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레이더 정비병 사망 ‘공무상 재해’ 인정…’사드 논란’ 재점화될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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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법원, “유족연금 지급하라”며 국방부 패소 판결…”전자파 측정 결과 믿기 어렵다”

레이더 정비사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20대 공군 부사관이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통해 밝혔다. 군 레이더의 유해성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번 판결이 천궁, 패트리어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국내 레이더 장비의 관리 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8S년 4월25일 오후 경북 성주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철수를 요구한 후 사드기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2018S년 4월25일 오후 경북 성주 소성리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철수를 요구한 후 사드기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고등법원은 고인의 어머니가 “유족연금 부(不)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5월20일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11년 공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고인 A씨는 그해 말부터 2018년까지 약 6년 간 방공포대 레이더 정비사로 근무했다. 그러다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2019년 사망했다. 당시 A씨의 나이는 28세였다.

국방부, 1심때 근거 제출 않다가 2심때 불충분 제출 

국방부는 “레이더의 전자파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A씨의 어머니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은 “피고(국방부)가 항소 이유로 주장하는 내용은 1심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어 “피고는 전자파 측정 결과를 제출했으나 그 내용을 믿기 어렵다”면서 “측정 시점도 고인이 레이더 정비사로 근무했던 기간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고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뒤집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고인은 공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역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각종 레이더 장비에서는 일정 수준의 전자파가 발생한다”며 “(국방부는) ‘방사선이나 유해물질 노출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만 할 뿐 실제 확인조치를 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확인했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방사선의 유해성 여부를 따져볼 근거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게다가 A씨는 매년 체력검정에서 1등급을 유지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국방부와 달리 국가보훈처는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그를 순직군경으로 결정했다. 국가보훈처가 자문을 구한 의료진은 “고인은 백혈병과 관련한 다른 직력과 병력이 없다. 고인의 백혈병은 공무와 관련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7년 9월2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설치된 대공 감시 레이더가 운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2017년 9월2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설치된 대공 감시 레이더가 운영되고 있다. ⓒ 연합뉴스

 

체력 1등급 청년의 죽음...보훈처는 '순직군경' 결정

A씨 어머니 측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금성(김동구·박재범 변호사)은 “공무상 사망에 있어 인과관계는 유족에게 증명 책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군사시설의 경우 유족이 관련 자료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혈병은 원인과 경위가 매우 다양해 인과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은데, 이번 판결은 백혈병과 전자파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군 레이더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논란이 가장 두드러졌을 때는 2016년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사드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시기다. 당시 주민들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극렬 반대했다. 그럼에도 주한미군은 2017년 레이더를 포함한 사드 1개 포대 배치를 완료했다. 단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반대 시위도 계속돼 지금도 임시 배치 상태로 남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5월23일 “사드 정상화를 이른 시일 내에 하겠다”며 정식 배치 의지를 내비쳤다. 주민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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