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빅스텝’ 수순…‘빚투·영끌’ 대출이자 뇌관 터지나
  • 이혜영 디지털팀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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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8년 만 자이언트 스텝에 추가 인상 예고
韓 연말 ‘기준금리 3%’ 전망…주담대 금리 8%까지 치솟을 듯
5월25일 서울의 한 은행에 설치된 대출 관련 안내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5월25일 서울의 한 은행에 설치된 대출 관련 안내 현수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당국은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살핀 뒤 인상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공포'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 "다음 금통위 회의(통화정책결정회의 7월14일)까지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28년 만의 美 자이언트 스텝, 숙제 받아든 한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15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렸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28년 만이다. 

이에 따라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만일 한국의 기준금리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다음 달 미국이 빅 스텝만 단행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미 "다음(7월) 회의에서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예고한 상태다.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렇게되면 이미 심각한 수준인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남은 네 차례(7·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0.25%포인트씩 연쇄 인상이 진행되면, 연말 한국의 기준금리는 2.75%까지 오른다. 그러나 2.75% 수준도 미국의 연말 예상 기준금리(3.4%)를 크게 밑도는 것이어서 한은도 한 차례 정도는 빅스텝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JP모건은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7월 빅 스텝에 이어 8·10·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6월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 AP 연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6월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 AP 연합

어디까지 오르나…이자부담 '공포'

기준금리 줄인상이 예고되면서 대출 등 이자 부담도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에 영향을 주는 금융채 5년물(AAA·무보증)은 전날 기준 4.082%를 돌파했다. 이틀 전 3.977%에서 하루 만에 0.105%포인트 올라 4%대로 진입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2%에 육박한다. 은행연합회는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98%로 전월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2019년 1월(1.99%) 이후 3년4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주담대 금리가 이달 7%를 돌파한 뒤 연내 8%까지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4.33~6.97%로, 7% 돌파를 눈 앞에 뒀다. 코픽스 변동분을 반영해 이날부터 조정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KB국민은행 3.69~5.19%, 우리은행 4.28~5.26%, NH농협은행 3.63~4.63% 등으로 상단 금리가 6%대를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 조사에 따르면, 주담대 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서울에서 전용 84㎡ 아파트를 대출로 산 사람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300만원에 육박한다. 

올 1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약 1859조원으로 평균금리는 3.98%다. 이에 따른 연간 이자 비용만 74조원에 달하는데 연말까지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 단행되면 이 수치도 큰 폭으로 증가하며 가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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