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바라보는 日 정부와 시민들 ‘온도차 뚜렷’
  • 박대원 일본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09 16:30
  • 호수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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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北 미사일 도발에 기시다 총리, 군사력 강화 강조
“의미도 없는 발사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 시민 반응 심드렁

6월5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8발을 연달아 발사했다. 지난 5월에도 네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북한의 행동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며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일,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지스함 ‘아시가라’를 투입해 주일미군과 함께 탄도미사일 대처를 위한 공동훈련을 실시했다. 이틀 뒤인 6월7일에도 해상자위대와 주일미군은 F-15, F-16 전투기 6대를 활용해 동해상에서 공동비행을 실시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 훈련이 미·일 양국의 긴밀한 연대를 국내외에 과시하고, 모든 사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3국의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후나코시 일본 외무성 국장,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도쿄도, 미사일에 대비 ‘임시피난시설’ 지정 

북한이 평양 순안, 평안남도 개천, 평안북도 동창리,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단시간에 SRBM을 동시다발적으로 발사한 것과 관련해 일본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안전보장상의 위협임을 강조하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이번 발사와 같이 적어도 세 곳에서 단시간에 다수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북한이 여러 곳에서 다수의 미사일을 일제히 발사해 요격을 어렵게 하는 이른바 ‘포화공격’에 필요한 미사일 능력 향상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 도발을 감안, 반격능력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방위력의 발본적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그가 언급한 ‘반격능력’이란 용어가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 아베 정권과 스가 정권하에서 “자위의 범위 내에서 탄도미사일 발사기지 등 적의 기지를 직접 파괴하는 능력을 보유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용된 ‘적기지 공격능력’의 새로운 표현인 셈이다. 지난 4월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에서 반격능력으로 개칭할 것을 제언한 이래 적기지 공격능력이라는 용어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공격능력’이라는 표현이 마치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전수방위(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국방력을 행사) 원칙에 위배된다는 우려가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은 “대다수 국민은 일본이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공격보다는 ‘반격’이라는 용어가 가장 직접적인 표현이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빈번하게 일어남에 따라 수도 도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도쿄도는 탄도미사일 낙하에 대비하기 위해 도내 지하철역 105개를 ‘임시피난시설’로 지정했다. 임시피난시설 지정과 관련해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수도방위의 중요성을 생각해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정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는 인접국(북한)이 있다면, 그러한 고려도 포함해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일본 육상자위대 소속 대원들이 5월28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의 동후지 기동훈련장에서 V-22 오스프리 항공기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EPA 연합
일본 육상자위대 소속 대원들이 5월28일 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의 동후지 기동훈련장에서 V-22 오스프리 항공기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EPA 연합

냉담한 시민들 반응과 달리 어민들은 불안

이렇듯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사뭇 긴장하는 분위기지만, 막상 국민은 동요하거나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위기감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6월7일 NHK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일본 어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시카와현의 한 어업 관계자는 “6월은 일본해(동해)에서 오징어 잡이가 한창인 시기인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출항을 한 차례 미뤘다”며 “북한으로 인해 불안감이 크다. (출항한 어선들도) 무리하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아오모리현 출신의 30대 M씨는 “수년 전부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반복되고 있어 이제 크게 감흥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무력행사가 불가능한 일본은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오히려 정부가 북한을 크게 비난함으로써 북한의 도발이 더욱 심화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도쿄도 출신의 20대 I씨 역시 “과거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전철이 운행을 중단하는 일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며 별로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는 “미사일을 쏴도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왜 계속 발사하는지 모르겠다”며 김정은 정권의 미사일 도발이 무의미함을 지적했다. 

국민의 반응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향후 동북아 정세가 점점 더 험악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게이오대학의 이소자키 아쓰히토 교수(북한정치 전공)는 “북한은 지금 실전능력을 향상시키고 있다”며 개발이 완료된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훈련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미·일 3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대학의 야마구치 아키라 특임교수(동아시아 안보 전공)는 “북한이 단시간에 여러 지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휘통제 시스템의 향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뒤 북한의 군사력이 동시다발공격 등 복잡한 대규모 공격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해상자위대 출신으로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을 역임한 바 있는 가와노 가쓰토시는 “북한은 미국과 대등하게 마주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북·미 회담 징후가 없는 이상, 당분간 북한은 도발행위를 반복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판 방위백서를 통해 “북한은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하고 이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일본을 공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위협을 지적한 바 있다. 북한의 일본 공격능력 보유가 전략문서에 명기된 이래,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들어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군사력의 ‘발본적 강화’를 위해 국방예산을 대폭 확대하고자 하는 기시다 내각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은 오히려 명분을 주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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