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도전’ 송하진 전북지사 컷오프…전북 지방선거판 요동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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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출마에 대한 피로감 누적, 당 안팎 부정적 기류 극복 못해
송 지사 탈락에 지지자 충격·전북도청 술렁…‘이게 민주주의냐’
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김관영·안호영·김윤덕 전·현직의원 3파전

3선에 도전한 송하진 현 전북도지사가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도내 지방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송 지사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터라 컷오프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컷오프 소식에 지지자들이 크게 당황했고, 전북도청 직원들도 일제히 술렁였다. 송 지사의 공천 배제를 둘러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공관위는 14일 회의를 열어 김윤덕·안호영 의원과 김관영 전 의원등 3인 경선을 통해 전북도지사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송하진 현 지사와 3선 의원 출신인 유성엽 전 의원은 본선에 오르지 못하고 중도 탈락했다. 이에 민주당 전북도지사 선거 후보는 김관영, 김윤덕, 안호영 등 3명의 재선의원 출신 대결로 압축됐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전북도
송하진 전북도지사 ⓒ전북도

지역정가에서는 송 지사의 컷오프를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하는 전북에서 컷오프는 뼈아프다. 송 지사가 영예로운 퇴진이 아닌, 1차 컷오프를 당해 송 지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지지자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정치권은 송 지사가 지금까지 실시한 전북도지사 관련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기록한데다 민주당 포상을 받았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공천심사의 정량화 등을 내세웠던 것을 감안할 때 송 지사의 경선 배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는 만 69세로 고령인 점과 3선 도전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으로 작용했지만 민주당을 떠난 적이 없고, 1급 포상으로 15% 가산점을 받았다. 민주당 후보 공천을 위한 적합도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어 대외활동도 높게 평가받는 터였다.

때문에 이날 공관위의 전북도지사 후보 심사 과정에서 후보 자격에 문제가 없는 송하진 지사의 경선배제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 지사 캠프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캠프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차지했고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공천에서 배제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지사 측은 상황을 지켜본 뒤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특정 정치인 이름을 거론하며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당원은 “언제부터 민주당이 몇 명 손아귀에 놀아났느냐, 도민을 무시한 것이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송 지사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이냐’며 성토했다. 

8년간 고락을 함께해 온 전북도청 공무원들은 정치적인 의견을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말을 아끼면서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도청의 한 간부는 “당연히 송 지사가 최종 경선에 갈 거라 생각했는데, 충격이다”고 했다.

전북민중행동이 4월 11일 오전, 전북도의회 앞에서 ‘송하진 지사 3선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농 전북도연맹 등 전북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송 지사의 컷오프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민주당에 전달했다.ⓒ전북민중행동
전북민중행동이 4월11일 오전, 전북도의회 앞에서 ‘송하진 지사 3선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농 전북도연맹 등 전북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송 지사의 컷오프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민주당에 전달했다. ⓒ전북민중행동

송 지사의 공천 배제는 3선 출마에 대한 전북 도민의 피로감과 리더십에 대한 부정여론이 쌓이면서 이를 극복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실제 민주당 산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여론 조사 결과 송지사의 3선 출마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답변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주시장 8년을 포함한 16년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 지사의 3선 출마에 대한 진영진영의 저항도 거셌다. 도내 진보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송 지사의 8년 도정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가라앉지 않았다. 민주당 당사와 도의회에서 비판 기자회견은 물론 급기야 책으로까지 만들어져 배포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전농 전북도연맹 등 전북지역 30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30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송하진 전북지사를 컷오프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재차 송 지사를 공천한다면 커다란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단체들의 뜻을 모은 의견서를 민주당에 전달했다.

민주당 공관위 결정은 15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3선 도전 이유만으로 공천에서 탈락시킨 것은 중앙 정치권의 권한남용”이라며 “민주당 공천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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