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민주당에 회초리 든 광주 민심…“아예 투표장 안 가”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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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당, 역대 최저 투표율에 ‘당혹’…40% 이하는 사상 처음
민주당 독점구조 피로감· 소귀에 경읽기 오만함…투표 불참으로 응징
지역 정치권 “국민의힘에 역대 가장 많은 표 준 점, 뼈아프게 새겨야”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텃밭인 광주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전통적 텃밭인 광주에서 민주당의 압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이나 시민들 모두 예상 밖의 역대급 최저 투표율에 놀라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 광주 투표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이를 두고 광주 민심이 변하지 않는 광주 민주당 세력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 시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식으로 ‘매’를 들었다는 것이다.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광주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1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은 3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광주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광주 민심이 변하지 않는 광주 민주당 세력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 시내 전경 ⓒ광주시
6·1 지방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은 3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역대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보더라도 광주 투표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광주 민심이 변하지 않는 광주 민주당 세력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 시내 전경 ⓒ광주시

지방선거 압승에도 ‘감사 인사’조차 못한 광주 민주당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 선거 모두 민주당 후보가 여유있게 승리를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는 74.91%(33만4699표)를 득표하면서 거세게 도전한 국민의힘 주기환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5개 구청장의 경우도 민주당이 석권했다. 현직인 동구청장 임택·남구청장 김병내·북구청장 문인 후보도 80%가 넘는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광주지역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서구청장 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민주당 김이강 후보가 65.01%를 얻어 34.98%를 획득한 서대석 후보를 여유 있게 누르고 당선됐다. 광산구청장은 민주당 공천을 받은 박병규 후보가 무투표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광주 투표율은 37.7%다. 광주 시민은 10명 중 4명만 투표장에 간 셈이다. 전국 평균 50.9%를 크게 밑돌았고 4년 전 지방선거 득표율 59.2%와 비교해서도 20% 포인트 이상 크게 떨어졌다. 불과 3개월 전 치러진 20대 대선의 투표율(81.5%)에서 절반 이하로 폭락했다. 당시 대선의 광주 투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광주 시민들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84.82%의 몰표를 줬다. 

역대 지방선거 최저 투표율이 20년 전인 2002년 3회 42.3%였다. 특히 광주는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의 본산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역대 선거에서 진보 표심의 결집으로 인해 투표율이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역대급으로 투표율이 낮아진 것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광주 지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이처럼 투표율이 크게 낮아진 이유는 대선 이후 곧바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관심도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으로 민주당 독점 구도에 대한 피로감과 함께 대선 패배 이후에도 ‘반성 없고, 달라지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을 꼽는 이들이 많다. 대선 패배에도 민주당의 성찰과 쇄신 노력이 부족했고, 더욱이 광주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안일한 인식하에 변화 의지마저 보여주지 않았다며 오만함에 비판이 쏟아졌다.

나아가 민주당 공천 과정이 온갖 잡음과 논란으로 얼룩지면서 구태에 찌든 민주당에 대한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민주당 공천을 주도한 ‘586’세대 정치인들과 2년 전 총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국회에 입성한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떠한 절박함도 없이 오직 2년 후 총선에 대비해 ‘자기 사람 심기’에만 혈안이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사후약방문격 ‘반성문 쓴’ 민주당…“변화 모습 보여줄지 의문”

민주당은 광주에서 압도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낮은 투표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양새다. 광주와 전남이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국민은 민주당에 광역단체장 5대 12보다 더 무서운 질책을 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민주당은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물론 시당 지도부가 감사 인사 대신 반성문을 먼저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 광주 당선인들은 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광주 시민들의 낮은 투표율의 의미를 매섭게 받아들이겠다”며 혁신 의지를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첫 마음 그대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변화와 발전을 바라는 시민들의 뜻에 부응하도록 하겠다”며 “민주당도 간절한 마음으로 혁신하고 또 혁신해서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도 “광주 시민들께서 보내주신 투표율의 의미 또한 아프게, 매섭게 가슴에 새기겠다”며 “광주 시민들을 위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혁신하라는 말씀으로 알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행보는 사후약방문이자 만시지탄의 성격이 강해 실제 뼈를 깎는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줄지는 의문이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호남이 민주당의 거점 지역이라는 측면에서 민주당이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을 차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며 “그러나 집행부를 견제해야할 의회까지 독식하는 것은 해도 너무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시민단체가 민주당의 시의회 독점을 우려해 비례의석 3석을 지역 소수 정당에 양보하라고 했으나 민주당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며 “시의회 비례의원으로 민주당 몫 2명 모두를 공천했다. 기초의회 3인 선거구에 3인 모두를 공천했다. 이러고도 그들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 운운한다”고 민주당의 폐쇄성을 비판했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는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정당에 투표하기는 싫으니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것 같다”며 “민주당 지지층은 투표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외면 받은 국민의힘에는 역대 가장 많은 표를 준 점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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