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공동정부 위기 속 윤석열 만났다는데…
  • 이원석·조문희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5 14:00
  • 호수 1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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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문제로 깨질 뻔한 尹·安, 전격 회동해 “흔들림 없이 가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무실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종로구 통의동과 삼청동 사이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던 한 주였다. 대선 직전이었던 3월3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현 인수위원장)가 손을 맞잡고 약속했던 ‘공동정부’ 구성이 인수위 출범 한 달 만에 폐기될 뻔한 위기였다. 안 위원장은 4월14일 모든 인수위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사퇴까지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같은 날 저녁 회동해 전격 화해했다. 

양측의 파열음이 처음 밖으로 새어나온 건 4월11일이다. 안 위원장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갑작스럽게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에서 사퇴한 것이다. 이 의원은 사퇴에 대해 별다른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그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부로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하필 그가 ‘입각 하마평’을 언급한 것이 주목됐다. 마침 이 의원 사퇴 전날인 10일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사 일부가 발표됐다.

ⓒ시사저널 이종현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월5일 한 행사에 참석해 엇갈리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초대 내각 후보자에 安 측 인사 ‘0명’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사퇴 이유로 초대 내각 인사 문제가 거론됐다. 문자메시지에서 밝힌 대로 이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의 공동정부 약속에 따른 몫으로 실제 가능성이 있는 인사였다. 안 위원장 측은 이 의원 등 최소 4명 이상의 장관 후보자를 추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천됐던 인사로는 대선 과정에서 안 위원장 측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해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 경제2분과 유웅환 인수위원, 고산 인수위원 등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초대 내각 인선에 안 위원장 측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의원이 사퇴한 시점은 아직 행안부 장관 등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이미 초기부터 안 위원장 측 인사가 들어갈 것이라고 유력하게 예측됐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안 위원장 측 추천 인사가 아닌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이 지명됐다.

이 의원 사퇴와 관련해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이 의원이 인사 관련 문제로 사퇴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양측에) 파열음은 무슨 파열음이냐. 파열음은 없고 잘 진행될 것”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1차 인선 발표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안 위원장은 이 의원 사퇴 다음 날인 4월12일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인사 관련 과정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청사진을 제대로 실행에 옮길 만한 능력 있는 분들을 추천도 해드렸지만 인사는 당선인의 몫이 아니겠나”라며 “이번에 인선되신 분들이 새 정부의 청사진에 제대로 잘 맞게, 실행에 잘 옮기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양측의 갈등선이 더욱 선명해진 건 2차 내각이 발표되면서다. 윤 당선인은 4월10일 8명의 장관 인사에 이어 13일 8개 장관 인사를 추가로 발표했다. 정치권에선 2차 인선에서 안 위원장 측 최진석 명예교수가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로 임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2차 인선 명단엔 최 명예교수는 물론 안 위원장 측 인사는 역시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최 명예교수는 인사 발표 직후 “어떤 사람들이 권력을 구성하는지를 보면 새 정부가 앞으로 어떠할지 알 수 있다.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 때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며 초대 내각 구성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취재에 따르면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정은 더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의원을 행안부 장관으로 발탁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당초 윤 당선인 측이 밝혔던 현역 의원 배제 원칙을 든다. 윤 당선인은 행안부와 법무부는 헌법상 3권 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역 의원을 배제한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윤 당선인 측은 이 의원에게 통일부 장관 혹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의원과 안 위원장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 측의 거절은 윤 당선인 측의 속내가 달랐기 때문이란 추정도 있다. 행안부 장관 인사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접촉한 인수위와 국민의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윤핵관’으로 꼽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이 “행안부는 경찰을 관리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당선인이 직접 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의원 지명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초 안 위원장 측은 최 명예교수를 국무총리 혹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선 윤 당선인 측은 두 자리 모두 윤 정부 정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리이기에 양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초대 내각 구성엔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은 4월13일 인선을 발표하는 윤석열 당선인ⓒ인수위사진기자단

앞으로도 불안한 동거 계속될 수 있어 

안 위원장이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모습을 감춘 4월14일 발표된 나머지 2개 부처에 대한 인선에서도 안 위원장 측 인사는 없었다. 인선 발표 직후 윤 당선인은 질의응답에서 안 위원장 측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전날 안 위원장에게 (인선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충분히 설명드렸고 본인이 불쾌하거나 이런 건 전혀 없으신 걸로 안다. 제가 대했을 때 느낌에 비춰보면, 본인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없지만, 기자들이 이야기하는 게 저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상황 인식에 대한 차이는 스타일의 차이 때문이란 이야기도 있다.

대선 때 양측의 단일화 과정과 최근 인선 협상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치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대화를 할 때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입장을 말하고 상대 의견을 듣는 스타일이지만, 안 위원장은 다르다. 겉으로 당장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는 속으로 고민하고 앓는 성격이다.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도 그로 인한 양측의 입장 차가 있었고, 최근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안 위원장이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한 4월14일 저녁 두 사람은 전격적으로 저녁 자리를 갖고 화해했다. 자리에 배석했던 장제원 비서실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서울 강남 모처에서 저녁 식사자리를 가졌고,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공동정부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손잡고 가자”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한다. 다만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상황에 일각에선 앞으로도 ‘불안한 동거’가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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