공천경쟁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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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등판’ 현역 프리미엄 포기 승부수…일찌감치 직접 표밭 공략 전환
예측불허 판세·본선보다 치열한 민주당 예선전 탓…무소속과 일부는 ‘잠잠’

6·1지방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광주·전남북지역에서 재선과 3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직 자치단체장들의 출마선언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직 신분을 끝까지 유지하다가 선거전에 뛰어드는 역대 선거의 양상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더 이상 현직이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시장군수들이 현직 프리미엄 유지보다는 직접적인 표밭 공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지선에서 무소속 후보를 제외하고 예비후보 등록을 생략하고 본선으로 직행하는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은 거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 단체장들이 ‘현역 프리미엄’을 벗어던지고 조기 등판하면서 민주당 경선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고 있는 모양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2018년 6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4동주민센터를 찾은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2018년 6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4동주민센터를 찾은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광주, 시장·구청장 줄줄이 ‘링’ 위로…이용섭 시장도 예비후보 신분

광주 지역 단체장들도 너도나도 출마 선언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나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을 한데 이어 이틀 후에는 예비후보 신분으로 갈아탔다. 광주·전남북 시도지사 중에서 처음으로, 전국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이다. 치열한 리턴매치가 예고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경선 초반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임택 구청장은 7일 출마 선언에 이어 곧바로 예비 후보에 등록할 계획이다. 나머지 구청장들은 출마 선언은 하지만 예비 후보 등록은 미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지역 최연소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됐던 김병내 남구청장은 4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대석 서구청장도 7일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문인 북구청장은 아직 출마 입장 표명과 예비 후보 등록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일찌감치 불출마 선언을 하고 구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전남 17개 시장군수 재·3선 도전…김영록·명현관·전동평 ‘느긋’

전남 도내 22개 시장·군수 중 공천 경선 등을 통해 재선 또는 3선 도전하는 기초단체장은 모두 17명이다. 이중 민주당 유두석 장성군수가 ‘징검다리 4선’ 도전을 위해 지난달 17일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전남 22개 시·군 현직 기초단체장 중 처음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허석 순천시장은 1일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조례동 호수공원 인근 건물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공천 경쟁에 돌입했다. 

재선의 강인규 나주시장은 4일 나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연임에 도전하는 권오봉 여수시장도 5일 예비후보로 먼저 등록한 뒤 다음날 오전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다. 

이승옥 강진군수도 지난달 30일 군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준성 영광군수는 1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역시 군수직을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민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김철우 보성군수도 4일 오후 보성 현충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했고, 김순호 구례군수도 이달 초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방침이다. 김산 무안군수는 8~9일쯤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 선거전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반면 이들과 달리 일부 현직 기초단체장은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초선인 이상익 함평군수는 현직을 계속 유지한 채 예비후보 등록을 최대한 늦춘다는 계획이다. 명현관 해남군수와 전동평 영암군수 등도 4월 중순 이후에 예비후보 등록을 검토 중이다. 무소속 신분인 송귀근 고흥군수는 본 선거 후보등록 전까지는 직무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형식 담양군수와 이동진 진도군수는 3선 제한으로 더 이상 출마할 수 없고, 구충곤 화순군수와 유근기 곡성군수, 정현복 광양시장은 일찌감치 3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6월 30일까지 임기를 채울 예정이다. 뚜렷한 대항마 부재로 선거운동에 다소 여유가 있는 김영록 전남지사는 다음 주께 확정될 민주당 시도지사 경선 지침에 따라 향후 일정을 결정할 방침이다. ‘4월말 5월초’께 출마선언 및 후보 등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시장군수들도 현직 내려놔…송하진 지사도 출마선언 가세

전북지역에서도 현직 단체장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도내에서는 송하진 전북지사를 비롯해 심민 임실군수, 정헌율 익산시장, 강임준 군산시장, 장영수 장수군수 등 현직 단체장들이 각각 재선과 3선 도전에 나선다. 

장영수 장수군수는 지난달 23일 군수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재선 도전에 나섰다. 전북 자치단체장 가운데 6·1지방선거를 위한 첫 예비후보 등록 사례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지난달 31일 3선 도전을 선언했다. 송 지사는 “10대 광역 경제권에 진입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심민 임실군수(74·무소속)는 1일 전북도의회에서, 정헌율 익산시장(더불어민주당)은 4일 시청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앞서 강임준(더불어민주당) 군산시장은 일찌감치 지난달 28일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왜 서두르나…“현직 프리미엄도 없고, 주도권 빼앗길 우려”

왜 단체장들은 현직이 갖는 기득권을 포기하고 조기 등판하는 것일까. 우선 선거일 전 60일인 2일부터 자치단체장의 정치활동이 선거법으로 제한되면서 과거와 달리 현역 프리미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자체장과 교육감 및 소속 공무원은 2일부터 선거일까지 교양강좌, 사업설명회, 공청회, 직능단체모임, 체육대회, 경로행사 등을 개최하거나 후원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선거법에 ‘손발’이 묶이는 것보다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바닥 민심 공략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현직을 유지한 채 유권자들과 만날 경우 자칫 불법선거운동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반면에 업무 하중에서도 벗어나 온전히 선거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현역 프리미엄’ 상황에 안주했다가 자칫 경쟁 후보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결구도가 명확해진 만큼 경쟁자들을 적극적으로 견제할 필요도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 곳곳에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전직과의 대결 등 좀처럼 승부를 점치기 어려운 판세가 형성됐다는 의견이 많다. 후보 간 세 대결이 팽팽한데다 무소속 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표 계산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민주당 경선 일정에 윤곽이 드러나면서 현역 단체장들로서도 더 이상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미루는 것은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출마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대체적으로 이달 중순 이전에는 대부분 예비후보 등록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자 공모를 시작으로 시장·군수 경선 일정에 돌입한 것도 조기 등판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잇단 출마선언은 민주당이 본선에 내보낼 후보자를 경선으로 뽑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설명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4∼7일, 전남도당은 2∼7일 온라인으로 경선 후보자를 공모한다. 광주는 19일, 전남은 20일 경선을 시작할 예정이다. 경선은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순서로 진행된다. 전북도당은 늦어도 4월 말까지 후보자 경선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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