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토종 OTT, 해외서 탈출구 찾는다
  • 김용수 시사저널e. 기자 (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2.06.07 10:0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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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왓챠 등 올해 해외 진출 ‘원년’ 선포
“플랫폼 단독 진출 위험…현지 제휴·번들링 전략 필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국내시장 진출 경쟁으로 토종 OTT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력으로 무장한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이 가입자 확대를 위해 해외 진출에 총력을 쏟는 이유다. 토종 OTT들은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플랫폼 직접 진출 기회를 찾고 있다. 시장 성장세 둔화와 수백억원대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오리지널을 포함한 콘텐츠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신규 가입자 확보가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실제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해 만든 웨이브는 지난해 5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2020년 10월 CJ ENM에서 독립 출범한 티빙은 지난해 7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왓챠의 영업손실도 248억원으로 전년(155억원)에 비해 더 커졌다.

ⓒfreepik

일본·대만 등 진출 경쟁적으로 추진

글로벌 OTT의 공세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도 토종 OTT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이유다. 이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이 국내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파라마운트플러스와 HBO맥스 등 신규 OTT의 상륙이 예고됐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OTT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티빙이다. 티빙은 올해 일본·대만을 시작으로 내년에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메신저 기업인 라인과 함께 소비자 직접판매(D2C) 플랫폼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티빙은 CJ ENM의 지원으로 오리지널뿐만 아니라 현지를 공략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 수급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티빙은 6월16일 플랫폼 내 ‘파라마운트+ 브랜드관’도 만든다. CJ ENM이 지난해 파라마운트글로벌과 맺은 업무협약에 따른 것으로 콘텐츠 경쟁력 향상을 통한 해외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연내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계획이다.

웨이브도 동남아를 비롯해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웨이브는 지난해 동남아 7개국에서 ‘웨이브고’를 출시하는 등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로 잠정 보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웨이브 이사회가 글로벌 미디어 사업 확장, IPO 추진 등 미래 성장 구체화를 위해 이태현 대표의 연임을 결정한 만큼, 올해 해외시장 진출 방향 등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연임을 확정한 이 대표는 “웨이브가 세계적인 K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웨이브는 진출을 목표로 하는 시장이나 시점 등 구체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웨이브고는 기술 테스트를 위해 서비스한 측면도 있다. 최소한 아시아권 국가에선 기술 테스트를 완료했다”며 “각국의 현지 사업자와 제휴하거나 마케팅, 콘텐츠 수급 등이 국가별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타깃 국가에서 어떤 사업자와 제휴해 서비스를 시작할지 현재 협의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직접 공략과 파트너사와의 제휴 중 어떤 것이 효과적일지는 탐색이 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0년 토종 OTT 중 가장 먼저 일본에 진출한 왓챠는 내년부터 서비스 범위를 미국, 유럽 등으로 확대하는 등 해외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1억 명의 유료 구독자를 달성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되겠단 목표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과 《미나리》 성공 이후 기류가 달라지면서 꼭 아시아만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해 원점에서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정해진 것은 아직 없지만 전체 국가를 대상으로 고민 중이다. 내년에는 더 많은 나라에 서비스를 론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토종 OTT들의 해외 진출 전략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외시장 직접 진출의 경우 성공 여부는 경영진의 투자 의지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단순 콘텐츠 확대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통·번역 작업 등을 위한 투자 전략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해외 진출이란 게 현지에서 토종 OTT를 로그인해서 볼 수 있게 한다고 해서 서비스가 구현되는 건 아니지 않냐”며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과 통·번역 작업, 콘텐츠 확보 등 전반적인 투자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토종 OTT들이 해외에 진출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투자 계획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서비스 운영관리 등 투자 의지 중요”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 기존 콘텐츠에 대한 배급권 확보 여부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넷플릭스가 서비스 초기 HBO 등 기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듯이, 오리지널 콘텐츠 외 다량의 콘텐츠가 확보돼야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진출 시 적자 지속이 불가피한 만큼, 현지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안정적인 가입자 확보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상품 번들링(묶음판매)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쿠팡이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 가입자에게 OTT 쿠팡플레이 이용권을 무료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김용희 한국OTT포럼 연구이사(오픈루트 전문위원·숭실대 교수)는 “각 국가의 문화나 법제도들이 다른데, 이를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플랫폼이 독자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며 “이미 점유율이 높은 메신저 등 플랫폼들과 연계해 진출하거나 라인이나 카카오 등과 협력 모델을 구축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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