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패로 마음이 지옥일 때 해야 할 일 여섯 가지
  • 김형준 강북삼성병원 임상심리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1 07:30
  • 호수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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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폭락’에 4000억원대 자산가도 극단적 선택 했다는데…

1928년 미국, 고급 호텔에 중년 남성이 들어서자 프론트에서 이렇게 물어봤다고 한다. “주무실 건가요, 뛰어내리실 건가요?” 대공황으로 몰락한 금융인들이 고층빌딩이나 호텔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일들이 대공황 시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후로도 IMF나 세계 금융위기 등 경제에 타격이 있을 때마다 그 충격파에 많은 사람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근 루나-테라 코인 폭락 사태 직후 집계된 국내 루나 투자자는 28만 명에 이르며, 이들이 투자한 금액이 수조원에 이른다는 얘기가 있다. 상장폐지 이후 흔적만 남아버린 계좌를 붙잡고 마음이 지옥인 이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포대교 등 자살 시도가 많은 장소에 대한 검색이 급증했으며, 누군가는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어김없이 들려왔다. 실제 이들 중에는 4000억원대 자산가였다가 한순간에 전 재산을 잃은 이도 있고,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대기업에 다니는 젊은 엘리트들도 있다. 물론 죽지 않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안고 살아가는 이가 훨씬 많지만, 깊게 파인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투자 성공으로 부자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돈을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복사를 할 수 있는 신문물을 만난 듯 거래창에 있는 매수와 매도 버튼을 수도 없이 눌렀지만 실수로 delete를 눌러버린 것처럼,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원금을 되찾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이가 훨씬 많다. 투자 실패는 단순히 돈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손실의 늪에 빠져, 감정을 잃으면 그때부터 진짜 손실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돈을 잃으면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로 자기통제를 잃고, 가족을 잃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처럼 투자 실패로 마음이 지옥일 때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시사저널 양선영

첫째, 아무것도 하지 않기

한 번 손실을 경험하게 되면, 잃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수치심, 그리고 다른 수단으로 손실을 만회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쪽같은 투자금이 반쪽이 돼버린 탓에 대출을 받거나 선물이나 옵션처럼 위험한 투자를 하다 손실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의외로 손실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손실은 만회할 수 없지만, 추가적인 손실은 막을 수 있다. 

둘째, 충동과 반대로 행동하기

투자 실패 이후 쓰디쓴 손실을 곱씹다 보면 오만 가지 감정이 올라오며 우리를 충동질한다. 어떤 이들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엉망이 돼버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세창을 들여다보던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부숴버리거나 주변인들에게 커다란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신뢰와 관계 상실로 이어지며, 이는 금전적인 손실보다 더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니 가끔은 충동과 반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거짓말하지 않기

손실 이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SOS를 외치는 것이다. 재정적·심리적 타격이 심대하며 복구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가족이나 주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처참하게 구겨져버린 자존심과 수치심으로 인해, 가족들에게 투자 사실을 숨기거나 손실을 금세 만회할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한 남성이 코인 투자 실패로 죽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이가 격려의 댓글을 달았는데, 댓글들을 읽어 내려가다 그 남성이 죽고 싶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부인이 투자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배우자나 가족을 속이고 투자를 감행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후, 사람들은 후폭풍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게 된다.

가족들에게 투자 실패 사실을 말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바로 손익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이미 과거에 결정되어 있다. 당신이 초범인지, 반성의 기미가 있는지, 얼마나 선량한 사람이었는지에 따라 형량이 정해질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 그 이후에 어떤 처분이 있든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다. 

넷째, 실패를 통해 성장하기

투자 실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비싼 수업료’ 낸 셈 치겠다는 말이다. 돈 잃은 것도 억울한데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라면 그나마 손실을 받아들이기 수월해질 것이다. 

당신은 왜 투자에 뛰어들었는가? 그리고 왜 실패했는가? 앞으로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시간과 돈, 그리고 우리의 노력을 투자해야 할 순간에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인생은 어떤 역경을 겪었느냐가 아니라, 그 역경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다섯째, 손실을 안고 살아가기

사실 다들 말은 안 해도 손실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든지 크고 작은 손실을 경험한 적이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을 뿐이다. 한 번의 실패로 나의 삶이 실패라는 성급한 결론은 내리지 말자. 물론 손실의 정도에 따라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막막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미 현실이 된 손실이 한순간에 복구되는 기적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뚜벅뚜벅 한 발 한 발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너무 서두르지 말기 

예전에 TV에서 부산톨게이트에서 서울까지 정속주행을 했을 때와 과속했을 때 도착하는 시간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실험한 적이 있다. 차량 한 대는 100km로 정속주행을 했고, 다른 한 대는 속도 제한을 지키지 않고 과속하는 조건이었다. 실험 결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정속주행 차량은 5시간이 걸렸고, 과속차량은 4시간30분이 걸렸다. 30분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속주행의 경우 운전 피로도가 정속주행보다 3배나 높았다는 사실이다. 과속차량은 376번 추월을 했으며, 차선 변경도 235번이나 했다. 이처럼 우리도 어딘가에 조금 빨리 도착하기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이 바로 당신의 투자가, 그리고 당신의 인생이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필자 김형준은

심리학자 겸 자살예방교육전문가. 서울대병원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받았고,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보고듣고말하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자살 예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주식·가상화폐 등 투자 실패와 손실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경험자의 시각에서 생생하게 다루고,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안내하는 책 《심리학자가 투자실패로 한강가기 직전 깨달은 손실로부터의 자유》를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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