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문재인 알박기 인사들 “끝까지 버티자” 연판장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2.06.17 09:00
  • 호수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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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관가의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 퍼진 이야기 한 토막.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들끼리 연판장처럼 도는 내부 지침이 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과 교감이 깊은 고위급 공공기관장이 주변에 “개별 행동을 하지 마라. 남아있는 임기를 끝까지 채워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섰지만 문재인 사람들은 동요하지 말고 1년이고 2년이고 간에 남은 임기를 고수하라는 말이다. 필자는 지침을 내린 사람이 이른바 ‘생계형 운동권’ 출신으로 장관급 지위라고 들었다. 겉으론 고상한 명분으로 살아가지만 속으론 연봉 1억5000만원 이상 고수익에 기사 딸린 승용차가 나오는 자리를 내놓기 싫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왼)과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과 문재인 전 대통령ⓒ연합뉴스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업무방해일 수도

임기가 법령으로 보장되어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에선 전 정부 기관장들을 억지로 쫓아내는 직권남용 사건을 벌이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서자 “개별행동 하지 말라”는 대담한 집단행동까지 발상한 것으로 보인다(이런 집단행동은 엄밀한 법의 잣대로 보면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반하고,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

알박기 인사들이 안면몰수하고 개별적으로 버텨도 될 텐데 굳이 집단행동 구두 연판장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전직 기관장들에게 물어보니 “새 정권이 들어서 다들 알아서 정부 임명 기관장 자리를 비워주는데 자기 혼자만 먹고살겠다고 버티면 손가락질 받지 않겠나. 혼자 받는 손가락질보다 집단으로 받는 손가락질이 덜 창피한 법”이라고 답변했다. 결과적으로 문 정부 때 임명된 고위 기관장들은 집단적으로 끌어주고 밀어가면서 국민이 선택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반대되는 정책들을 국가 예산을 받아가며 구상·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이한 일이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370곳 공공기관 가운데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곳이 70%에 해당하는 256곳이라고 한다.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정치적·도덕적으로 문제투성이인 알박기 인사의 현황이다. 미국에선 새 대통령이 들어서면 자동적으로 새 사람들에 의해 임기가 시작되는 자리를 여야 및 행정부가 합의해 적시하는 플럼북 제도가 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 당선 때 9000여 개 자리의 임기, 급여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새 정권이 탄생했는데 과거 정권의 공공기관장들이 농성하듯 스크럼을 짜고 국정 발목을 잡는다면 국민 의사에 반하는 억지라는 인식이 여야 공통으로 확립돼 있다. 그렇다고 1년 이상 남은 256곳 공공기관장이 일괄 사표를 내라는 주장도 과하다. 따라서 공공기관장들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핵심 철학을 일체화한 인물이나 정부 정책을 이념적으로 선도하는 기관의 장들이 먼저 물러나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하겠다.

 

김제남·홍장표·한상혁·정해구는 먼저 물러나는 게 상식

예를 들어 탈핵운동가 출신인 김제남 전 청와대 수석이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든지, 윤석열 정부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투자주도성장을 선언했는데 전 정권에서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였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한국개발원(KDI) 원장을 하고 있는 상태는 빨리 해소되는 게 좋다. 임기 시작 때부터 편향 인식 논란을 낳았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과거 ‘북한에서는 반제반봉건 민주주의 혁명이 소련군의 후원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남한에서는 미군정의 반혁명 정책에 의해 좌절됐다’는 글로 역사관 논란을 일으켰던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상식이라고 본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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