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14일 오전에 예정된 공식 일정을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포함되지 않고 공동정부 포기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거취 관련 고민에 들어간 것이란 관측이다.
안 위원장 측은 이날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돼 있던 서울소방본부 현장 방문에 불참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어젯밤에 오늘 오전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전했다. 인수위는 일단 안 위원장 없이 해당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안 위원장은 전날 윤 당선인과 인수위 관계자들이 함께할 예정이던 도시락 만찬에도 불참했다. 전날 저녁에 이어 이날 오전까지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함에 따라 안 위원장이 거취나 인선 관련 입장에 대한 중대 발표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대선 직전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공동정부 구성과 대선 후 합당에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발표된 16개 부처 내각 인선에서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이번 내각 인선에 장관 후보자 4명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부총리에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유웅환 전SK텔레콤 부사장을 추천했고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과 고산 인수위원도 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위원장은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단 한명도 내각 인선에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전날 윤 당선인의 1차 조각과 관련해 "제가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말했다. 2차 내각 인선 발표 후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또 배제됐다'는 질의가 나오자 안 위원장은 별도의 언급 없이 굳은 얼굴로 현장을 떠났다.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이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너무 과도한 해석은 말아 달라"며 "어제 만찬은 개인 사정이 있어서 미리 당선인께 양해를 구하고 이석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안 위원장 주재로 코로나특위 정례회의가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는데 아직 취소됐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의 추천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최진석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정부 인사를 보면) 각성의 세례를 통과한 냄새가 나질 않는다"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