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절규했는데’…옥시·애경,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조정안 ‘거부’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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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기업 중 2곳 반대로 최종 조정 무산 위기
옥시, 분담금 9240억원 중 절반 이상 내야
3월3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합의를위한피해자단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3월3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합의를위한피해자단체 관계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후 11년 만에 나온 피해 구제 조정안이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피해자 발생 규모에 따라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는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이 최종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6일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산업은 지난 4일 조정위 측에 최종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전달했다.  

두 곳은 조정에 참여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 9개 기업 가운데 분담금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을 제외한 SK케미칼·SK이노베이션·LG생활건강·GS리테일·롯데쇼핑·이마트·홈플러스 등 7개 업체는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정위가 약 6개월간 양측의 의사를 듣고 내놓은 이번 조정안에는 피해자 유족에 2억∼4억원, 최중증(초고도) 피해자들에 연령에 따라 최대 5억여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9개 기업이 이를 위해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최대 9240억원 수준이다. 가습기살균제 판매율이 가장 높은 옥시는 절반 이상을, 애경도 수백억원을 분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면담을 갖기 앞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만성 폐질환을 앓게 된 임성준 군의 모친으로부터 책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를 건네받아 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8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면담을 갖기 앞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만성 폐질환을 앓게 된 임성준 군의 모친으로부터 책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를 건네받아 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옥시와 애경이 조정 막바지에 끝내 '분담금 수용 불가' 입장을 내면서 재원 마련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옥시 측은 그동안 피해자들에게 3600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한 만큼 추가적인 비용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정위는 기업들에 대한 강제 조정은 불가능한 만큼 최대한 설득해 본 뒤 최종 조정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정리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를 중심으로 한 피해자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옥시와 애경을 규탄하고 조정위의 추가 조정 노력 및 정부의 참여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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