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사냥꾼 놀이터 된 ‘쌍용차 인수’ 복마전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5 12:0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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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KH필룩스·이엔플러스, 쌍용차 인수 소식에 주가 급등
세 기업 오너,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유죄 선고받은 전력 있어
쌍방울·KH필룩스 “김성태·배상윤 친한 건 사실, 의혹 불식시키겠다”

쌍용차 인수전이 기업사냥꾼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었던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들이 연이어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쌍방울·KH필룩스·이엔플러스 실소유주의 화려한 기업사냥 이력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현재 주가조작과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세 기업이 ‘한 몸’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시사저널은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증언과 세 회사 오너들의 과거 범죄 사실이 담긴 법원 판결문을 토대로 이들의 어두운 과거를 취재했다. 

ⓒ일러스트 정찬동
ⓒ일러스트 정찬동

쌍방울, 계열사 주가 오르자 주식 처분해 논란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앞서 쌍용차 인수를 추진했다가 좌초된 에디슨모터스는 계열사 에디슨EV의 주가조작과 먹튀 논란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금융권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무리하게 쌍용차를 삼키려 했다가 탈이 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쌍용차 인수전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수 의향만 내비쳐도 해당 기업 주가가 요동쳐 ‘제2의 에디슨EV’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쌍방울도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들썩였다. 지난달 31일 쌍방울의 주가는 626원이었다. 하지만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4월8일 1565원(150%)으로 마감했다. 쌍방울의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쌍방울 계열사인 광림(119%), 미래산업(98%), 나노스(81%) 주가도 일제히 치솟으며, 쌍용차 인수 기대감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쌍방울은 일부 계열사의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주식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면서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4월4일 미래산업은 보유 중이던 계열사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모두 처분했다. 아이오케이 매각가는 1주당 1916원으로 쌍용차 인수전 참여 발표 직전 종가 1235원과 비교하면 55%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쌍방울은 8일 계열사를 통해 광림에 발행한 전환사체(CB)의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100억원대 차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쌍방울의 이 같은 행보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쌍용차 인수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주가조작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다. KB증권은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시장에서 도는 기업 평판과 여러 가지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번 딜에 참여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 관계자는 “회사는 추가적인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리스크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선제적으로 철회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KB증권이 고려한 ‘기업 평판’과 ‘여러 가지 리스크’에는 쌍방울 실소유주로 지목되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과거 전력이 포함됐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김 전 회장은 한때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악명이 높다.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직을 동원해 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 매수 주문 등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4년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15년 불법 대부업 혐의로도 기소됐다.

서울 중구 쌍방울그룹 전경(왼쪽 사진),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필룩스 본사 전경(오른쪽 사진) ⓒ시사저널 박정훈·시사저널 임준선

김성태·배상윤·안영용은 ‘한 몸?’

김 전 회장의 이름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라임 사태에서도 등장한다. 그가 40% 지분을 보유한 착한이인베스트는 2018년 쌍방울 CB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 자금 100억원이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조6000억원의 금융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는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브로커 엄아무개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쌍방울 미래전략사업본부장 겸 회장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이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배상윤 KH필룩스 회장도 마찬가지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배 회장은 2000년대 강남 일대에서 사업을 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기업사냥꾼들에게 인수 자금을 대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2010년경 배 회장은 자신이 전면에 나서 주가조작 세력을 거느리며, 기업사냥에 나섰다고 한다.

그게 바로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이다. 당시 배 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쌍방울 주가조작을 주도했다. 쌍방울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배 회장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무자본으로 불법 사채를 모아 쌍방울 2대 주주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인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후 시세조종 세력의 주포 내지 선수들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회장은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2018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공교롭게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은 이번 쌍용차 인수전에서 다시 만났다. KH필룩스와 쌍방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쌍용차를 함께 인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M&A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배상윤 회장과 김성태 전 회장은 옛날부터 절친한 사이다. KH필룩스와 쌍방울은 지속적으로 자금거래를 하며, 상부상조하고 있다”며 “KH필룩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한 배경도 두 사람의 관계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인수 참여를 검토했다가 철회한 이엔플러스는 대표이사가 주가조작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안영용 이엔플러스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횡령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월4일 이엔플러스는 공시를 통해 전임 대표이사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2018년 4월17일부터 현재까지의 조사자료를 요구받아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전임 대표이사는 안 대표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20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가 8일 뒤 다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안 대표도 적대적 M&A로 주식시장에서 유명하다. 그는 2009년 연예인 태진아·견미리의 남편 이홍헌씨가 연루돼 널리 알려진 코어비트 주가조작 사건에 등장한다. 아울러 2000년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테크원과 뉴보텍 주가조작 사건에도 깊게 연관됐다. 안 대표의 판결문에 따르면 2002년 테크원 감자 후 발행된 유상증자 주식으로 주식 담보대출을 통해 시세조정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사건으로 안 대표는 증권거래법(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사기 등 경제사범으로서 이력이 화려하다.  

일각에서는 김성태·배상윤·안영용이 주식시장에서 ‘세력’으로 함께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KH필룩스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클로이블루조합이다. 클로이블루조합의 출자 내역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이 지배하는 미래산업(18.09%)과 안 대표의 이엔플러스(9.04%)가 조합원(특별관계자)으로 참여하고 있다. 클로이블루조합의 또 다른 지배 기업은 건하홀딩스인데, 이 회사는 배 회장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이 외에도 세 사람의 회사들은 지속적으로 인수한 기업들의 전환사채를 매수해 주는 등 자금거래로 얽히고설켜 있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쌍방울과 KH필룩스, 이엔플러스가 동시에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개연성을 의심하고 집중 감독 및 심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금융 당국도 쌍용차 인수 참여 기업 주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쌍방울과 KH필룩스는 쌍용차 인수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방울 관계자는 “KH필룩스그룹의 지배기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건 맞다. 어쨌든 쌍방울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만큼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고 말했다. KH필룩스 관계자는 “배상윤 회장이 김성태 전 회장과 친한 건 사실이다. 두 사람이 서로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고받은 적도 있다”며 “배 회장이 의리 차원에서 쌍방울의 쌍용차 인수전에 FI(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것뿐이다. 세간의 의혹들을 불식시킬 만큼 인수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최근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개연성을 의심하고 집중 감독 및 심사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에디슨EV의 주가조작과 먹튀 논란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현재 에디슨EV는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투자 피해를 우려하며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협의해 철저히 조사해 위법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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