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부패수사 제대로 할 수 있게 검·경 정상화해야”
  • 조해수·김현지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6 11:0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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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 책 낸 검찰 개혁 전문가 김종민 변호사

헌법국가의 양대 축은 ‘민주’와 ‘법치’다. 어느 한쪽이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좌초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하버드대 정치학과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렛 교수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정치적 경쟁자를 적으로 여기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선거 불복을 선언하면서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이 끝나자 《법치는 어떻게 붕괴하는가》라는 책이 나왔다. 20년간 검찰에서 근무한 지청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이 책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종민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 검찰개혁위원회에 몸담았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에서 일한 검찰 개혁 전문가다.

그는 “문재인 정권 5년은 검찰로 시작해 검찰로 끝났고, 윤석열로 시작해 윤석열로 끝나고 말았다”면서 “검찰 개혁의 상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실패가 보여주듯 진단도 처방도 틀린 엉터리 개혁”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특수수사를 중심으로 검찰이 지나치게 1차 수사기관화·경찰화한 것이 문제”라면서 “검찰은 직접수사보다 경찰수사를 지휘하고 통제하는 ‘준사법기관’ 역할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와 통제는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검찰이 탄생한 배경이었다. 김종민 변호사는 검사 재직 시절인 1999년 프랑스의 판검사를 양성하는 그랑제콜 국립사법관학교에 1년간 유학했고, 2007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으로 발령받아 2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 반부패회의 정부 대표를 맡았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2006년 ‘부패범죄자의 입증 책임 전환규정’을 신설했다. 자기 재산의 자금출처를 소명하지 못하거나 거짓으로 은닉했을 경우 3년 이하의 구금과 7만5000유로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대장동 개발 비리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반부패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비정상화한 반부패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검찰의 정상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나라 검찰과 경찰 체제의 문제는 과거 유신과 군사정권 이래 계속 내려오던 시스템이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검찰·경찰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이 인사권으로 통제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역대 모든 정권에서 수사의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검찰 독립을 강화하고 이에 상응하게 책임도 지워야 한다. ‘정권’의 검찰을 ‘국민’의 검찰로 돌리는 것이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5년간 해야 할 수사는 못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수사는 오히려 했다. 자기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사하던 검사를 갑자기 다른 곳으로 ‘아웃’시키고, 반대로 친정권 검사들을 전진 배치시키고… 이런 악순환부터 끊어내야 한다. 검사 인사제도가 가진 구조적 문제의 해결 없이 검찰 개혁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전 국민이 알게 된 것이 지난 정권 5년의 교훈이다.”

인사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유럽의 경우, 2차 대전 즈음해서 검찰이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기능했던 불행한 역사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프랑스는 1946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을 배제하고 ‘최고사법평의회’가 주관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이 직접 검찰 인사를 하는 구조가 아닌 조금 더 객관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최고사법평의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가칭 ‘국가검찰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검사장 직선제에는 반대한다. 교육감 직선제처럼 실익 없이 오히려 정치 논리가 너무 많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수완박법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한마디로 입법 쿠데타다.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을 군사작전을 하듯 밀어붙였다. 진단도 틀렸고 처방도 틀린, 완전히 잘못된 입법이다. 검수완박의 본질은 ‘검찰 폐지’다. 수사권이 없는 검찰은 검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사는 검사가 소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준비 절차 또는 예비 절차인데, 준비 절차인 수사와 본 절차인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우리 검찰 개혁이 나아갈 방향은 ‘수사·기소권 분리’가 아니라 ‘직접수사와 수사지휘통제의 분리’여야 한다. 검찰이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에 대한 실효적인 지휘와 사법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반수사의 경우 경찰이, 부패범죄나 금융범죄 등 중대범죄 수사는 중수청이 담당한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은 폐지하고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게 한다. 공수처는 중수청에 흡수 통합시킨다. 검찰은 경찰 송치사건의 보완수사나 무고, 위증 등 관련 사건 인지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제한적 수사권만 인정한다.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수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과 중수청을 지휘해 수사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1차 수사기관으로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준사법기관’으로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를 실효적으로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중요한 이유는.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법관인 판사와 검사가 수사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감독해야 한다. 모든 수사가 사법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전 우리 검찰처럼 직접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권한이 집중돼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찰이 검찰의 지휘와 사법통제 없이 독자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것도 잘못이다. 특히 사법적 결정인 범죄 혐의 유무 판단에 관한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인정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우리 경찰이 수사권 독립의 모델로 삼은 일본의 경우도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전부 검찰에 송치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수사·기소권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모든 수사의 전 과정이 사법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책을 보면 경찰국가, 경찰파쇼에 대한 우려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경찰이 의도하는 바는 이승만 정권 자유당 시절의 형사소송법 체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10일간의 ‘경찰구속제도’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이 제도는 내가 아는 한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경찰구속제도는 1912년 일제가 조선 식민지 무단통치를 위해 만든 조선형사령 제13조에 ‘사법경찰이 14일간 구류(구속) 또는 유치’할 수 있던 것에서 비롯됐다. 1919년 3·1운동 이후 1922년 조선형사령이 개정됐는데, 그때 구류기간이 14일에서 10일로 바뀌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유럽인권협약 등 국제인권규약도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경우 ‘최단시간 내’에 판사와 검사 등 사법관에 인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것이 경찰의 체포·구속에 관한 글로벌 스탠더드다.”

공수처를 평가한다면.

“공수처는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취약한 대통령 직속 ‘정치적 사찰수사기구’에 불과하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반헌법적 수사기관이다. 공수처는 홍콩의 반부패수사기구 염정공서,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을 모델로 했지만 입법 단계에서 2018년 3월 신설된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사례를 참고했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조사, 심문, 구금, 재산 동결 및 몰수 등 어마어마한 권한을 갖는다. OECD 국가 중 우리의 공수처와 같은 수사기구를 둔 나라는 없다. 공수처는 신설될 중수청에 통합돼야 한다. 검사의 지휘를 받는 법무부 소속 특별수사기구로 대체할 수도 있다.”

국가적 반부패 대응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수사에서는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각 따로 놀았다. 국가수사체계 재편을 위한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이 허구이고 실패임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선진국들은 부패 방지를 위한 강력한 입법을 단행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가족이 청와대 관저에 입주해 생활한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프랑스였다면 10년 이하 징역감이다. 프랑스는 형법 제432-15조에 ‘공공재산 유용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공관 등 공적 시설물을 사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사적 목적을 위한 식사 접대 등도 모두 공공재산 유용죄 처벌 대상이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 모두 대통령이 사용하는 비용은 공개하고 공적 목적이 아닌 사적 비용은 전부 개인 부담으로 하고 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권력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도 엄중한 반부패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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