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희룡, 지역 건설사 대표 등에게서 후원금 받았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28 17:00
  • 호수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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元 국토부 장관 후보자, 정치후원금 고액 후원자 명단 분석
곳곳에서 이해충돌·보은성 후원 드러나
원희룡(사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연임 도전 지방선거 때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이해관계가 있는 도내 기업들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박은숙
원희룡(사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연임 도전 지방선거 때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이해관계가 있는 도내 기업들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박은숙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지사를 지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와 지난해 대선 경선 때 이해관계가 있던 지역 건설사 등 기업 대표들로부터 500만원에서 1000만원의 고액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은성 후원 의혹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때는 연임 도전 시기였기 때문에 이해충돌 소지도 존재한다. 앞서 원 후보자가 재임 시절 임명했던 공기업 전·현직 사장들이 지난 대선 때 각각 700만~1000만원을 후원했다는 사실도 보도돼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 후보자 측은 합법적인 후원금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정치후원금이 이해충돌 사각지대로 지적돼온 만큼 고위공직자로서 문제의식이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출직 정치인이나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은 법적으로 정치자금을 후원받을 수 있게 돼있다. 후원은 개인 명의로만 가능하다. 정치인이 후원금을 받으려면 후원회를 만들어야 하고, 후원인 1명이 한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대선이 1000만원, 그 외 선거는 500만원이 최대다. 한 사람이 300만원 이상 고액을 후원했을 경우 선관위는 후원인의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 등 최소한의 인적사항과 금액을 공개하게 돼있다.

 

수십 건 용역 받은 건축회사 대표가 후원

시사저널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원 후보자의 지난 선거 당시 정치후원금 고액 후원자 명단 자료를 분석·취재한 결과 원 후보자는 도내 건설사, 건축회사, 버스회사, 석유회사 대표 등 기업 대표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게 드러났다.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현역 시장이던 원 후보자가 연임에 도전하던 때다. 그해 5월 ㅇ건축회사 A대표는 원 지사에게 지방선거에서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500만원을 후원했다. A대표는 모 여성경제인 단체의 제주 지역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지역지 보도 등을 확인한 결과 원 후보자와 A대표는 제주 지역 경제인들이 모이는 공식적인 행사 등에서 여러 차례 식사를 하거나 만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ㅇ건축회사가 제주도로부터 건설·물품 등 용역을 받는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사저널이 조달청 나라장터와 제주도 계약 정보 공개 시스템을 통해 전수 확인한 결과, ㅇ건축회사는 원희룡 지사 재임 기간인 2014년 7월부터 2021년 8월 사이 제주도와 그 산하 기관으로부터 수십 건의 건설·물품 등의 용역을 받았다. 계약금액은 총 18억원가량이다. 그중 수의계약으로 맺은 계약금액도 약 8억6000만원에 달한다. A대표가 후원한 뒤 제주도와 산하기관, ㅇ건축회사가 맺은 수의계약만 건수로 15건, 금액은 5억원을 조금 넘는다. 대가성 후원이었냐는 의혹이 생길 수도 있는 지점이다.

제주도 내 10여 개 버스 노선을 갖고 있는 ㄱ운수회사 B대표도 2018년 5월 원 후보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제주도는 지난 2017년부터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버스 운영비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도는 매년 1000억원 이상을 도내 운수회사들에 지원한다. 무엇보다 제주도는 매년 여러 운수회사를 평가해 각각 등급을 매긴다. 등급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기에 원 후보자와 B대표는 분명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셈이다.

아울러 B대표는 제주 지역 버스운송조합의 요직을 맡고 있다. 제주도가 준공영제를 결정할 당시 B대표는 운수업계의 대표 자격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2017년 5월 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관련해 운수업계를 대표해 원 후보자와 만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게 B대표였다. 쪼개기 후원도 의심된다. B대표가 후원한 날 C씨 역시 500만원을 원 후보자에게 후원했다. C씨의 이름은 ㄱ운수회사 주주명단에서 찾을 수 있다. 1인당 최대 후원액이 500만원이기에 타인 명의로 쪼개서 후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ㄱ운수회사 관계자는 시사저널 질의에 “후원할 때 무슨 이유가 있어서 하나. 본인이 우러나는 마음으로 한 것 아니겠나. 이해관계는 무슨 이해관계인가. 기자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시라”고 답했다.

버스 준공영제인데, 운수회사 쪼개기 후원

지난해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에서 사퇴하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나섰을 때도 도내 기업들의 후원 사실이 확인된다. 역시 곳곳에서 이해관계가 확인돼 보은 후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대선에선 후원금 최대 금액이 1000만원으로 늘어난다. ㅇ건설사 D대표는 지난해 8월 원 후보자에게 1000만원을 후원했다. 조달청 나라장터와 제주도 계약정보 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원 후보자 지사 재임 시절 ㅇ건설사는 제주도와 그 산하 기관으로부터 총 15억원가량의 공사를 수주받아 실행했다.

대선 때도 또 다른 운수회사 대표의 후원이 있었다. ㄷ운수회사 E대표는 지난해 9월 원 후보자에게 1000만원을 후원했다. ㄷ운수회사 역시 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왔다. 아울러 E대표도 B대표와 마찬가지로 버스운송조합의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보은 후원 의혹에 대해 입장을 묻기 위해 E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운전 중이어서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끊은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석유회사 대표의 후원도 있었다. 도내 주요 석유 업체인 ㅅ석유회사 F대표는 지난해 10월 본인과 본인 배우자 명의로 각 1000만원씩 원 후보자에게 후원했다. 확인 결과 ㅅ석유회사는 지난 2015년 제주개발공사와 3억원 이상의 유류 공급 수의계약을 맺은 바 있다. 아울러 주유소 등 관련 업계는 지자체로부터 각종 인허가를 받을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도 보은 후원이 의심된다. 시사저널은 관련 입장을 묻기 위해 ㅅ석유회사를 비롯해 원 후보자에게 후원한 대표들이 속한 회사에 연락했으나 대부분 4월28일 현재까지 당사자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제주 공기업 전·현직 사장들의 고액 후원도 이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원 후보자가 지사로 있을 때 임명된 인사들이다. 오아무개 전 제주개발공사 사장이 2021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만원을, 고아무개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같은 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700만원을 후원했다. 김아무개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장도 2021년 8월 1000만원의 정치자금을 원 후보자에게 기부했다.

관련 논란에 대한 시사저널 질의에 원 후보자 측은 “정치후원금은 정치자금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법인 또는 단체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한도 내에서 기부받았다. 기부자 명단 및 정치후원금 사용내역 등 관련 내용은 모두 선관위에 신고했다. 선관위는 매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고 있으며, 원 후보자에 대한 300만원 초과 기부자 역시 해당 명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된 사안에 대해 지나친 부풀리기, 억측에 의한 의혹 제기는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아울러 근거 없는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선 청문회 과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해관계가 있는 지역 업체들에게 고액 후원을 받고도 문제가 없다는 원희룡 후보자의 윤리의식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정치후원금은 이해충돌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만큼 대가성·보은성 후원이 없었는지 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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