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의원 지원 혈세 ‘연 2200억원’… 손실보상금 3만7000명 줄 수 있다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2 10: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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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국특완박’ 목소리…“검수완박은 국회의원 봐주기” 주장 거세

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국특완박’(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검수완박 입법 강행 의사를 밝혀왔다. 국민의힘은 이를 반대해 왔지만,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여야 모두 합의했다. 곧장 ‘야합(野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야가 폐지에 합의한 검찰의 공직자·선거 범죄 등의 주요 대상이 정치인이니만큼, 결국 ‘검수완박’이 곧 ‘정치인 봐주기’라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4월24일 “정치인들이 스스로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야말로 이해상충”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합의를 깨고 협상안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검수완박의 핵심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지난 4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불참 속에 통과시켰다. 검수완박의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이날 상정됐다. 민주당이 오는 5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하면, 검수완박 입법은 마무리된다. 이를 막기 위해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헌재)에 ‘검수완박 법안을 본회의에 넘기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했고, 인수위는 ‘검수완박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헌재가 가처분신청에 대해 사전심사를 거쳐 본심사인 전원재판부에 회부할지도 불투명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즉, 국회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민식 당선인 특별보좌역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등에 업고 국민들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헌법이 정한 내용을 무시하고 법을 마음대로 만든다. 그게 바로 입법 독재고 입법권 남용이고 입법 쿠데타”라면서 “차라리 국회의 입법권을 완전 박탈시키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은 입법권 외에도 63가지 권한을 보유하며 수십억원대 지원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국회의원이 갖는 제도적 권한, 특권 그리고 지원 예산을 살펴봤다. 그 결과 국회의원 300명은 1년에 최소 2270여억원의 세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원 세비, 의정활동 지원비, 의원이 두는 보좌진 월급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인수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최대 600만원을 3만7800명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이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시사저널 박은숙
국회 본회의장 전경ⓒ시사저널 박은숙

국회의원 특권 전수조사…입법권, 면책·불체포 특권 등 63개

여기에 국회의원들이 이용하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임대료, 무형의 혜택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런 경우 국회의원이 실제로 누리는 지원 및 혜택은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우선 국회의원의 보수는 2022년 기준 1인당 1억5426만원이다. 의원 수당과 활동비(입법·특별활동비) 등을 모두 포함해서다. 이는 일종의 ‘기본급’이다. 국회의원 300명에게 들어가는 보수만 463여억원이다. 국회의원은 여기에 지원 경비를 추가로 받는다. 사무실 운영 지원, 공무출장 등 교통 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지원, 의원실 보좌직원 지원, 의회외교활동 지원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명목은 ‘의정활동 지원’이다.

국회사무처의 ‘2022년 의정활동 지원 안내서’ 등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차량 유지비는 월 35만8000원이다. 상임위원장을 맡은 국회의원은 세 배 정도인 월 100만원을 지원받는다. 국회의원의 차량 유류비 지원금은 의원실당 월 110만원이다. 서울연구원이 승용차를 보유한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2016년 기준 차량 유지비, 차량구입비, 유류비, 보험료 등은 월평균 78만원이었다. 국회의원은 이보다 60여만원가량 많은 금액을 지원받는 셈이다. 모든 의원실에 지원되는 차량 유지 및 유류비만 연 52억4880만원이다. 연평균 737만4790원의 국회의원 공무수행 출장 지원금도 있다. 반면 스웨덴 국회의원은 대중교통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뿐, 차량 유지비·유류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사무실 이용 혜택’도 있다. 국회의원 한 명은 서울 여의도 소재 국회 의원회관 내 약 45평(148.76㎡)의 사무실을 사용한다. 임대료는 없다. 일반인이 같은 지역 비슷한 평수의 사무실을 빌리려면 월 150만~3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수천만원대 보증금도 감안해야 한다. 그만큼 국회의원은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국회의원은 사무실 운영을 위한 비서실운영비와 업무추진비도 지원받는다. 전화·우편 등 공공요금, 사무용품 등 지원도 있다. 이러한 지원금만 국회의원 300명 기준 연 66억7000여만원이다.

여기에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 지원비도 지급된다. 이는 국회의원 보수에 포함된 입법·특별활동비와는 별개다. 입법 및 정책개발비, 정책홍보물 발간비 및 홍보물 유인비, 정책자료 발송료 등 지원금만 연 134억1000여만원이다. 이러한 국회의원 지원 경비 예산은 올해 기준 306억원이다.

국회의원이 둘 수 있는 보좌진은 4~9급 기준 8명이다. 이들 보좌진의 연봉을 모두 합하면 연 4억9000여만원이다. 인턴 연봉까지 더하면 의원실 한 곳당 보좌진 연봉만 연 5억원 이상이다. 국회의원의 입법·정책활동 지원을 위해 보좌진에게도 세금이 쓰이는 셈이다. 이를 모두 감안하면 국회의원 한 명이 1년에 받는 지원액은 최소 7억5000여만원이다. 국회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연 2270여억원이다. 의회외교활동 시 공항 내 귀빈실 사용, 출입국 절차 간소화 등 무형의 혜택까지 고려하면 실제 혜택은 그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국회의원의 특권은 보좌진 문제”라며 “의원 자신의 지역구 관리는 공무가 아닌 개인의 일인데 의원 지역구에 상주하는 보좌진이 있고, 보좌진을 개인 비서처럼 다루는 의원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2016년 10월17일 여의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왼쪽)이 신인령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장으로부터 특권 개혁안 최종보고서를 전달받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국회의원 차량유지비·유류비 52억원

“새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지난 2016년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제안이었다. 국회의원 특권은 정치권에서 반복된 문제였다.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높았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진척되지 않았다. 상황은 정세균 당시 신임 국회의장이 안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구가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였다. 추진위는 2016년 7월18일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뒤 약 3개월간 활동했다.

추진위는 국회의원의 혜택 축소 및 투명화를 주장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수익금 신고 의무화, 국회의원의 군 골프장(체력단련장) 이용 시 회원 대우 폐지 등이었다.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불체포·면책 특권도 다뤄졌다. 이는 국회의원에게 의정활동과 관련해서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 것이다. 금전적 혜택 등과는 차원이 다른 특권이다. 문제는 국회의원이 이를 공무와 상관없는 상황에서도 남용한다는 점이다. 추진위는 활동보고서를 통해 “불체포특권 및 면책특권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의원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72시간 이내 표결되지 않는 경우 이를 다음 첫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모욕행위 등에 대한 국회 내부의 윤리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추진위가 개선을 권고한 특권 일부는 폐지됐다. ‘국회의원의 민방위 면제대상 제외’ ‘군 골프장 이용 시 회원 대우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세비 등과 관련한 변화는 없었다. 추진위는 당시 입법활동과 회의 참석은 국회의원의 고유 업무라고 봤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세비 중 입법·특별활동비를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눈먼 돈’으로 불리는 출판기념회의 수익금 역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개선되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본회의 등에 불참해도 청가서 등을 내면 특별활동비를 온전히 받을 수 있고, 심지어 법정 구속된 국회의원도 수당을 받는다. 일례로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구속됐음에도 지난해 2000여만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의 징계·자격심사를 다루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권한 강화 등 제도 개선 역시 진척된 바 없다. 당시 추진위에서 활동한 관계자는 “국회의원 특권은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부여된 권리”라며 “이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있었고, 국회 신뢰 회복 차원에서 추진위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특권의 개선 여부와 관련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EPA 연합
유럽의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특권 없는 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의 한 국회의원이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스웨덴 국회의사당에 의원들이 타고 온 자전거들ⓒEPA 연합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유럽 국회의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국회의원도 있다. 국회의원 특권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스웨덴의 이야기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업무용 승용차, 차량 유지비·유류비, 택시비 등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대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스톡홀름 출신이 아닌 의원들은 숙소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이때 국회의원 가족도 함께 이용하려면 임대료의 절반은 의원이 내야 한다. 이들의 한 달 평균 월급은 2019년 기준 800여만원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세비 외 특별수당을 별도로 받지 않는다. 회기 중 결근하면 그만큼 세비가 삭감된다. 지난 1957년 이전까지는 ‘무월급’이었다. 현재도 상당수 스웨덴 정치인은 파트타임 혹은 풀타임 급여를 받는다. 지방의회 정치인 중 절반 이상은 무급이다.

영국에서는 국회의원의 급여 등을 외부 위원회(IPSA· Independent Parliament Standard Authority)가 결정한다. 국회의원이 자신들의 월급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 이렇게 결정된 영국 하원의원의 2021년 기준 연봉은 1억3000여만원이다. 영국 상원의원은 고정된 보수도 없다. 상원의원이 회의에 출석하면 출석수당만 받는다. 만일 상원의원이 장관 등의 직위를 겸하는 경우 하원의원보다 많은 보수가 지급된다. 이때 상원의원은 출석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국회 본회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불참해도 청가서 등을 내면 수당 삭감 등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영국 외에도 외부 기구가 국회의원의 급여를 결정하는 나라는 스웨덴, 호주, 캐나다, 스페인 등이다.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의 국무총리·장관 겸직은 다른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보기 드물다. 행정부·입법부·사법부 간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은 헌법을 통해 연방 상·하원 의원의 특권과 겸임 금지를 규정한다. 최선 조선대 교수는 ‘한국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제도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멕시코, 프랑스, 필리핀,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역시 의원의 겸직은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회도 유럽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도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국의 연방 하원의원, 유럽 의원들은 대부분 우리 의원들보다 혜택이 적다”며 “가령 국회의원들이 사무실을 공유하거나 의원별로 보좌진을 두는 대신 의원이 직접 자료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유럽 의원들은 의원직을 ‘봉사직’이라고 생각해 급여가 (1인당 GDP 대비) 높지 않고 지방의회로 가면 상근직이 아닌 비상근이 많다”며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이에 비해 과다하다”고 부연했다.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은 이와 관련해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접근하기보다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일반 국민들이 정상적으로 확인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투명성 제고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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