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2년 차 김하성, 2021 시즌은 잊어라
  • 이창섭 SPOTV MLB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6 13: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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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배를 탄 김하성과 소속 구단 샌디에이고
빠른 공 약점 보완한 올해…경쟁 구도 이겨내야

김하성(27)의 2021년은 굴곡이 심했다. 8할이 바람이었다. 큰 기대를 받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117경기에 출장해 시즌 타율이 0.202에 그쳤다. 290타석 이상 들어선 내셔널리그 타자 136명 중 130위였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력한 구위에 가로막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샌디에이고의 지난해도 굴곡이 심했다. 우승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정규시즌 5할 승률도 넘지 못했다(79승83패). 8월11일 이후 승률 0.261은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였다. 시즌 초반 LA 다저스의 대항마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다저스와의 전력 차이를 실감한 시즌이었다.

샌디에이고는 곧바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제이스 팅글러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수장으로 밥 멜빈(60)을 영입했다. 2003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한 멜빈은 감독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베테랑 감독이다. 지도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인물로, 선수들 사이에서도 명망이 높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지휘했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도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샌디에이고는 감독 교체로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무턱대고 많은 돈을 쓰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는 시즌마다 사치세 한도가 있다. 자금력이 풍부한 특정 구단이 좋은 선수들을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팀 연봉 상한선을 정해 놓는다. 이 상한선을 초과하면 벌금이 부과되는데, 이 벌금을 사치세(luxury tax)라고 한다.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사치세를 낸 샌디에이고는 이번 시즌 가급적 연봉 상한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필요한 부분만 보강하게 된 상황은 김하성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도전하는 샌디에이고에 개막을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팀의 중심타자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가 손목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심지어 타티스는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손목 골절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의 공분을 샀다. 팀 전력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타티스의 이탈로 샌디에이고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선수ⓒREUTERS 연합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 공백으로 출전 기회 더 많이질 듯

타티스는 빨라야 6월에 돌아온다. 그렇다면 타티스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선수는 다름 아닌 김하성이다. 샌디에이고가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내려면, 김하성도 작년보다 나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지난해 김하성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빠른 공 대처였다. KBO리그는 투수들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이 약 142km/h에 머무른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빠른 공 평균 구속이 150km/h에 달한다. 메이저리그가 구속이 압도적으로 빠르다 보니 KBO리그에서 넘어온 타자들은 초반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리고 빠른 공 적응 여부는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이 됐다. 2015~16년 강정호(35)가 빠른 공을 잘 때려내면서 좋은 활약을 펼친 반면, 2016년 박병호(36)는 빠른 공을 공략하지 못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김하성은 후자에 해당했다. 구속 150km/h가 넘는 공을 상대했을 때 타율이 0.132(68타수 9안타)로 더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빠른 공에 약한 타자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던 김하성은 대책을 마련했다. 타격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는 데 주력했다. 움직임이 큰 레그킥을 줄이고, 스윙 궤적도 좀 더 부드럽게 다듬었다. 김하성은 달라진 타격법이 몸에 밸 때까지 반복 훈련을 했다.

마음가짐도 새롭게 가져갔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발을 내디딘 지난 시즌은 모든 게 어색하고 생소했다. 낯선 땅에 홀로 서있는 이방인과 같았다. 리그 특성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또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는 일정이다. 여기에 샌디에이고가 시즌 중반 경쟁 선수를 데려오면서 압박감이 더 심해졌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건 팀으로선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타석에서 여러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편안하게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기술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부족한 점들을 보완했다. 변화의 결과는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때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13경기 30타수 11안타(0.367)를 기록하면서 정확성이 높아졌고, 11안타 중 4안타를 장타로 때려냈다. 성적이 좋아지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덕아웃에서도 동료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야 샌디에이고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시범경기에서 맹타 휘두른 김하성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른 김하성은 올해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4월8일 개막전에 선발 출장한 김하성은 첫 타석 투 스트라이크 이후 끈질긴 승부를 펼쳐 볼넷을 얻어냈다. 11구 승부 끝에 얻어낸 이 볼넷은 상대 선발투수를 무너뜨리는 단초가 됐다. 이후 4월11일 경기에서는 시즌 첫 안타를 3루타로 신고했다. 지난해 약점을 보였던 빠른 공을 받아친 타구로 김하성이 친 공의 구속은 152km/h였다. 빠른 공을 ‘밀어쳐’ 멀리 보낸 점도 대단히 고무적이었다. 김하성은 불리한 카운트에 몰려도 스윙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던 지난 시즌과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샌디에이고는 올해도 김하성을 중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도 김하성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샌디에이고는 유망주 C J 에이브람스(21)를 승격시켜 김하성과 플래툰으로 기용하고 있다. 좌완투수가 나오는 경기에서는 김하성, 우완투수가 나오는 경기에서는 에이브람스가 선발 출장하고 있다. 일단 김하성은 제한된 기회를 살려 팀 내 주전 입지를 굳혀야 한다.

올해 샌디에이고는 타티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타티스의 공백이 크게 와닿으면 타티스가 오기 전에 순위 경쟁에서 멀어질 수 있다. 자칫 시즌을 일찍 포기할 수도 있다. 에이브람스와 함께 출장시간을 분담하고 있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더 안정된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 선수는 2년 차에 돌입한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시즌 초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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