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추억이 방울방울, 연주회 관객도 되고”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7 11: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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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의 노벨상’ 안데르센상 수상한 《여름이 온다》
​​​​​​여름이 온다│이수지 지음│비룡소 펴냄│148쪽│2만7000원
​​​​​​여름이 온다│이수지 지음│비룡소 펴냄│148쪽│2만7000원

이수지 작가가 비발디 《사계》 중 ‘여름’을 모티프로 해 만든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가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어떻게 ‘글 없는 그림책’이 독자의 관심을 넘어 세계적인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글 없는 그림책은 마이너 장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그림책은 아니다. 글에 익숙한 독자들이 대부분이니까 글 없는 그림책을 만났을 때 많이 당황한다. 그런데 이때 이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핸들링하느냐에 따라 독서가 확장될 수 있다. 도전 의식이 생기는 거다. 이 그림이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해줄까? 내 마음속에 들어온 이야기가 뭘까? 생각하면서 일단 끝까지 읽어보는 거다. 그림책도 그렇고 어떤 낯선 예술 장르를 만났을 때 처음엔 다 당혹스럽다. 하지만 아! 이거 나는 몰라 하고 덮어버리면 거기서 끝난다. 반면 모르지만 알고 싶다, 궁금해하는 순간들을 놓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가는 예술의 향유자가 될 수 있다. 글 없는 그림책은 항상 이런 도전을 준다. 좀 더 적극적인 독자를 원하는 거다.”

 

음악·드로잉·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오감 자극

클래식 명작을 들으며 읽을 수 있게 한 《여름이 온다》는 글 대신 온 힘을 다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선과 면 그리고 색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주요 색인 파랑이 물놀이와 한바탕 퍼붓는 비로 상황을 덧칠해 주면, 주인공인 아이들은 그 안에서 신나게 여름을 만끽한다. 비발디의 ‘여름’은 책으로 연주되면서 음악처럼 총 3악장으로 분류되는데, 각 장의 그림 기법이 달라 다채롭고 입체적이다. 각 장의 시작점에는 짧은 글이 등장해 전체적 이야기의 흐름을 한 번씩 환기시킨다. 비발디가 곡에 적어넣은 소네트 부분을 재해석한 것이다. 감칠맛 나는 짧은 글은 아이의 일기장 형식을 빌려, 여름을 맞이하고 즐기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았다.

한국 작가의 그림책이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각종 상까지 받는 사례는 ‘그림책 한류’라는 말과 함께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선배 작가들이 고군분투 끝에 이룬 성과를 밑거름으로 많은 후배 작가가 도전을 거듭해온 결과물이다. 이제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기도 하고 미래를 그리기도 한다. 인간의 심리와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그림들로 활자 책보다 더 깊은 사유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이수지 작가는 제한된 색채를 사용한 그림과 캐릭터를 역동적으로 그려내는 터치로 어린이들이 꿈꾸고 상상하는 세계와 어른의 현실세계의 묘한 경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나는 그림책을 그릴 때 독자를 어린이에 국한시키지 않고 ‘어린이만을 위한 책’을 만들 생각도 없다. 어린이도 어른들도 각자의 관점으로 소통하는 재미있는 그림을 그리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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