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지지율 정체에서 배워야 할 것 [쓴소리 곧은 소리]
  • 김형준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db827@naver.com)
  • 승인 2022.06.21 10: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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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상승하다 하락 조짐…다양성 없는 능력주의는 공정 해쳐
시장과 민간 주도, 실용주의로 ‘문재인 문제’ 해결 시도는 바람직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50일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 정부의 빛과 그림자를 평가해 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집권 초기 잘한 것은 발전시키고, 잘못한 것을 빠르게 교정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변화는 국정운영 거버넌스의 대전환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거버넌스는 ‘운동권과 청와대가 중심이 된 국가 주도’였지만, 윤석열 정부의 그것은 ‘전문가와 시장을 중시하는 국가 지원 체제’를 추구한다.

구체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국가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를 결합한 일방주의에 빠진 반면, 윤석열 정부는 시장·민간 주도, 의회주의, 실용주의로 ‘문재인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다. 문 정부는 국가가 모든 것을 주도하면서 각종 정책은 실용보다 이념이 우선한 반면, 윤 정부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서 ‘기업중심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잉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선수에게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입장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폐쇄적인 전임과 비교되는 거침없는 소통

외교정책에서도 굴종적인 친중, 친북 기조에서 전통적인 한미 동맹을 정상화시켰다. 특히, 취임하자마자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축한 것은 희망찬 변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윤 정부의 새로운 거버넌스 방식을 지지하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원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윤 대통령의 큰 장점은 거리낌 없는 솔직함과 거침없는 소통이다. 윤 대통령은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기자들과 국정운영과 정치 현안에 대한 문답을 주고받는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약식 회견)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대선 당시 밝혔던 ‘상시적 소통·기자실 방문’ 공약을 지키고 동시에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고, ‘실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도어스테핑’은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폐쇄적 리더십과는 대조적으로 자신 있는 모습으로 권위를 깬 활발한 ‘소통 행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한 달 평균 1.7회씩 기자간담회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 대통령도 도어스테핑뿐만 아니라 매달 기자들과 간담회를 정례화한다면 ‘소통 대통령’의 위상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날에 맞춰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용산공원 개방 구상을 밝힌 것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정면돌파형 리더십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압승으로 윤 대통령이 거대 야당을 상대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요인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실책’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여하튼 민주당은 “무능하고 뻔뻔하고 교만했기” 때문에 패배했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토론회에서 대선 패배는 “조국·문재인 정부 독선과 이재명 자질 부족 때문”이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능력 있는 내 사람’ ‘쓴소리하는 남의 사람’ 다 챙기길

실제로 리서치뷰 조사(6월10~12일)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승리한 최대 요인은 ‘민주당이 잘못해서’라는 응답이 64.2%로 가장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해서’ 12.3%, ‘국민의힘 후보 경쟁력이 높아서’ 5.7%로 나타났고, ‘국민의힘이 잘해서’라는 응답은 겨우 2.8%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국민 10명 중 2명(20.8%) 정도만 ‘정부·여당이 잘해서’라고 평가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이 지방선거 압승에도 취임 초 50%대를 유지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취임 한 달이 지나면서 연속 하락해 40%대로 떨어진 이유일지 모른다.

리얼미터 조사(6월7~10일)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48.0%, 부정평가는 44.2%로 나타났다. 그 전주(52.1%)에 비해 4.1%포인트나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3.9%포인트 올랐다. 이런 긍정 수치는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48.6%)과 거의 차이가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초기 60~70%대 높은 지지를 받은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새 정부가 외연 확대에 실패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윤 대통령 지지율 정체의 최대 요인은 편중 인사 때문이다. 야권에선 ‘검·이·남(검찰, 이명박 정부 사람, 남자) 인사’라고 비판한다. 현 정권에서 내각 및 고위급 대통령실 인사로 15명의 검사 출신이 임명됐다. 윤 대통령 특유의 ‘형님 리더십’ 속에서 능력주의를 명분으로 ‘자기 사람 챙기기’ 인사를 추진했지만 역풍이 불고 있다. 다양성이 없는 능력주의는 공정을 해치기 쉽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조차 “너무 능력주의에 휩싸이다 보면 다양성이 가진 힘을 간과하기 쉽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석열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왠지 정치 아마추어로 불안하다”는 평가가 교차한다.

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시작부터 강한 도덕성, 예리한 역사의식, 저항하기 어려운 설득력, 누구나 희구하는 미래 비전,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상징성을 통해 사회에 희망찬 변화를 가져오는 ‘변혁적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인사와 관련해선 ‘능력 있는 내 사람’만이 아닌 ‘쓴소리하는 남의 사람’을 챙길 줄 아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더불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지적처럼 야당에 의해 “자꾸 사소한 것들로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려는 전략”이 존재하는 한 부인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또한 “나는 항상 옳다”는 교만과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독선에 빠지면 소통과 통합은 사라지고 결국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 쉽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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