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타고 온다더니…” 재난 앞에 보이지 않는 尹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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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울진서 연이어 산불 발생했지만 부산만 방문
대선 후보·당선인 시절 밝혔던 것과 다른 행보
6월2일 오전 0시께 경남 밀양 산림화재 현장 ⓒ 산림청 제공
6월2일 오전 0시께 경남 밀양 산림화재 현장 ⓒ 산림청 제공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소방 당국이 동원령을 격상하며 주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급 동원령까지 내린 '비상상황'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조기 진화 총력" 메시지를 전할 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산불 현장을 찾아 국가 재난 상황임을 강조하며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서라도 와야 한다"던 것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청은 2일 오전 9시30분을 기해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2호로 격상했다. 소방동원령은 대형 화재나 사고,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부족한 소방력을 타지역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48시간째 이어지고 있는 밀양 산불 진화를 위해 헬기 53대, 장비 303대, 인력 1783명 등 역대급 자원을 동원했지만 건조한 대기와 바람 등 악조건이 겹치며 진화에 애를 먹고 있다. 

밀양 산불의 피해 면적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676㏊로 진화율은 45% 수준이다. 한때 진화율은 60%를 넘기기도 했지만, 피해면적이 더 늘면서 30%까지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밀양 산불이 발생하자 지난달 31일 "산림청 등 관계 기관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산불 조기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라"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근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키고 산불 진화대원들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나 현장을 직접 찾지는 않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월4일 대선 당시 경북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청와대에 있더라도 산불이 나면 헬기라도 타고 와야 한다"며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로부터 열흘 뒤 당선인 신분으로 또 다시 현장을 방문해 피해 복구와 지원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방문,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방문,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에서 산불이 또 발생하고, 밀양의 경우 사흘 넘게 진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은 현장을 찾지 않았다.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부산을 찾고도 이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밀양은 둘러보지 않고 서울로 이동했다.

울진 산불 당시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 등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진이 공개되는 등 현장 방문과는 별개로 재난이 발생한 시점에서의 메시지 관리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울진과 밀양을 찾지 않은 윤 대통령이 선거 직전 부산을 찾은 것에 대해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경남 밀양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청은 산불 3단계와 산불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며 "대통령 내외가 한가하게 주말을 즐길 때 발생한 대형산불에 절망한 울진 주민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만사를 제쳐두고 부산을 먼저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직격했다. 

대통령실은 선거개입 논란에 대해 "만약 선거를 염두에 뒀다면 더 어려운 지역에 가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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