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교차한 윤석열 정부의 45일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6.20 10: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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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파격 소통 ‘호평’…한미 동맹 강화 ‘긍정’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비판’…야당과 협치는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45일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한 달여를 돌아보면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당장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하는 직무수행 평가는 지지율로 여겨지며 대통령의 국정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한국갤럽 조사 기준, 당선인 시절이었던 4월 2주 50%로 출발해 취임 후 5월 2주 52%, 6월 2주 53%로 움직였다. 월별로 보면 완만한 상승세지만 주 단위로 보면 우여곡절이 있었다. 4월 중하순부터 5월초까지는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급전직하했다. 5월10일 취임 이후 컨벤션 효과를 일정하게 누리며 다시금 50% 초반 지지율로 올라섰다. 말 그대로 지지율은 춤을 췄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 행보와 언론과의 소통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점수를 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여당 국회의원과 국무위원, 대통령실 참모들을 이끌고 참석한 일은 국민통합이란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 이전 강행은 졸속 논란을 빚었지만, 취임 후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웠던 언론과의 출근길 문답을 계속 진행하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취임 11일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천명한 점도 성과다. 

검찰 편중 인사와 일부 부적격 인사 발탁으로 논란을 빚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 편중 인사를 넘어, 위법 논란을 불사하며 법무부에 인사 검증권까지 이관시켜 ‘검찰공화국’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첫 내각 인선에서 낙마한 후임자로 음주운전 전력자를 지명해 다시금 논란도 사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도 원활하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 역사상 최초로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국세청장을 임명해 ‘독주’라는 지적도 받았다. 최근엔 ‘김건희 리스크’가 다각도로 터져나오며 우려를 사고 있다. 

시작이 반이다. 윤 대통령은 나머지 임기를 어떻게 채워나갈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나머지는 보나마나다. 시사저널이 윤석열 정부 첫 한 달여 임기를 복기하고, 그 시작의 명암을 살펴본 이유다. -편집자주

윤석열 대통령이 6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尹의 ‘굿모닝 기자회견’…지속되면 파격 소통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화제다.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이라 불리는 약식 회견은 국민에게 신선한 광경이다. 대통령과 기자들 간에 각본 없이 실시간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는 모습은 국민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우리 국민이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제왕적 권한을 어떻게 내려놓을 것인가’라는 세간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대답하는 중이다. 

윤 대통령은 ‘고정관념’을 깼다. 그동안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무겁고 엄숙했다. 그래서 연례행사로 여겨질 만큼 드물게 이뤄졌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가볍고 경쾌하다. 발상의 전환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정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국민은 대통령을 친숙하고 가깝게 느낀다. 무엇보다 국민은 약식 회견을 보며 대통령의 머릿속 생각을 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이해’는 소통의 첫걸음이다. 지지도, 비판도 다 여기서 출발한다. 가장 큰 성과다. 

윤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란 매듭도 풀고 있다. 언론은 대통령이 처음 만나는 국민이자 제일 앞에서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국민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옮긴 대통령실 1층에 기자실을 배치해 출근길에 언론을 피할 수 없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스스로 내려오기 위해 언론이란 창문과 햇빛을 통해 독주와 부패라는 곰팡이가 피지 못하게끔 하겠다는 선언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한두 번 하다 말겠지’라는 일각의 시선을 불식시키고 새 관행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새로운 소통’ 출근길 문답…형식은 호평, 내용엔 우려

윤 대통령은 알까. 이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사실상 어렵다. 이미 달걀은 깨졌고, 매듭은 풀렸다. 국민은 이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이전의 무겁고 엄숙한 기자회견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6월7~9일 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53%다. 주목할 점은 긍정평가 이유다. ‘소통’이 7%로 ‘결단력’과 함께 공동 2위다(1위는 10%를 얻은 국방·안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평가도 긍정과 부정이 44%로 팽팽하게 조사됐다. 3월22~24일 조사에선 ‘청와대 집무실 유지’가 53%, ‘용산 이전 찬성’이 36%였다. 인과관계를 딱 측정할 수는 없지만,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이 집무실 이전 여론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출근길 문답을 멈춘다면 국민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여론조사이기도 하다. 

아직은 한계점도 뚜렷하다. 출근길 문답이란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개척한 점은 평가받아야 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지적을 받고 있다. 인사 편중 등 껄끄러운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거나 팩트 논쟁에 불을 붙이는 답변 등이 논란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화법이 도마에 자주 오른다. 통합의 언어보다는 분열의 언어를, 정치의 언어보다는 사법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비판이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현 정부에 대한 질문에 ‘전임 정부는 더 심했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상대방의 논리를 반박하기 어려울 때 ‘피장파장의 논리’를 앞세우는 것인데, 상대의 과거 행동이 나의 현재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논리적 오류이자 ‘윤석열식 내로남불’이란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과연 출근길 문답을 계속 이어갈까. 지금의 긍정적 여론은 계속될 수 있을까. 관건은 지속성과 진정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검사는 공소장으로 입장을 밝히지만, 대통령은 말과 글로 밝힌다. 윤 대통령은 이제 막 임기 첫 달을 마쳤다. 대통령 윤석열의 말은 과연 5년 후 국민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출근길 문답에 그 성패가, 명암이 모두 담겨있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한층 진전된 소통 방식”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매일 평일 아침 9시쯤 진행된다. 서울 서초동 집에 머무르고 있는 윤 대통령은 오전에 특별한 다른 외부 일정이 없으면 용산 청사로 출근한다. 이때 출입기자 수십 명이 본관 1층 엘리베이터 앞 통로에 대기한다. 이곳에 프레스라인이 있다. 약식 회견의 질문 수는 통상적으로 2~3개, 많게는 8개인 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취임 이튿날부터 시작됐다. 5월11일 오전 청사로 들어선 그는 출입기자들에게 첫 출근 소감으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출근길 문답을 통해 전날 취임사에서 부족했다고 여겨진 부분을 적극 해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실제 국정 현안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때 약식 회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이란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호평을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국민 입장에서 보면 과거 대통령의 말은 대변인이나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그것도 의중을 전하는 방식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면서 “현재 윤 대통령의 약식 회견이 상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면에서 한층 진전된 소통 방식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최병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도 “매우 잘하는 일”이라면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출근길 문답이 당초 우려됐던 윤 대통령의 독주와 독선 등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좋은 인상을 쌓게 하는 긍정적 측면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어느 전임 대통령보다 언론과 자주 만난다는 상징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징성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도 함께 쌓이고 있다”고 했다. 

출근길 약식 회견이 한국 정치 특유의 폐쇄적이고 무거운 정치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약식 회견이 가져올 수 있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는 폐쇄적인 리더십이 많았는데, 약식 회견 등을 통해 수시로 국민과 소통하고, 자기 생각을 밝히고, 그 생각이 논의를 거쳐 정책에 반영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온다면 부정적 요인보다 긍정적 측면이 훨씬 많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라고 전문가들이 수없이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했다. 

요약하면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①국민과 대통령의 거리감을 좁히고 ②윤 대통령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③한국 정치 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개선하는 등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면은 윤 대통령에게도 좋을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점이다. 특히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걸러지지 않은 의중을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시너지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취지와 정당성을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지 않았다면 기존의 청와대 동선상 출근길에 기자들과 말을 주고받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긴 어려웠을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일부 보완할 점은 있지만 집무실 이전과 약식 회견, 대통령 내외의 주말 나들이 모두는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늘린다는 점에서 모두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작용도 생기겠지만, 5년 동안 지속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청원 못지않게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용산 시대 개막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추진하지 못했던 과제를 해낸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반드시 큰 실수를 하게 될 것”(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중도에 멈추기보다는 실수를 보완하고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서 계속 진행하는 게 훨씬 낫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관계자들이 6월1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의 자택 앞에서 24시간 집회를 시작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라는 비판도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에 대한 우려는 종종 튀어나오는 거친 발언과 지도자답지 않는 내용에서 야기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가 많다는 비판에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되지 않았느냐”고 답했는데, 팩트가 틀린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대답이 ‘너희도 그랬으니 우리가 편중 인사해도 상관없다’는 말로 들린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에 물었는데 ‘문재인 정부 때는 더 심했다’는 식의 설명이 자꾸 나오면 대체 정권교체는 왜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낳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 문제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법에 따라서 되지 않겠나”라고 답한 것도 ‘우리도 당하는데 너희도 당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들릴 수 있었다. 이렇듯 국민 분열을 부추기는 듯한 거친 화법은 국정 최고책임자의 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윤 대통령 자택 앞 ‘맞불집회’가 벌어져 전·현직 대통령 사저가 정치보복의 장으로 변질된 상황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 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 사회적 갈등을 정치로 풀어가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법만 우선하는 검사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준한 교수는 “진정한 소통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다”면서 “지금의 약식 회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찰 옹호적인 대통령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통령의 언어는 지도자의 언어가 아니다. 검사의 언어, 한 정파의 수장으로서의 언어”라고 비판했다. 

엄경영 소장은 지금의 약식 회견이 제한적이고 한계도 많지만,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해 언론과 야당의 지적에 이어 집권여당과 대통령실의 반론 등이 제기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소통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면서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교수도 “윤 대통령과 언론 모두 이제 서로에게 적응하는 단계다. 안착하면 더 중요한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도 “약식 회견에서 끝나면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이상 언론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약식 회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자세히 더 설명할 수 있고 좀 더 진전된 의중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과 만나는 건 반대했던 국민 50%와 만나는 일”

윤 대통령이 일거에 풀어낸 ‘고르디우스의 매듭’에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뒷이야기가 있다. 매듭을 단칼에 잘라낸 알렉산더 대왕은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하지만 33세의 나이로 그가 세상을 떠나자 대제국은 다시 찢겼고, 동서양의 문화적 융합도 점차 사라져갔다. 왜 그랬을까. 역사가들은 매듭을 일거에 끊은 점에서 원인을 찾는다. 제대로 문제를 풀고 앞으로 나가려면 매듭이 상하지 않도록 하나씩 푸는 게 ‘정도(正道)’라는 교훈이다. 과정의 생략이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최근 발언(중앙일보 6월10일자 인터뷰)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도어스테핑도 잘한 일이다. 기자들하고 자주 만나는 건 국민과 만나는 거고, 야당과 만나는 건 반대했던 국민을 만나는 거다. (대화)하려면 야당과 해야 한다. 야당과 만나는 건 자기를 지지하지 않았던 50%의 사람들과의 대화다.”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한국갤립과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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