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끝나자 사라진 박지현…민주 ‘新지도부’ 참여 가능할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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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쇄신’ 주장했지만 지선 패배에 ‘책임론’ 직면
당내 의견 팽팽…“朴, 혁신 주도해야” vs “이른 복귀 불가능”

“위원장님, 5대 쇄신안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방선거 다음 날인 6월2일 오전 11시20분. 비대위 총사퇴를 발표하고 국회를 떠나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옆에 기자들이 따라붙었다. 취재진이 ‘5대 혁신안 시행 시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 ‘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박 전 위원장은 입을 다문 채 준비된 차에 올라탄 뒤 국회를 빠져나갔다.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은 박 전 위원장 미래에 쏠린다. 민주당 비대위는 해산했지만, 박 전 위원장이 약속했던 ‘5대 쇄신안’ 논의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쇄신 논의를 주도했던 박 전 위원장이 다시 한 번 민주당 지도부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분란’을 촉발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는 입장문을 발표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7일 오후 3시 의원총회를 열고 새로운 비대위 구성에 나선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선수별로 추천된 의원과 청년·여성·원외 등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원 대부분의 인선을 마치고 의원총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의 추인을 받아 금주 내에 비대위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박 전 위원장의 혁신위 참여 여부에 쏠린다. 민주당 쇄신 논의에 물꼬를 튼 이가 박 전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팬덤 정당’이 아닌 ‘대중 정당’을 추구해야 한다며,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대년생) 용퇴론’ 등을 담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윤호중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 중진들이 호소문 발표 시기와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삼으며 내홍이 불거졌다.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 비대위는 황급히 박 전 위원장 요구를 받아들였다. 민주당 비대위는 선거를 앞둔 지난달 30일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 등의 내용을 담은 ‘5대 쇄신안’을 발표했다. 다만 언제, 누가, 어떤 우선 순위로 쇄신을 단행할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지선이 민주당의 대패로 끝나면서 이 쇄신안이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다만 이 쇄신안을 주도한 박 전 위원장은 정치권을 떠나 ‘두문불출’하고 있다. 선거 당시 매일같이 업데이트됐던 박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1일 이후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대선부터 이번 지선까지 밤낮으로 뛰었다. 심신 모두 회복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당에 복귀할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5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귀 일러” VS “복귀해야”…朴 거취두고 엇갈린 ‘당심’

선거 패배의 책임 차원에서 지도부가 총사퇴한 만큼, 박 전 위원장이 새 비대위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란 게 당내 중론이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을 빼고 쇄신안을 논의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비대위 산하에 별도 기구나 조직을 만들어 박 전 위원장의 활동 영역을 새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당의 위기를 어느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맞지 않다. (박 전 위원장도) 책임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당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목소리를 냈던 것”이라며 “박지현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당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박 전 위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당심’이 좋지 못한 게 걸림돌이다. 적지 않은 당원들이 박 전 위원장의 ‘내부 총질’이 이번 지선에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선거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혁신 드라이브의 구심점이 될 명분도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박 전 위원장의 정치권 데뷔를 도운 이재명 의원이 ‘지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인 것도 박 전 위원장의 복귀를 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한 건 이재명 의원이다. 그런데 과연 민주당이 이 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당 입장에서는 제일 만만한 게 박지현이다. 박 전 위원장 곁에 ‘세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은 (같은 2030세대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도 다른 처지다. 커리어도, 실권도 없다”며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지방선거 패배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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