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제로 코로나’에 중국은 폭발 직전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5 15: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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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소수’로 전락한 상하이…이례적 항의 이어져

4월9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글 하나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한 네티즌이 “갑자기 봉쇄 명령이 떨어지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며 자신이 구입한 생필품 리스트를 소개했다. 이 글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틀 만에 조회 수 4100만 회를 넘겼다. 수많은 네티즌이 이를 따라 했다. 이 모습은 현재 중국인들이 겪고 있는 ‘봉쇄 공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포의 원인은 중국의 경제수도 격인 상하이 봉쇄였다. 3월27일 밤 상하이 시 당국은 “동서 두 지역으로 나눠 4일씩 차례로 봉쇄에 들어가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상하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을 기점으로 28일부터는 푸둥 지역이, 4월1일부터는 푸시 지역이 봉쇄에 들어갔다. 봉쇄가 발표됐을 때 인구 2490만 명인 상하이 시민의 반응은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시 당국이 다른 도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짧은 봉쇄 기간을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상하이가 가진 위상을 시민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AP 연합
4월5일 보호복을 입은 중국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격리된 상하이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료품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AP 연합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 짓누른 봉쇄

작년 상하이의 GDP(국내총생산)는 4조3214억 위안(약 833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내 모든 도시 중 1위로, 중국 전체 GDP의 3.8%에 달한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행한 이래 상하이는 단 한 번도 경제력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작년 상하이 1인당 GDP는 2만7000달러를 넘었다. 상하이만 떼놓고 보면 선진국에 육박하는 경제 수준이다. 그렇기에 상하이 주민들은 스스로를 ‘상하이인’이라고 부르며 다른 지방 중국인들보다 우월감을 가져왔다.

4월초까지만 해도 상하이 주민들은 시 당국의 약속을 믿었다. 비록 직장인은 재택근무에 들어갔고 학생들은 등교가 중단됐지만, 도시의 핵심 기능은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방역, 전기, 가스, 수도, 운송, 배달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계속 출근해 기본 인프라를 운영했다. 특히 상하이 증시가 정상 개장됐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위치한 푸둥신구는 3월28일부터 봉쇄됐다. 

봉쇄가 푸둥 지역에서 푸시 지역으로 넘어가는 시점부터 도시 곳곳이 삐꺽댔다. 시작은 식료품과 생필품의 공황 구매에서 비롯됐다. 시 당국의 봉쇄 발표가 나온 직후 적지 않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공황 구매 조짐을 보였던 것이다. 다만 이때만 해도 일부 주민이 벌인 행동으로 치부됐다. 시 당국이 “식료품과 생필품은 미리 충분히 준비했기에 제때 공급할 수 있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식자재 공급과 배송도 원활하다”고 보도했다.

이런 선전과 달리 푸둥 지역은 봉쇄 1일 차부터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 시 당국이 푸둥 지역 주민들의 집 밖 외출을 아예 금지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은 마비됐다. 갑자기 몰린 엄청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바로 푸시 지역에 전해져 공황 구매가 전역에서 일어났다. 시민들이 봉쇄에 들어가기 이전에 편의점, 상점 등을 돌아다니며 식료품과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이다. 4월4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서고 당초 약속했던 봉쇄 기한이 지나자 불만은 쌓여갔다.

여기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줄지어 터졌다. 먼저 시 당국이 코로나19에 감염된 6세 이하 어린이를 부모와 강제로 떼어내면서 역풍을 맞았다. 논란은 한 병원의 어린이 병동에서 여러 명의 영유아가 한 병상에 다닥다닥 누워 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면서 불거졌다. 이러한 분리는 어린이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 환경을 보장해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관리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부모와 강제로 떨어진 어린이들이 받을 충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그렇기에 상하이 주재 외국공관까지 나서서 시정부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녀와 부모를 떼어놓지 마라”고 요구했다. 민심이 악화하자 결국 시 당국은 4월6일 분리정책을 철폐했다. 

4월7일에는 다른 영상이 공분을 일으켰다. 푸둥신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확진된 주민이 버스에 태워져 격리시설로 출발하자 방역요원이 남겨진 개를 길거리에서 때려죽인 것이었다. 견주는 SNS를 통해 “당국 지시로 아파트 밖 거리에 개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후 사정을 밝혔다. 이후 비슷한 사례에 관한 제보가 이어지면서 SNS가 떠들썩했다.

이렇듯 생필품 공급 차질에 비인도적인 방역조치까지 취해지자 4월8일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주민들은 “며칠간 먹거리를 받지 못했다”며 “물품을 보내달라”고 외쳤다. 현지 당국이 “무료 쌀과 채소를 당장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후에야 시위는 겨우 끝났다. 이 소식은 SNS를 통해 퍼졌고 다른 마을에서도 같은 시위가 일어났다. 11일엔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여러 아파트 단지를 시찰하며 방역요원을 격려하던 리창 상하이시 당서기에게 주민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당시 리 당서기는 봉쇄된 아파트 정문에서 몇몇 방역요원 및 주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주민들이 큰 목소리로 성토하자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식료품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주민들이 여과 없이 표출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지방정부의 최고 수장이 현장시찰 중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는 일은 전례가 없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저장성에서 함께 근무했던 핵심 측근이다. 오는 10월 공산당 당대회에서 차세대 지도부 진입이 유력하다.


시진핑 측근 당서기에게 거센 항의까지

이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장기 봉쇄에 대한 시민 불만이 팽배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주민 반발에도 봉쇄정책을 밀어붙일까? 여기에는 도시 봉쇄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아왔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중국은 2020년 우한 봉쇄부터 한 도시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도시를 봉쇄하는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써왔다. 해당 도시는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은 통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오미크론이 유행하고 하루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전 성공 방식을 적용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엔 봉쇄된 도시가 20여 개에 이른다. 확진자뿐만 아니라 밀접접촉자까지 모두 격리시설로 보내 관리하고 있다. 상하이에서만 그 수가 4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단시일 내에 너무 많은 격리자가 발생하다 보니 급조된 시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선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일상화돼 왔다. 중국을 대표하는 상하이 시민들이 거대한 소수가 되면서 그 불만은 무시하지 못할 폭발력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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