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영 “모든 걸 잃을까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7 13: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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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표절 논란 후 1년5개월 만에 컴백

홍진영의 공식 복귀는 4월10일이었다. SBS 《인기가요》를 통해 1년5개월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홍진영은 지난 2020년 석사 논문 표절 논란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미우새》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라 더욱 충격이 컸다. 컴백 직전 그를 직접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내내 긴장된 표정이었다.

ⓒ아이엠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엠에이치엔터테인먼트 제공

논란 이후의 컴백이다. 기분이 어떤가.

“이 자리를 만들기까지 굉장히 두려웠다. 하지만 컴백을 결심했고 가수로서 활동하려면 한 번은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이 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마음을 글로 전달하는 것보다 직접 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을 거 같다. 예쁘게 봐주시길 바란다.”

컴백 시기에 관한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다.

“꼭 지금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조영수 작곡가가 좋은 곡을 줬다. 감사하게도 곡이 좋다 보니 용기를 내서 컴백하게 됐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한데 큰일이 나에게 닥치고 나니 마냥 그렇지만은 않더라. 정신이 없었고 심적으로 힘들었다. 활동을 쉬는 기간 중 절반은 병원에 다녔다. 불안정한 상태였다. 잠을 못 잤고 식욕도 떨어졌다. 7kg 정도 살이 빠졌다. 시기가 시기니만큼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내가 아픈 것보다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뉴스에 날 것 같아 걱정됐다. 그때부터 밥을 좀 챙겨 먹었다. 그렇게 생각과 고민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번 디지털 싱글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는 어떤 곡인가.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나중에 컴백을 하게 되면 어떤 곡이 괜찮을까? 슬픈 곡은 어떨까? 한데 주변에서 반대하더라. 홍진영이라는 가수가 대중에게 사랑받은 건 신나는 곡을 부르는, 흥이 많고 밝은 기운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영수 오빠가 경쾌한 곡을 선물해 줬다. 신나는 곡이다 보니 뮤직비디오도 신난다. 한데 여기에서 또 걱정이 되더라. 뮤직비디오를 보고 노래를 들으면 대중이 생각하기에 내가 근심·걱정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쉬는 동안 편하게 잘 지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고민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곡 작업을 하지 못했다.”

가사를 보니 심경을 반영한 것 같은데 맞나.

“하루하루 의미 없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영수 오빠가 표현해준 것 같다(매일 똑같은 하루하루 / 의미 없이 또 지나가네 / 내일 또 후회하긴 싫어 / 그래 행복이 별거겠어(중략)/ 오늘은 이만 좀 쉴 게요 / 그냥 신나게 즐겨볼래요 / 누가 뭘 해도 안 들려 / 그래 행복이 별거겠어).”

컴백을 앞두고 가장 크게 걱정됐던 것은 무엇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렇게 기자들과 대면 인터뷰를 하는 자리를 만들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혹여 말 한마디에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논란이 있고 나서 가장 후회됐던 건, 솔직하지 못했다는 거다. 당시에 경황이 없었다. 막연하게 무섭고 두려웠다. 나를 응원해 줬던 분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시 무대에 못 설 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 부분이 가장 후회된다. 처음부터 변명이 아닌 진실을 말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저에게 배신감을 느낀 분도 많았을 것이다.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다. 대중에게 직접 꼭 말씀드리고 싶다. 막연하게 무서워서 모든 걸 잃어버릴까봐 변명하기에 급급했었다고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SNS에 글을 올리는 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꼭 이런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복귀를 했다. 모두가 호의적이진 않다.

“지금 이 순간도 두렵다. 그 두려움이 극복되지 못했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어디서든지 편안하게 얘기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인다.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면 신인 때 안티가 많았다. 《사랑의 배터리》로 처음 방송에 나와 어떻게라도 한 컷 더 잡히려고 오버를 했다. 그런 제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많았다. 한데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그분들도 저에게 호감을 느끼시더라. 이 일로 제게 실망하셨던 분들에게도 그럴 기회가 앞으로 있길 바란다.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겠다.”

컴백에 대한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전혀 없었다. 활동을 쉬고 얼마 안 돼 SNS에 두어 번 소식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심리적으로 불안했던 시기였다. 새벽 시간대에 게시물을 올렸다. 낮에는 회사 직원들이 내 SNS를 체크할 수 있지만 밤에는 그렇지 않다. 새벽에 집에 있을 때 조금 센티해졌던 것 같다. 눈 내리는 사진과 비 내리는 사진을 올렸는데, 그 사진을 보고 복귀 임박이라는 뉘앙스의 기사가 났다. 그래서 SNS를 아예 그만뒀다.”

모든 것을 잃어버릴까봐 두렵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

“다 잃었다고 생각한다. 신인의 자세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진심이다. 신인 시절,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준비했었는지 그때로 돌아가 천천히 만들어가겠다. 나는 가수니까 결국 곡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 곡을 들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 3분 동안은 편안하게 들어주시길 바란다. 그거면 된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거 같다.

“새삼 녹음실이 내 삶에서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영수 오빠와 처음으로 공동 작사에 참여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감사하고 크게 느껴지더라. 당연했던 일상이 감사하고 또 더없이 값지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녹음할 때 울컥한 거 같다.”

쉬는 동안 언니인 홍선영씨에 대한 뉴스도 간혹 나왔다(지난 대선 개표방송 당시, 홍선영씨가 윤석열 당선인 자택 앞에서 포착된 바 있다. 동생 홍진영이 석사 논문 표절 사태 이후 두문불출하던 시기라 더욱 이슈가 됐다).

“자기 때문에 나에게 피해가 가는 것 같아 미안해했다. 언니와 함께 《미우새》에 나오긴 했지만 언니는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자신이 어디에서 뭘 하는 게 튀는 행동인 걸 모른다.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너무 미안해했다. 내 복귀 기사가 뜨고 나서 언니한테도 방송 섭외가 들어왔다. 근데 언니는 방송 생각이 없다. 자신이 조금만 실수해도 피해가 나에게 간다며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더라.”

홍선영씨 기사를 보고 당시 기분이 어땠나.

“너무 놀랐다(웃음). 언니가 몸이 크다 보니까 어디를 가나 존재가 드러난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 맞는데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리플이나 여론을 챙기는 편인가.

“멘털이 많이 약해졌다. 컴백 기사가 처음 나간 뒤에 기사의 반응도 보지 못했다. 짐작만 했다. 반응이 엇갈릴 거 같았고, 그런 부분이 두려웠다. 내일은 신곡이 공개되는 날이니 살펴볼 생각이다. 안 봤던 걸 몰아 보고 받아들이고 마음에 새기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대중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천천히 하나하나 열심히 해나가겠다. 욕심보다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뒤늦게 사과드려서 죄송하다. 쉬는 동안 사죄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SNS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았다. 직접 뵙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온라인 인터뷰가 일반화된 이 시기에 그가 선택한 건 ‘대면 인터뷰’였다. 정면 돌파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테지만 그것 역시 홍진영답다. 그의 말대로 “솔직하지 못했던” 홍진영이 컴백했다. 이제 선택은 대중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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