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대문구청장의 해외 아파트에 감춰진 대출 담보물 의혹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6 10:00
  • 호수 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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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택자’ 문석진 구청장 장남, 재산 부족한데 국내 돈 빌려 독일 아파트 구입...“탈세 목적 결코 없다”

서울시 구청장 중 최다 주택 보유자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의 장남이 독일 아파트를 취득한 과정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발견됐다. 아파트 매입 시기에 담보로 잡을 재산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국내에서 2억여원의 은행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출 경위와 미공개 재산 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구청장 측은 근거자료 제공 없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내세웠다.

문 구청장은 지난 3월 공개된 ‘2022년 공직자 정기재산 변동사항’을 통해 장남 명의의 독일 아파트 70.0㎡를 신고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17년 정기재산 신고 때 처음 공개됐다. 당시 아파트는 ‘공사 중’으로 나와 있었다. 또 취득가액(현재가액) 2억4570만원은 ‘자녀 주택 구입비용’으로 적혀있었다. 준공 전 아파트를 선분양받은 것이다.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 ‘크로이츠베르크-프리드리히샤인’은 동독과 서독의 도시가 합쳐진 베를린의 중심지다. 최근 개발이 활발한 지역으로 고급주택과 오피스빌딩이 다수 공급되고 있다. 2020년 유럽 경제 전문저널 엠피리카(Empirica)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리모델링 주택 평균가는 1㎡당 5081유로(670만원)다. 신축주택은 1㎡당 6924유로(920만원)에 달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연합뉴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연합뉴스

6000만원 보유한 장남, 베를린 아파트 취득

문 구청장 장남이 아파트를 최초 신고하기 직전인 2016년에 공개한 재산은 6070만원의 예금이 전부였다. 부족한 아파트 매입 비용은 외부에서 조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장남의 재산신고 내역에는 현지 은행 대출 건이 없다. 즉 국내에서 송금받거나 개인으로부터 빌렸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장남은 2017년 정기재산 신고에서 ‘사인 간 채무’ 5000만원과 ‘금융기관 채무’ 2억5330만원(농협중앙회 9000만원, 우리은행 1억6330만원) 등 총 3억330만원의 차입금을 공개했다.

그런데 차입 당시 장남은 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재산을 갖고 있지 않았다. 주식은 없었고 예금은 담보로 잡아도 대출금만큼 빌릴 수 없다. 은행권은 보통 예금액의 90~100% 한도 내에서 대출을 내주는데, 장남의 대출액은 예금액의 400%가 넘기 때문이다. 독일에 건설 중인 아파트를 담보로 잡기도 어렵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세 조회가 어려운 해외 부동산은 대출을 위한 담보 수용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출금 전액을 신용대출로 빌렸다고 가정해도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올해 정기재산 변동사항을 보면 장남이 보유한 우리은행 대출금 잔액은 1억5860만원이다. 2017년 대출금(1억6330만원)과 비교해 보면 5년 내에 이자를 빼고 원금 470만원만 갚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은행 신용대출상품의 만기는 최장 5년이다. 만기가 지났는데도 잔액이 거의 그대로라는 점은 신용대출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장남이 타인으로부터 담보물을 제공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 당사자가 부모(문 구청장 부부)라면 담보 제공으로 인한 이익 액수에 따라 무상증여에 해당한다. 그 외에 공개되지 않은 장남 명의의 재산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재산신고 누락에 해당한다. 혹은 지자체와의 이해관계자가 담보를 제공했다면 뇌물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 2019년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이 당선 직후 4억원의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제3자가 담보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문 구청장 장남의 재산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해 다시 재산을 공개하면서 부동산 소유 현황과 채무관계가 드러났다. 인사혁신처의 공직자 재산등록 운영지침에 따르면, 해외에 취업해 생활하는 자녀는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액이 확인돼야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문 구청장 비서실 관계자는 “장남이 최근 휴직해 다시 재산공개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문석진 구청장 장남의 아파트가 위치한 베를린 Hallesche 거리

제3자 담보 제공? 재산 누락?…대출 근거 공개 거부

문 구청장 측은 장남의 독일 아파트 취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장남이 유학생 신분으로 독일에서 살다가 취업했고, 현지인 의사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며 “부부가 실거주하기 위해 순전히 본인 자본으로 아파트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근거자료를 모두 제출했고 증여세 회피 목적은 결코 없다”면서 “수상한 현금 흐름이 있었다면 금융당국에서 다 포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 대출의 배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증빙자료 공개 또한 거부했다. 문 구청장은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문 구청장 장남이 독일 아파트를 살 때는 자금출처 조사망이 느슨한 시기였다. 2015년 6월 정부가 100만 달러(약 12억원) 미만의 해외 부동산을 살 때 사전신고 의무를 모두 사후보고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일각에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외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부유층이 늘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게다가 해외 주택은 여러 채를 갖고 있어도 다주택자에게 물리는 양도세·중과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아예 신고 대상이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 문 구청장 장남처럼 해외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비거주자는 현지 부동산을 매입할 때 국내 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 관계자는 “비거주자가 국내에서 송금받은 돈으로 현지 부동산을 샀을 경우에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0년 재산신고 때 주택 4채를 등록한 문 구청장은 서울시 구청장 중 성장현 용산구청장과 함께 최다 주택 보유자였다. 문 구청장이 보유한 주택은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2채, 양천구 아파트 1채, 강동구 오피스텔 1채 등이었다. 이후 그는 지난해 말까지 양천구 아파트를 팔았다. 또 강동구 오피스텔은 장남에게 전세를 끼고 ‘부담부 증여’를 했다. 부담부 증여를 하면 전세보증금을 빼고 과세하기 때문에 그만큼 증여세와 취득세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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