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반복되는 ‘황태자’ 논란, 언제까지 [쓴소리 곧은소리 / 이준한]
  •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4 12:00
  • 호수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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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더 막강해진 한동훈의 법무부와 검찰…권력은 무상하고 세상은 돌고 돌아

필자는 오래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언젠가 그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시간이 문제일 뿐 이미 그들이 먼 지방으로 밀려났을 때부터 반드시 다시 중앙으로, 또 검찰총장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지방으로 밀려날 때도 굳이 사표를 내지 않고 세월을 참고 기다리는 길을 택했던 데는 과거 정부가 바뀔 때마다 또는 특검이 구성될 때마다 지켜봐왔던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이치대로 올라가면 내려오기 마련이고, 정권도 꾸준히 바뀌는 시대다.

그러나 정말 꿈도 못 꾸었다. 2022년 3월 대통령선거를 꼭 한 달 앞두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독립운동처럼 해온 어떤 검사장이 중앙지검장을 하면 왜 안 되느냐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도 그 검사장이 대선이 끝나면 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으로 돌아오겠구나 예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이래서 법무부 장관 하마평이 하나도 없었구나” 하고 두 눈만 껌벅거리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뒤에 서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내정자의 굳은 얼굴을 TV 화면으로 봤을 때는 파격에 충격을 느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보와 인사권을 한 손에 다 쥔 한동훈 장관

장관 후보자 시절에도 한동훈은 화제를 끊임없이 몰고 다녔고 주목을 끌어왔다. 국회의 파행을 막기 위해 어렵사리 국회의장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해 여야 합의를 이끌어냈건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후보자 등의 통화에 영향을 입어 결국 합의를 깨는 데 일조했다.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검수완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고, 지금은 법무부 수재들로 검수완박 관련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위헌쟁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 정당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도 없애며 민주사회의 입법·행정·사법부 사이 3권 분립 원칙에 대한 부정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지금 세간에는 한동훈 장관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왕장관’이고 여차하면 차기 주자가 될 수 있다는 평이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편으로는 경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무시하지 못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부터 너무 밟으면 오히려 커지고 꺾으려 들수록 오히려 탄력을 받아 윤 대통령의 길을 이어갈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그러는 사이 한 장관이 검찰 내 게시판인 e프로스에 검사 사직 인사를 한 뒤에 일선 검사들이 계급에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더 장관과의 인연을 엮고 앞다퉈 장관을 칭찬하는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힘이 실리고 줄도 늘어서는 형국이다.

앞으로 한 장관의 힘은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시도가 실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령 개정이라는 방법을 통해 여전히 검찰이 특수수사와 부패, 경제범죄 수사에서 날카로운 칼을 휘두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평가가 있다. 민주당은 9월부터 검찰의 공직자 범죄수사권을 없애려고 추진했지만 정부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검사의 수사범위 관련 규정 가운데 부패범죄에 공직자 범죄의 대표 격인 직권남용을 추가하면 계속해서 공직자를 엄히 다스리게 된다. 또 경제범죄도 9월부터 제한하려고 했지만 대통령령을 고쳐 경제범죄 대상의 금액 한도를 풀어버리면 검찰은 계속해서 횡령·배임·탈세 등을 모두 수사하고 뇌물과 부패 수사로도 이어갈 수 있다.

 

권력 집중시키고 대통령에만 충성하다 생기는 문제

이번에 바뀐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으로도 한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검찰 조직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단단하게 이끌고 갈 것이 분명하다. 이미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듯이 대통령은 언제나 장관에게 든든한 배경이 될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은 중대범죄수사청에 직접 임명권을 행사해 검찰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른바 검수완박의 핵심인 중대범죄수사청이 앞서 언급한 범죄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게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처음부터 중대범죄수사청의 실무 검사와 수사 인력을 임명한다면 지금의 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법무부의 위상이 높아지고 검찰의 지위가 공고해질수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권력도 커지기 마련이다. 취임하자마자 한 장관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검찰의 주요 자리에 배치했는데, 드디어 과거 민정수석실이 갖고 있던 인사검증 권한까지 넘겨받았다.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한 것이다. 법무부에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까지 맡으면 대한민국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의 주요 인사에 대한 정보가 법무부로 모이게 된다. 정보가 곧 힘이고 인사가 곧 권력인 시대에 한 장관이 이른바 소통령이요 황태자라는 말이 나온다.

권력은 무상하고 세상은 돌고 도는 법.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안희정과 이광재가 있었고, 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는 왕차관이라고 불렸던 박영준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이 주름잡았는데, 나중에 보니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버티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는 김경수 지사와 조국 민정수석이 있었다. 다 똑같은 왕수석, 왕장관, 황태자, 핵관(핵심 관계자)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서로 의기투합해 국가에 봉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권력을 집중시켰고 대통령에게만 충성했던 데 있다. 이들은 결국 국가가 제공하는 숙식의 혜택을 받은 경험을 공유한다. 대통령에 가까울 때 권력과 의협심에 도취되기보다 역사를 돌이켜보고 미래의 길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금세 찾아온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검사 시절에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비리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수십만 명의 재산을 흔적도 없이 날린 루나와 테라 코인 사건이 터지자 한 장관은 전임자가 없앴던 여의도의 저승사자인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을 부활시켰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도 재수사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맡아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 힘 있는 법무장관과 엄정한 검찰 앞에 놓인 선택일까.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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